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코로나 이후의 시대, ‘뉴 노멀’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이 책은 연세대학교 디지털사회과학센터 세미나에서의 토론 내용을 엮어 만든 것으로 정치, 경제, 사회, 복지, 노동, 심리,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코로나가 미친 영향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분석한다.
전쟁의 언어로 공포를 자극
정치학자 김정연 교수는 전 세계 곳곳에서 팬데믹 상황을 국가가 이용해, 민주주의가 쇠퇴하는 현상을 경계한다.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각국 정부는 ‘코로나-19와의 전쟁’, ‘코로나 백신 전쟁’, ‘방역 난민’ 등 전쟁의 언어로 국민들의 두려움을 자극해, 안전을 위해서라면 민주주의는 잠시 미뤄둬도 된다는 듯이 반민주주의적 조치들을 시행했다. 김정연 교수는 각국 정부에 자극적인 언어와 반민주주의적 통제보다는 민주주의적 설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
코로나 전파와 백신을 둘러싼 가짜뉴스들은 혼란 속의 우리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정치학자 이병재 교수는 팬데믹 시국에 가짜뉴스가 디지털 매체를 통해 어떻게 전파되는지 이야기한다. 이병재 교수는 이런 가짜뉴스가 왜 위험한지 근본적인 원인을 지적한다. 바로 가짜뉴스 뒤에는 소수 집단에 대한 증오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가짜뉴스 중에서도 특히 위험한 것은 코로나 백신과 관련된 가짜뉴스다. 정치학자 송정민 교수는 백신 접종이 어떻게 정치적 이슈로 변질돼 갈등을 일으켰는지 분석한다. 송정민 교수는 백신을 둘러싼 갈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이익이 국민들의 생명에 우선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통렬하게 비판한다.
비대면 정치 참여의 가능성
앞의 세 저자가 팬데믹으로 인한 위기 상황을 말한다면, 정치학자 김범수 교수는 팬데믹으로 인해 발견한 가능성을 말한다. 그는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비대면 정치 참여의 도구로 떠오른 메타버스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메타버스에서는 오프라인에서와 달리 빈부나 지위의 격차, 장애의 유무 같은 차이를 뛰어넘어 구성원들이 더 자유롭고 평등하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 대통령 후보 같은 높은 사람에게도 오프라인에서보다 더 자유롭게 질문을 던지고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다. 또한 온라인 공간 속 익명성의 폐해를 극복할 수도 있다.
사회학자 오주현 교수는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서 좀 더 일상적인 측면을 살펴본다. 오주현 교수는 이런 고령층 내의 정보 격차를 조명하며, 정보 사회에서 소외되는 구성원이 없도록 지원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강도가 높았을 때 우리는 가족, 친척,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과도 직접 대면할 수 없었다. 사회학자 임정재 교수는 이러한 사회적 상호 작용의 변화가 개인의 심리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다.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다. 원격 근무로 전환하기 어려운 직종의 저학력, 저임금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근무 시간이 줄어들면서 소득도 줄어들었다. 비대면 환경으로 노동자인지 독립 계약자인지 위치가 모호한 배달 노동자 등 플랫폼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늘어났다. 정부에서는 이런 변화에 발 맞추어 직업 교육을 실시하고 시급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손연우 교수는 주장한다.
코로나-19는 인류가 이전에 겪지 못했던 위기 상황을 불러왔지만, 그 덕분에 코로나 이전의 세상이 품고 있던 한계들이 드러났다. 우리는 그 한계들을 깨닫고 극복할 기회를 얻게됐다. ‘노멀’의 한계를 넘어 ‘뉴 노멀’로 나아가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이 책은 그 방향을 모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