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용인시 공무원들에 대한 ‘인사 살생부’의 실체로 보이는 메모지 1장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인사 비리 혐의로 기소된 서정석 전 용인시장(60)에 대해 항소심 재판에서 공개된 메모지에는 공무원들의 명단과 함께 전 시장 측근 또는 특정 정치 성향 등 구체적인 ‘숙청(?) 사유’가 기록돼 있어 이목을 끌었다.
지난 9일 수원지법 형사항소1부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은 10여 명의 증인이 출석해 13시간 가량 지루한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 가운데 방청객의 눈길을 끈 것은 증거로 제시된 A4용지 크기의 메모지 1장.
이 메모지는 수원지검 특수부가 서정석 전 시장 재임 당시인 지난해 12월 용인시청 비서실에서 압수한 자료로 메모지에는 누군가 손으로 직접 쓴 글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특히 메모지의 절반 가량은 용인시 5·6급 공무원 10여명의 이름과 그들의 성향이 분석돼 있었다.
A씨 등에 대해서는 이름 뒤에 ‘이정문 시장 측근’이라며 전직 시장과의 친분관계가 있음이 표시돼 있었고 B씨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 3일간 방문’이라는 기록이 적혀 있었다.
나머지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요직이라 할 수 있는 부서에서 장기간 근무했다는 등 공무원 개개인의 성향이 단문 형태로 기록돼 있었다.
지난 2006년 서정석 전 시장 취임 후 용인시청에는 공무원들의 인사 때마다 선거에서 경쟁을 벌였던 이정문 전 시장의 측근들과 특정 정당 성향을 띤 공무원들에 대한 살생부가 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소문은 소문으로만 그쳤을 뿐 살생부 실체는 그동안 한번도 드러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용인시 공무원들과 관련 방청객들은 이 메모지 1장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었다.
서 전 시장과 함께 기소된 용인시 전 행정과장 김 모 씨(53)의 변호인은 이 메모지가 사실상 공무원들에 대한 살생부로 서 전 시장이 작성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