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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커버스토리】 거래 멈춘 부동산...시장 안정·실수요자 부담 완화가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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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 정부대책...규제지역 해제·LTV 완화
대출 규제 풀었지만 DSR 유지...효과 ‘한계’
부동산 정책, 시장·실수요자 안정이 최우선
재개발·재건축 안정 추진 제도적 지원 필요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경제가 내년에는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잇달아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전국 대학 경제 및 경영학 교수 204명의 반 이상이 현재 상황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하거나 더 어렵다고 진단했다. 올 무역수지 누적적자 3백7십6억달러, 물가 상승에 내수는 얼어붙고, 금리도 급격히 오르면서 자금시장까지 나빠지고 있다. 그 한 가운데에 부동산 시장 발 신용위기 우려가 있다. 부동산은 우리 국민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실제 체감하는 위기의 강도는 더 클 수밖에 없다. 부동산시장 상황, 정부 대책,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 등을 짚어봤다. 

 

 

주택시장 침체 본격화...서울아파트 거래 최저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빙하기에서 벗어날 기미가 없다. 이런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금융시장 전반으로 위기감이 확산중이다. 신규 분양과 기존 매매시장, 금융시장이 함께 침체하는 복합위기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거래 절벽’의 심각도는 임계치에 도달했다. 


올해 수도권 아파트 매매 거래량(1~9월)은 전년 동기보다 70.3%나 줄었다. 전체 주택 대비 거래량은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현재 서울에는 주택이 3백만 채, 아파트가 180만 채 가량 있다. 이 가운데 9월에 거래된 아파트가 856건이다. 서울 1개 행정동당 겨우 아파트 2채 꼴로 거래된 셈이다. 


이런 거래 감소는 주택시장 내부, 연관 산업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커 서민경제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올해 1~9월까지 분양 물량 중 미분양이 9.4%로 지난해 말 대비 2만4,000호가 늘었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한국부동산원 실거래가격지수)도 10개월(2021년 11월~2022년 8월) 간 9.5%가 빠졌다. 강남권 등 고가 아파트 단지에서는 최고가 대비 10억원 가까이 하락한 거래도 등장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금리인상과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서울 5개 생활권역 모두 매매 가격이 하락했다”며 “10월에도 큰 폭의 하락세가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주택매매소비심리지수 역시 예상보다 빨리 얼어붙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10월 부동산시장(주택+토지) 소비자 심리지수가 80.7로 전월보다 7.3포인트 떨어져 4개월째 하강국면을 유지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심리지수가 95 미만이면 하강국면으로 본다. 주택 전세시장도 깊은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전국 전세심리지수는 76.8로 전월보다 8.3포인트 빠졌다. 서울 11.3포인트, 강원 11.1포인트, 경남은 10.8포인트 하락했다. 이런 추세는 2023년 상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부동산R114가 10월 31일부터 11월 14일까지 전국 1천738명을 대상으로 ‘2023년 상반기 주택시장 전망’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6명가량이 주택 매매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2008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 11.10 부동산 대책...“LTV만으로는 한계”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자 지난 10일 정부는 부랴부랴 제3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두 가지다. 먼저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 지난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세종을 제외한 지방 전체가 해제된 데 이어 이번에 수도권도 대거 해제해 규제지역은 서울,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만 남게됐다.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 대출, 세금, 청약제도 등에서 제한이 크게 완화된다. 


또 하나는 LTV( 주택담보대출 비율) 규제완화 시행을 내년 초에서 올해 12월 1일로 앞당겼다. 무주택 세대는 12월부터 주택금액에 상관없이 LTV 50%를 적용받게 되며 15억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규제도 해제한다.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 서민·실수요자 대출 우대 한도를 4억원에서 6억원으로 상향했다.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주택건설업체들을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준공 전 미분양에 대해서도 5조 원 규모의 PF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보증이 이뤄진다. 이밖에도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보유세 인하방안까지 추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장에서는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비율(LTV)을 올려서 대출을 완화해줬지만, 소득 한도내에서 대출 원리금을 계산해 대출 해주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규제는 여전히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대출 이자가 크게 올랐는데 소득은 늘지 않아 실제 대출 금액은 줄었다. DSR은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의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로, 소득을 기준으로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금리가 오르면 원리금 상환액이 커져 상환액 비율도 올라간다. 예를 들어 연소득 5천만원인 직장인이 4억원을 대출받는다면(30년 원리금 균등상환) 금리가 2.75%일때는 DSR이 40%이내로 4억원 대출이 가능하다. 그런데 금리가 6%라면 DSR이 57.56%로 대출이 불가능하다.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도 부담이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 중반까지 올랐다. 4억원을 대출받은 사람의 경우 올해 초 월 2백만원이던 원리금이 지금은 3백만원으로, 100만원 가량을 더 내야 한다. 수요심리를 자극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규제를 상황별로 풀어줘야 그나마 매수심리가 살아날 것”이라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취득세 등과 대출 규제 등을 상황별로 보다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격 정상화’ 과정이더라도  부동산 연착륙 시급


정부도 고민이 깊다. 부동산 대책이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과거 과도하게 상승했던 주택가격의 일정 부분 하향 조정은 불가피하나, 최근의 가파른 금리인상 추세와 결합한 급격한 시장 냉각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고 이번 부동산 규제 완화 배경을 설명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그간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과도하게 유지돼 온 부동산대출 규제를 정상화하겠다”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도 부동산 시장 안정은 필수이며,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주택가격의 급격한 하락이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번지지 않도록 급한 불을 먼저 끄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이번에 정부가 완화한 규제는 애초에 잘못된 정책으로 언제든 폐기해야 할 규제지만 부동산 가격하락을 막기 위해 푼다는 관점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든 하락하든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이다. 지금의 주택가격 하락도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가격이 원래 정상수준으로 복귀하는 과정으로 본다. 2018년 수준으로 내려가도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효과도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에 거래 절벽이 발생한 이유는 소득대비 부동산 가격이 높고, DSR 규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LTV를 완화한다고 급격히 오른 높은 주택가격을 대출로 맞출 수는 없다는 의미다. 작년 DSR을 조정할 때 금리가 2%대였다. 지금은 대부분 5%가 넘는다. DSR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지금의 금리에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소득이 증가한 사람은 거의 없는 상황. 결국 현재 하락한 주택가격 만으로는 거래절벽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다만 이번 조치가 가계부채 건전성 관리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 가계부채의 경우 올해 들어 순증이 –2~3조였다. 사람들이 돈을 빌리지 않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 전망이 없는 한 당분간은 이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부동산 시장 연착륙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있다. 정부의 판단과 일맥상통한다. 이들은 부동산 문제는 급성질환에, 가계부채 문제는 만성질환에 비유한다. 당연히 급성질환 치료가 우선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의 부동산 연착륙 정책 방향은 ‘맞다’고 본다. 하지만 이번 대책만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는 동의한다. 이유는 이번 LTV 완화에 해당되는 수요층이 제한적이라는 것. 이 수요층은 소득도 높고 구매 욕구도 있지만 지금 굳이 사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내년에 미국 금리가 더 오르면 주택 가격도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 기다릴 것으로 봤다. 결국 이번 11.10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을 구매할 사람은 거의 없다고 전망한다. 다만 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 사이에 뚜렷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순 없다는 주장도 있다. 금리가 오르면 투자비용 부담으로 신규 매매 수요가 줄고 부동산 시장이 하락한다는 모델에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 사례가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금리 인상에도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금리·경기 하방 압력에도 부동산 시장이 하락기 정점을 찍었다. 지금 상황이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1년과 비슷하다는 시각이 있다. 그때도 주택가격이 추락하면서 강남 불패신화가 깨지고 ‘하우스푸어’가 양산됐다.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시공능력순위 100위내 건설사 25개가 구조조정 되고 저축은행 30개가 정리됐다. 하지만 두 가지 행운이 있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행운 하나는 당시 중국경제가 7% 이상 성장하면서 대중국 수출이 호황을 이뤄 우리 경제도 같이 성장했다. 두 번째 행운은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우리 통화정책에 여력이 있었다는 의미다. 이 두 가지 요인으로 당시 구조조정을 큰 타격 없이 넘길 수 있었다. 


지금 상황은 당시와 반대다.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3.2% 수준이다. 여기에 기조를 내수 중심 경제로 바꾸면서 수출여건은 예전만큼 못하다. 미국 금리도 한국보다 높아 통화 정책의 여유 공간도 거의 없다. 구조조정 여력이 거의 없다는 의미. 부동산 연착륙 준비를 선제적으로, 과감하게 하지 않으면 그 여파가 실물경제 전체에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주택가격의 하락만이 아니라 속도도 문제다. 급격히 수직낙하하면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것을 방지하자는 것. 더구나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국민사이에 선호가 극명히 갈리는 사안이라 정책 공간도 넓지 않다. 부동산 가격 수직낙하가 ‘영끌족’, 금융권, 건설사에만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라 경제 전반의 위기를 당기는 ‘트리거(trigger)’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시장에 가장 위험한 건 급격한 변동성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IMF는 세계경제가 –5.2%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결과는 현재까지 –2.9수준이다. 그 정도에서 선방할 수 있었던 데 재정·통화 정책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금 세계는 그 비용을 지불하고 있고 내년에는 더 본격화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부동산 시장이 그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근의 가파른 금리 인상 추세와 결합한 급격한 시장 냉각 가능성은 정부가 당연히 사전에 경계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있다. 이제 정부의 유효적절한 상황별 대처가 매우 중요해졌다. 다만 급작스런 정책 변화는 과거 예에서 보듯이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가장 위험한 시장은 갑작스럽게 가격 변동이 이뤄지는 시장이다. 정부가 예고한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 동결과 집값 급등에 따른 보유세 인하 방안도 이런 관점에서 신중하게 다뤄야 할 사안이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한 번의 극약처방으로 안정될 상황이 아니라는 데는 시장, 전문가 모두 동의한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숨통을 터주는 조치가 필요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시장의 중장기적 안정과 실수요자 부담 완화라는 두 가지 최종적 목표 아래 일관성 있게 후속 대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많다. 


특히,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며 주택 건설사업과 주택매매시장 침체가 이어질 수 있어 상황별로 신속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공급 여건이 원활하지 않아 이와 관련한 제도와 규제의 합리화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진형 전 한화증권 대표는 현 부동산 시장 흐름과 관련해 “거의 시나리오는 정해졌다. 똑똑똑 떨어지는 물방울로 고문을 당하는 꼴로 두고두고 고생할 것이다”면서도 “시스템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걱정도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가 그 정도까지 갈 수준은 아니다. 부동산 가격의 문제보다 장기화 될까 그게 걱정이다”고 전망했다. 올해 노벨상 받은 버냉키는 ‘21세기 통화정책’이란 그의 책에서 “주택가격 붕괴로 야기된 경기침체가 훨씬 깊고 오래간다”고 인용했다. 두 사람 모두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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