‘만인의 연인’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79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세계 영화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온 테일러는 뇌종양과 심장판막 수술에 이어 최근에는 울혈성 심부전증으로 투병 생활을 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테일러는 1932년 영국 런던에서 출생한 뒤 미국으로 이주해 9살 때 영화계에 처음 발을 디뎠고, 영화 <녹원의 천사>를 통해 소녀 스타로 발돋움 했다.
영화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에서 빼어난 청순미로 영화팬들을 사로잡았으며, <클레오파트라>에서는 관능미를 뿜어내며 최고의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1940년대부터 80년대까지 6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만인의 연인’, ‘은막의 여왕’ 등 숱한 수식어가 붙었다.
영화 <누가 버지니아울프를 두려워하는가> 등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도 두 차례 받았지만 본인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만족하지 못했다.
동료배우이자 친구인 록 허드슨이 에이즈에 걸리자 에이즈 퇴치 운동에 발벗고 나서 재단까지 설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배우 리처드 버튼과 두 차례 결혼하는 등 7명의 남자와 결혼과 이혼을 거듭하며 파란 많은 사생활을 겪었다.
전설적인 여배우가 할리우드를 영원히 떠나자 할리우드 영화계를 비롯한 팬들은 애도하고 추모하는 물결이 이어졌다.
미국영화협회(MPAA) 크리스 도드 회장은 성명을 통해 “그의 연기는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영화팬들에게 남았다”면서 “단순히 뛰어난 연기에서 뿐 아니라 에이즈와의 싸움에 기울인 노력에서도 큰 발자취를 남긴 진정한 미국의 아이콘이었다”고 추모했다.
‘에이즈 건강재단’의 마이클 와인스타인 회장도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에이즈 환자 뿐아니라 이 질병과 싸워온 많은 이들의 가슴에 특별히 남아 있다”며 “에이즈가 유행하기 오래전부터 우리와 함께 했다. 우리는 그를 잊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일러의 오랜 친구였던 엘튼 존은 CNN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할리우드의 거인을 잃었다”면서 “더 중요한 것은 너무나 훌륭한 한 인간을 떠나 보냈다는 것”이라고 애도했다.
팝스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테일러의 죽음을 “한 시대의 끝”이라면서 슬퍼했고, 머라이어 캐리는 테일러를 “영원히 함께 할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전설”이라고 추모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또 에이즈 투병을 했던 미 프로농구(NBA)의 전설 매직 존슨이 “엘리자베스, 에이즈와 싸움에 헌신한 당신에 감사하며 세계인들은 당신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는 글을 올리는 등 유명 인사들의 트위터 추모글이 잇따랐다.
이날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있는 테일러의 ‘스타 동판’에는 팬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