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게 서울을 안내할 때의 난처했던 적, 하다못해 지방의 친구에게 서울 관광 시켜준다고 나서도 어디를 가야할지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망설였던 경험이 있다면 당신은 서울을 잘 모르는 한국인인 셈이다. ‘Soul in Seou’은 바로 이 같은 사람을 위한 책이다. 두 발로 곳곳을 다니며 체험할 수 있는 한국문화의 핵심과 비공식적인 뒷이야기들이 생생한 사진들과 어우러져 보기 좋게 담겨 있는 이 책은 서울에 대한 가이드이자 흥미로운 기행서, 통찰력 있는 문화 역사서다.
경복궁-북촌-인사동만 알면 보인다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이자 한국문화 및 종교 관련 저서를 다수 집필해온 한국학자 최준식 교수와, 캐나다 출신으로 토론토대학에서 사회학 박사를 취득하고 한국문화 연구에 초점을 두고 있는 김은기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가 한국 알리기에 나섰다.
최준식 교수가 한국 왕실문화의 핵심인 경복궁, 귀족문화와 주거문화의 집약체인 북촌 한옥마을, 전통과 현대가 뒤섞인 도시 인사동 일대를 답사하며 글을 썼고 이것의 영문 원고를 외국인 독자의 관점에서 김은기 교수가 감수했다. 한마디로 ‘한국문화’에 관한 한 최고 전문가라 할 두 사람이, 국내 안팎의 입체적 시각을 담아 하나의 책으로 녹여낸 것이다.
왜 경복궁, 북촌, 인사동인가? 이 장소들을 제대로만 본다면 한국 왕실문화부터 건축 생활주거문화 예술세계와 음식문화의 핵심까지 한 번에 꿰뚫을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 이 지역은 궁궐들의 집결지일 뿐만 아니라 종묘와 사직, 국사당과 같은 전통 사상과 종교, 문화의 핵이었으며 지금도 정치 경제 문화의 핵심 기관들이 자리하고 있어 과거와 현재의 한국문화를 정통으로 읽을 수 있는 곳이다.
단점을 장점으로 포장하진 않는다
이 책의 장점은 문화기행서가 흔히 범하기 쉬운 ‘미화’의 덫을 거부했다는데 있다.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알리되, 단점까지 장점으로 은근슬쩍 포장하는 것은 국내외국인 모두에게 거부감과 불신만 준다는 것이 저자의 마인드다.
누구나 한 번쯤 가보았을 우리 궁궐과 주말에 자주 찾는 인사동 거리, 일상적으로 체험하는 의식주 등에서 미처 몰랐던 사실들과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해주는가 하면 안타깝고 불편한 마음이 들었던 부분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예컨대 1960년대를 거치면서 정부의 손으로 경복궁을 훼손한 일, 난해하고 딱딱한 설명의 궁궐 안내판들, 과거를 재현한답시고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건축물을 만들어놓는 일, 사람이 아닌 자동차 위주의 도로 설계, 골목마다 시야를 막는 현란한 간판들….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느낄 법한 이런 사실들을 그냥 덮어두고서는 전통문화를 잘 보존하지도, 독창적인 문화를 창조하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저자는 곳곳에서 웅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