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김미현 기자] 금전 갈등으로 불만을 품고 지인과 공모해 제주에 사는 50대 식당 여주인을 살해한 3인조가 구속됐다. 이들은 금전 문제로 민사소송 등에 얽혀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제주동부경찰서와 제주지방법원 오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따르면 A(50)씨와 그의 아내 B(45)씨를 살인 혐의로, 공범 C(55)씨를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전날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날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6일 오후 3시2분경 제주시 오라동 소재 피해자 D씨 주거지에 침입해 둔기로 피해자 D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피해자 D씨의 머리와 목을 둔기로 여러 차례 때려 살해했다. 부검 결과 머리 등을 크게 다친 D씨는 뇌출혈로 숨졌다.
아울러 증거 인멸을 위해 김씨는 장갑을 낀 채 주택에 침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범행 당일 C씨로부터 D씨 주거지 비밀번호를 전해 듣고 미리 집 안에 침입해 2~3시간 숨어있다가 귀가한 D씨를 살해했다. 범행 시간은 10분 안팎이다.
당시 A씨는 경찰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범행 이후 갈아입을 옷가지와 운동화를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이후 택시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수사에 혼선을 빚게 했다. A씨는 이날 동문재래시장 근처에서 차량에 대기 중이던 B씨와 만나 함께 타 지역으로 달아났다.
아내 B씨는 도피를 도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난 15일 배편을 통해 제주에 입도한 뒤 D씨를 살해하고 16일 여수행 여객선을 통해 제주를 빠져나갔는데, 예약 과정에서 제3자의 명의를 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범행 전 주택 비밀번호가 공유된 점, 옷가지 등을 갈아입은 점, 다른 사람의 명의로 배편을 이용한 점 등을 토대로 계획 범행으로 보고 있다.
C씨는 지난 8월부터 D씨와 금전 문제로 수 차례 다툼을 벌여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D씨의 지인이자 A씨의 고향 선배인 C씨가 이 사건에 깊이 관여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 부부는 D씨와 일면식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D씨와 금전 갈등을 빚던 C씨의 사주를 받아 범행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C씨와 타 지역 고향 선후배 사이다. D씨 살해를 실행에 옮긴 사람은 A씨이고, B씨는 도피를 도운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김씨는 사건 직후 피해자 휴대전화를 들고 나와 인근 다리 밑으로 버리기도 했다. 경찰은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중요한 단서가 남아있을 것으로 보고, 포렌식 등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다만, 휴대전화 파손 정도가 심해 데이터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계획 범행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며 "피의자들 휴대전화의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하고 사전 범행 공모 여부에 대해 파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 3인조는 지난 17일 수사에 나선 경찰에 의해 범행 이틀 만인 19일 모두 검거됐다. A씨 부부는 경남 양산에서, B씨는 제주시 모처에서 붙잡혔다. A씨는 지난 20일 제주동부서로 압송됐다. 그는 당시 취재진 질문에 "살인 혐의를 인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