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백순 기자]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국내 장시간 노동자가 약 6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다음달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주52시간제 손질 등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을 예고하고 있어 노동계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은 2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장시간 노동 실태와 유연근무제 도입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분석은 통계청이 매년 4월 조사하는 지역별 고용조사(B) 원자료와 8월 조사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원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모두 지난해 기준 자료로, 각각 노동시간과 유연근무제 현황 분석에 활용되고 있다.
분석 결과 주52시간을 초과해 일한 노동자는 지난해 4월 100만1000명으로, 주52시간제가 도입되기 전인 2017년(244만7000명)보다 144만6000명(59.1%) 줄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법정 근로시간 1주 40시간에 연장 근로시간 1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 노동 정책인 주52시간제로, 2018년 3월 법 개정을 거쳐 그 해 7월부터 순차 시행됐다.
업종별로 보면 지난해 4월 기준 주52시간 초과 노동자가 가장 많은 업종은 음식업 및 주점업(13만2000명)이었다. 다만 2017년(30민7000명) 대비 17만5000명(57.1%) 줄며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특히 국제노동기구(ILO)가 과로사 기준으로 명시하는 주60시간을 초과해 일한 노동자는 지난해 4월 25만명으로 2017년(66만2000명) 대비 41만1000명(6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동연구원은 "주52시간제 도입은 장시간 노동자 감소 효과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과로사 기준을 넘겨 일하는 노동자도 줄이는 효과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선택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근로시간 유연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어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공약집을 통해 주52시간제 보완책인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현행 1∼3개월에서 1년 이내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주52시간제 유연화인 셈이다.
노동계는 지난해 유연근무제 활용 노동자가 역대 최고 수준인 353만3000명을 기록했다는 통계도 반박했다.
유연근무제 활용은 재택 및 원격근무제(114만명)와 시차출퇴근제(105만5000명)를 활용한 노동자가 많았는데,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 때문이라는 것이다.
새 정부가 추진을 예고하고 있는 탄력근로제(96만9000명), 선택근로제(81만7000명) 등은 그 뒤를 이었다.
민주노동연구원은 "노동자가 선호하는 재택근무제 확산은 거론하지 않은 채 새 정부의 대선 공약은 사용자가 선호하는 선택근로제 확대만을 포함하고 있다"며 "노동 현장에서 갈등이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장시간 노동 실태와 유연근무제 도입 현황 분석 결과를 민주노총과 노동운동이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추진할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에 대응하는 데 활용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