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잘 살자’는 물질적 의미가 강조됐던 웰빙의 개념이 마음의 평화로 옮겨가면서 최근 사색과 휴식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여행에서도 이 같은 트렌드는 반영돼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에너지를 소모시키며 놀자’는 형태의 관광 패턴이 저물고 문화 체험과 더불어 편안한 마음으로 나를 찾아 떠나는 가족형 여행이 떠오르고 있다. 마음의 평화를 추구하는 여행은 자본주의와 물질주의의 극한에서 도시인들에게 ‘영혼을 적시는 샘물’인 셈이다. 이 새로운 조류의 한 가운데에 바로 템플스테이가 있다.
“절을 느끼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공간”
공기 좋고 물 맑은 산사에서 명상 예불 참선 다도 산행 발우공양 등으로 내면을 비추어보는 여행이라 생각만 해도 이거다, 싶지만 도대체 어디로 어떻게 떠나야 하는지 영 감히 잡히지 않아 지금까지 미뤄만 왔다면 ‘마음으로 떠나는 산사 체험’을 권한다.
이 책은 템플스테이 운영 사찰의 풍경과 프로그램, 인근 맛집까지 완벽하게 정리하고 있는 템플스테이의 결정판이다. 저자 유철상 씨는 ‘Weekly Friday’를 비롯, 각종 여행전문지에서 여행전문기자로 일하면서 쌓은 다년간 노하우를 바탕으로 웰빙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여행서들로 주목받아왔다. 이 책은 저자가 2000년 ‘주간불교’에 ‘절 담 너머 풍경’이라는 칼럼을 1년 동안 연재한 것을 계기로 이후 5년 여간 충실한 현지답사를 거쳐 만들어졌다.
저자는 “우리 땅 어디를 가든 절 없는 곳이 없다. 곳곳에 산재해 한민족의 삶과 함께해온 절 구석구석을 돌아보면 어느새 ‘나’의 삶이 녹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 오죽하면 절로 ‘절’을 찾게 된다는 말이 있으랴. 접속부호처럼 절을 느끼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공간으로 찾아가는 여행, 그것이 곧 절을 찾는 의미일 것이다”고 말한다. 산사 여행은 육체와 정신의 깨달음뿐만 아니라 역사 속의 개인에 눈뜨게 한다는데 더욱 큰 만족이 있는 것이다.
이 책은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전국 21개 사찰에 대한 완벽한 가이드이자 사찰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전달하는 인문서다. 절의 풍경을 생생히 담은 컬러판 사진들과 함께 각종 절의 시설물과 도구 속에 담긴 불교학적 의미를 쉽게 풀어 소개하고 있어 읽을거리와 볼거리를 함께 만족시킨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범종은 세상의 모든 중생이 고통을 떠나 해탈하기를 바라며 치는데 아침에는 28번, 저녁에는 33번 타종을 한다’ ‘법고는 불법을 전하는 북이라는 뜻으로 북을 만드는 재료로 쓰이는 짐승의 가죽에서 연유해 짐승의 해탈을 기원한다’ 등 평소에 절에서 궁금했던 도구나 구조물 들에 대한 풍요로운 지식을 제공한다. 말을 하지 않고 화두를 생각하는 ‘묵언’, 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명상하는 ‘참선’ 등 수행법이나 불교예절 등에 담긴 의미 또한 자세히 설명한다. “불자가 아니라도 사찰에 대해 알아두면 좋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것은 무엇보다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