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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일 칼럼

【김영일 칼럼】 김영일의 사회경제 이야기⑩ - AI 사춘기, '기술 주권'은 방황이 아닌 생존의 근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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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언론의 칼럼은 칼 세이건(Carl Sagan)의 비유를 빌려 현대 AI 기술의 폭주를 ‘기술적 사춘기’로 규정했다. 인류의 제어 능력이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위험한 구간에 진입했다는 경고다. 특히 한국의 ‘AI 기본법’이 국가주의에 함몰되어 보편적 안전 규범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그러나 2026년 현재,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 교육 현장과 산업계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우리에게 ‘기술 주권’과 ‘소버린 AI(Sovereign AI)’는 사춘기 소년의 치기 어린 독단이 아니라, 거대 권력으로부터 생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아 형성이다.

 

보편성이라는 이름의 '디지털 종속'을 경계하며

 

칼럼이 주장하는 ‘보편 윤리’와 ‘인류 공동의 안전’은 지극히 타당한 명제다. 하지만 국제 정치와 경제의 현실에서 ‘보편’은 종종 ‘강자의 기준’으로 치환된다. 글로벌 빅테크가 주도하는 AI 모델은 그들의 언어, 문화, 그리고 이익을 우선적으로 학습한다. 만약 우리가 ‘우리만의 AI’를 구축하는 노력을 국가주의라는 프레임으로 가둔 채 포기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 세대는 타국의 가치관이 설계한 알고리즘의 통제를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

 

에너지, 제조, 국방 등 국가 핵심 기간산업에 적용되는 Physical AI(피지컬 AI)분야는 더욱 절박하다. 국가의 신경망과 근육에 해당하는 이 기술을 외부의 보편적 알고리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국가의 통제권을 양도하는 것과 같다. 우리가 외치는 기술 주권은 성벽을 쌓는 고립주의가 아니라, 우리 산업의 특수성과 데이터를 지킬 수 있는 ‘디지털 영토’를 확보하겠다는 실존적 선택이다.

 

안보와 규제의 균형, '면제'가 아닌 '특수성'의 인정

 

AI 기본법이 국방 및 안보 목적의 AI에 예외를 둔 것을 ‘안전 잠식’으로 보는 시각에는 우려가 있다. 현대 AI는 민간과 군사의 경계가 허물어진 ‘이중 용도(Dual-use)’기술이다.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AI 개발에 일반적 서비스와 동일한 수준의 투명성 잣대만을 적용한다면, 이는 적대적 세력에게 우리의 방어 논리를 노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기밀은 절차적 비공개가 아니라, 국가 존립을 위한 정보의 보호다. 안보 AI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것은 안전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가 전체의 안녕이라는 더 큰 범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다. 사춘기 소년에게 전두엽의 이성이 필요하듯, 국가에게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강인한 근육과 판단력이 동시에 필요하다.

 

현장에서 시작되는 '진정한 성인기’

 

진정한 ‘기술의 성인기’는 추상적인 담론이 아닌, 치열한 혁신의 현장에서 완성된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대학 현장에서 ‘AI 신에너지학과’를 신설하고 ‘AI 첨단산업 인재양성’에 매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술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고 직접 다루어 본 사람만이 그 기술을 어떻게 윤리적으로 통제하고 사회적 유익을 위해 활용할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내부용 AI에 대한 규제 완화 논란 역시 혁신과 책임의 균형점 찾기로 보아야 한다. 기업의 자율적 혁신 의지를 꺾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묻는 정교한 거버넌스는, 현장의 데이터와 시행착오를 통해서만 도출될 수 있다. 무조건적인 규제는 전두엽의 성장을 돕는 것이 아니라, 뇌의 활동 자체를 정지시킬 위험이 있다.

 

결론 : 실력이 뒷받침된 윤리만이 세상을 바꾼다

 

칼 세이건(Carl Sagan)이 꿈꿨던 외계 문명과의 조우는 우리 스스로가 사춘기를 통과할 실력을 갖췄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실력이 없는 국가의 윤리적 외침은 국제 사회에서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뿐이다.

 

지금 한국 AI가 겪고 있는 진통은 자멸로 가는 방황이 아니라, 독립된 기술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치열한 ‘성장통’이다. 우리만의 AI 기술 기반을 튼튼히 다지는 과정이 곧 인류 전체의 기술 다양성에 기여하고, 더 안전한 글로벌 AI 생태계를 만드는 주춧돌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AI 3대 강국’이라는 구호를 넘어, 기술 주권을 가진 책임 있는 리더로서 대망의 성인기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 교육자와 산업역군들에게 주어진 진정한 사명이다.

 

시사뉴스 칼럼니스트 | 신안산대학교 기술사관학교장 소방안전관리과 특임교수 김영일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영일 수소 및 연료전지 전문 행정사

신안산대학교 친환경에너지 기술사관학교장(특임교수, 기계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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