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한 발행인
17대 국회 들어 2번째로 열린 2005년 국정감사가 초반부터 과거 추태스런 모습을 답습하고 있어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목소리가 높게 나오고 있다. 국감 첫날인 지난달 22일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 등 국회 법사위원들은 피감기관인 대구고검·지검의 검찰 간부들과 부적절한 술판을 벌였다. 이도 부족해 주성영 의원이 술집 여사장 등에게 폭언을 했다는 논란까지 가세돼 국감이 본질을 벗어난 이상한 방향으로까지 흘러가고 있다. ‘국회 법사위의 대구 술판 사건’은 이제 ‘정치적 음모론’까지 등장하는 진실게임의 장으로 변모돼 가고 있으며 급기야 검찰-윤리위-한나라당이 각각 술자리 추태 진상조사에 나서는 헤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또 지난달 23일에는 쌀협상 비준안 상정에 반대하는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보좌진, 농민단체 회원들의 회의장 점거로 외교통상부 국감이 무산되기도 했다. 이는 국감기간에 국감과 직결되지도 않는 안건을 무리하게 상정하려 한 여당의 밀어붙이기식 의사진행에도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이를 몸으로 막은 민주노동당 역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같은 날 진행된 해양수산부 국감에서는 오거돈 해수부 장관에 대한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의 막말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평소 말을 더듬는 오 장관의 핸디캡을 겨냥해 이 의원이 인신 모독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내 주위 사람들로부터 눈총을 받기도 했다.
뿐 만 아니라 10월1일부터 시작되는 연휴를 활용한 제주도 기관의 국감 역시 의원들의 정신자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9월30일에는 제주도청을 비롯해 제주지방경찰청 등 모두 7개의 기관을 국감하기 위해 국회 행정자치위와 교육위 등 3개 위원회 소속 50여명의 국회의원이 한꺼번에 제주도를 찾아 ‘외유성 국감’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20여일의 빡빡한 일정속에 많은 기관을 둘러봐야하는 의원들로서는 국감과 연휴를 이용한 컨디션조절이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그리 달갑지 만은 않다.
국회의원 책무 잊어선 안돼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나라 살림을 맡은 행정부의 예산 집행 등 국정 전반을 살피는 매우 중차대한 일이다. 때문에 의원들의 행동거지 여하에 따라 국감의 성공여부 뿐 아니라 향후 나라의 흥망성쇠까지도 결정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의원들이 국감장 밖에서 피감기관의 인사와 접촉하는 것도 국감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행위가 아닐수 없을 진데 질펀한 술판까지 벌였다는 것은 국회의원의 본연의 책무를 망각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17대 국회의 경우 기존 정치인이 30% 밖에 살아남지 않을 정도로 국민들로부터 혹독한 심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같은 국회의원이 있다는 것은 우리의 수치이며 다음 선거에서는 반드시 말썽 정치인 등 옥석을 가리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