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BGF그룹의 소재 부문 계열사 BGF에코머티리얼즈가 케이엔더블유 인수 대금 마련을 위해 756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유증 규모만 시가총액 4분의 1수준을 웃돌 뿐만 아니라 유증 방식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형태인 '주주배정'이어서 소액주주들의 주식 가치 희석이 우려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BGF에코머티리얼즈는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마련을 위해 756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지난 9일 공시했다. 예정 발행가는 주당 5600원으로 다음 달 4일을 기준일로 1주 당 0.3372781131주가 배정된다. 신주 상장예정일은 8월25일이다.
이번 유증은 케이엔더블유 인수를 마무리 하기 위한 목적이다. 지난달 25일 BGF에코머티리얼즈는 반도체 소재 업체 케이엔더블유의 주식 518만9245주를 약 635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후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392만4646주를 500억원에 추가로 취득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BGF에코머티리얼즈는 케이엔더블유 지분 56.7%를 확보하게 된다.
BGF에코머티리얼즈가 케이엔더블유에 투자를 단행한 것은 소재사업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기존 플라스틱 사업 영역에 케이엔더블유가 보유하고 있는 기능성 소재와 케이엔더블유 자회사인 플루오린코리아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특수가스 소재 쪽으로 사업을 넓힌다는 복안이다.
실제 케이엔더블유는 디스플레이 산업향 기능성 필름 등을 통해 성장해 온 코스닥 상장사다. 특수가스 전문 회사인 솔베이코리아의 온산사업부(플루오린코리아)를 인수하며 그 규모를 키워왔다. 플루오린코리아는 과거 솔베이 그룹의 아시아 불소 소재의 생산거점 역할을 했으며, 15년 이상 무재해 사업장으로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유통주식수가 대거 증가함에 따라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희석되는 문제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 전 거래일 기준 BGF에코머티리얼즈의 시가총액은 2816억원으로, 이번 유증은 전체 발행주식수의 26.8%에 해당하는 규모다.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인수자금을 주주들의 주머니를 털어 마련하는 주주배정이라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주들 사이에서는 볼멘 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 주주는 "생산 설비, 공장 증설도 아니고 회사 인수하는 데 왜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나"라고 지적했다. 다른 주주 역시 "최대주주가 100% 청약에 참여하더라도 나머지 256억원은 거의 소액주주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면서 "이미 BGF 입장에서는 케이엔더블유 인수 자금은 마련돼 있는 상태다. 왜 추가로 자금을 조달하는지 256억원에 대한 용처는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적었다.
한편으로는 이번 유증이 단순 소재사업 강화 목적이 아닌 BGF그룹 차남인 홍정혁 대표이사 사장의 승계를 위한 밑그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BGF그룹 오너 일가 중 홍석조 회장의 장남 홍정국 BGF리테일 사장은 모태 사업인 유통(편의점 CU) 부문을, 차남 홍정혁 BGF에코머티리얼즈 사장은 새 먹거리인 소재 산업을 맡는 구조로 형제가 사업 영역을 나눠 이끌고 있다.
이번 주주배정 유증을 통해 최대주주인 BGF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BGF에코머티리얼즈에 자금을 투입하면서 추가 인수합병(M&A) 실탄 지원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이다. 1분기 말 기준 BGF에코머티리얼즈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093억원이다. BGF에코머티리얼즈의 M&A 행보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한편 이번 유증이 100% 납입될 경우 총 1350만주가 추가 상장할 예정이다.현재 BGF에코머티리얼즈의 최대주주인 BGF는 2630만11주(64.35%)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증을 통해 887만418주를 배정 받을 예정으로, 배정 물량의 100% 청약을 계획하고 있다. 100% 참여 시 지분율은 약 64.69%까지 상승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