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식당(함바집) 비리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13일 오후 2시께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했다.
강 전 청장은 심경이 어떤지를 묻는 취재진의 물음에 “경찰 조직에 미안 합니다”라고 짧게 답하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날 밤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강 전 청장은 2009년 8월부터 그해 12월까지 경찰관 승진 인사 청탁과 함께 유상봉(65·구속기소)씨에게서 1억1000만 원을 수수하고, 지난해 8월엔 그에게 4000만 원을 주면서 외국 도피를 권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건설현장식당(함바집) 운영업자인 유상봉(65·구속기소)씨와 만난 고위 경찰관이 41명으로 파악된 가운데 이들 모두 윗선의 소개로 유 씨와 관계를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의 560여명에 이르는 총경급 이상 고위 경찰관 가운데 유씨를 알고 있다고 신고한 경찰관은 41명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은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전국 560여 명 총경 이상 간부로부터 유씨 접촉 여부를 신고받았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지난 12일 “41명 중 2명은 포도주와 홍어를 받았다. 그러나 함바집 운영권과 관련해 면담을 주선했으나 성사되지 않거나, 면담 주선 자체를 거부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유씨를 만났다고 자진 신고한 경찰 간부 대부분은 강희락 전 경찰청장으로부터 부탁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 청장은 “유씨가 로비를 시도한 간부들은 대부분 일선 경찰서장인 총경급이었고, 주로 건설현장이 많은 서울과 경기, 부산·경남 지역에 집중됐다”고 밝혔다. 특히 강 전 청장이 근무했던 곳이 많았다.
이밖에 김병철 울산경찰청장이나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 박기륜 전 경기경찰청 2차장의 전화를 받고 유씨를 만난 이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그가 함바집 운영권 사업을 진행하면서 사업상의 필요에 의해서 해당 지역의 경찰 간부들을 접촉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