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백순 기자] 정부가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완화한 지 하루만에 '스텔스 오미크론'(BA.2)보다 전파력이 더 센 새 변이가 국내에서 확인되면서 방역 당국이 초긴장하고 있다.
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미국에서 입국해 이튿날 코로나19에 확진된 50대 여성 A씨의 검체에서 오미크론 BA.2.12.1 변이가 검출됐다.
A씨는 확진 이후 현재까지 특이한 증상 등을 보이진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밀접접촉자는 총 16명이지만 아직까지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진 않았다.
BA.2.12.1은 BA.2에서 재분류된 세부 계통 변이로,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처음 검출됐다. 현재 뉴욕 등 미국 북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변이는 BA.2(스텔스 오미크론) 변이보다 23~27% 빠른 검출 증가 속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 당국은 BA.2.12.1의 빠른 전파력으로 인해 국내 유행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중증도가 더 높다는 증거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봤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BA.2.12.1이 어느 정도 (국내 유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국내에서도 한 비중을 차지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의 감소 경향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최근 국내에서 확인된 오미크론 재조합 변이도 추가 발생 사례가 나왔다. 지난달 9일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XE 변이와 같은 달 17일 검출된 XM 이 각각 1건씩 추가됐다.
아직 국내에 유입되지는 않았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에서 확산되고 있는 BA.4, BA.5 변이에 대해서도 방역 당국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BA.4와 BA.5 변이는 감염 후 얻게 되는 자연면역 또는 백신에 의한 인공면역을 회피한다는 남아공 연구진의 연구 결과도 나온 상태다. BA.4는 남아공과 영국 등 15개국, BA.5는 남아공과 포르투갈 등 14개국에서 확인되고 있다.
방대본 측은 "우리나라는 재조합변이 발생이 나타나는 기간이 다른나라 보다 짧고, 전세계적 확진자수 감소추세 속에서 재조합변이의 수가 아직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도 변이가 전파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임에 따라 계속 해외동향 모니터링 및 국내전파·해외유입 등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유행이 안정되면서 하늘길이 열린 만큼, 방역 당국은 변이가 유행하는 국가를 여행하는 이들에게 각별히 주의해줄 것을 당부했다.
방대본은 "해외 방문 예정인 국민은 접종을 완료하고 필수 목적 외 방문은 가급적 자제해달라"며 "필수 목적으로 해외를 방문하더라도 국내 입국 전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입국 후 최소 7일간은 대면 접촉을 최소화해달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현재 PCR 검사가 고위험군 위주로 축소되고 대부분 신속항원검사(RAT)로 전환됨에 따라 변이 분석을 실시할 검체 확보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는 PCR 검사로 확보된 검체 중 무작위로 변이 분석을 실시하며, 역학적으로 조사가 필요한 확진자가 전문가용 RAT를 받은 경우 추가로 PCR 검체를 채취해 변이를 분석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역학조사가 간소화됐고 빠르면 오는 23일 격리 의무가 권고로 바뀌면 변이 확산을 차단할 '골든타임'을 놓칠 위험도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제는 항공편이 많이 열려있기 때문에 변이가 들어오면 5월 하순이나 6월쯤 유행이 슬그머니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전장유전체 분석 및 검역 규제 등이 풀어진 상황에서 면밀한 변이 모니터링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든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