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정부가 내년 전세자금 대출에 대한 공적 보증 비율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앞으로 전세대출 받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원회는 '2022년 금융정책 추진 방향' 업무보고에서 가계대출의 질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전세대출의 공적보증 과잉의존을 축소하고, 금융회사의 리스크 공유를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세자금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 등 상대적으로 규제수준이 낮은데다, 주택금융공사·SGI서울보증·주택도시보증공사 등 보증기관들은 금융사의 전세대출에 대해 80~100% 비율로 보증을 해주기 때문에 과잉대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부동산 영끌 대출 열풍에 전세난까지 덮치면서 급증, 전세자금 대출은 가계부채 폭증의 주범으로 떠올랐다. 지난 6월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48조5732억원으로 4년 전인 2017년 6월말 대비 95조7543억원(181.2%)이 증가했고, 1년 새 26조원이 늘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세대출의 경우 은행은 통상 5억원 이하의 범위에서 전세보증금의 80%를 대출하고, 보증기관은 은행에 대해 대출금 90% 이상을 보증하는 형태로 이뤄지면서 은행 입장서는 낮은 위험으로 이자수익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권의 공적모기지와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보증비율을 점진적으로 인하해 리스크에 대한 은행권의 자기책임 비중을 확대하고 과잉대출 유인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10·26 가계부채 관리강화 방안에 전세자금 대출을 DSR에 포함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으나, 서민 주거 안정성을 해친다는 비난 여론에 부딪혀 결국 한 발 물러났다. 또 총량관리 강화로 은행 신규 전세대출이 막혀 서민 실수요자들이 길거리를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올 4분기에 한해 전세자금 대출을 총량 관리 한도에서 제외한 상황이다.
하지만 내년 업무계획 중 하나로 전세대출 공적보증 한도 축소를 검토키로 하면서, 결국 내년부터는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를 본격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아니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공적 보증 비율이 낮아질수록 은행들에 돌아가는 리스크가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에, 리스크가 커진 은행들로서는 금리를 올리거나 한도를 줄이는 식으로 관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율을 올해 5~6%에서 내년 4~5%로 낮추겠다고 공언한 데다, 한시적으로 은행들의 총량관리에서 제외됐던 전세자금 대출이 다음달부터 다시 포함되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 은행입장에는 공적보증이 신용이나 마찬가지인데, 이 비율을 줄이고 그만큼 은행에서 리스크를 부담하라 하면 은행은 대출심사를 더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뿐만 아니라 정부가 DSR에 전세자금을 포함하지 않겠다곤 했지만,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확신할 수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실수요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면서도, 전세자금 대출 규제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이러한 방침에 시장에서는 또 한 차례 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대출규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서민과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지지 않도록 중·저신용자 대출과 서민금융상품에 충분한 한도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