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전셋값이 기존 호가 대비 5000만원에서 1억원 가까이 떨어졌어요."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대장주로 불리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단지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셋값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지만, 전셋값이 워낙 급등한 탓에 신규 세입자들이 들어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에 전세 계약은 대부분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계약 연장 건"이라며 "전세 매물이 조금 늘었지만, 신규 계약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의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고 있다. 또 2년 2개월여 만에 전세를 구하려는 수요보다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 더 많아지면서 매물이 쌓이고 있다.
정부는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매물이 늘고, 가격 상승세도 둔화하면서 전세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부동산 시장에선 최근의 전세 수요 감소가 전셋값 하락으로 이어질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전셋값이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고, 전셋값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인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 등 불안 요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와 같이 0.10% 상승했다. 강북지역에선 용산구(0.12%)는 이촌·서빙고동 등 구축이나 중소형 위주로, 마포구(0.12%)는 교통여건 양호한 대흥·중동 위주로, 은평구(0.12%)는 은평뉴타운과 신사·응암동 역세권 위주로 상승했다.
강남에선 강동구(0.12%)는 고덕·상일동 역세권이나 구축 위주로, 강남구(0.10%)는 수능 이후 학군수요 증가한 일원·대치·도곡동 위주로, 서초구(0.07%)는 정주 여건 양호한 양재·반포동 주요 단지 위주로, 송파구(0.06%)는 풍납·방이동 대단지 위주로 올랐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학군 양호한 지역이나 직주근접 수요 있는 역세권, 선호도 높은 신축 위주로 오르며 지난주 상승폭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전세 매물도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3만964건으로, 지난해(1만5523건)와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었다.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 전세 매물은 416건으로, 1년(14건) 전에 비해 30배 가까이 늘었다.
전세 매물이 늘면서 수급 상황도 달라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전주(100.0)보다 0.9p(포인트) 내린 99.1을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가 기준선(100) 밑으로 내려가기는 2019년 10월 21일(99.9) 이후 약 26개월 만이다. 이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공급 우위를,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 우위를 의미한다.
일부에서는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이 2년 2개월 만에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는 등 다소 안정세를 보이자, 급등한 전셋값이 조만간 하락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전셋값 하락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7월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담은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세입자의 이동 수요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셋값 불안 요소도 여전하다. 내년 7월 임대차법 시행 2년 차가 되고,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이후에는 계약 연장 매물이 신규 매물로 전환하면서 전·월세 가격이 상승이 불가피하다. 또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입주 물량 감소도 변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2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463가구로, 올해(3만1211가구)보다 34.4% 감소한다. 이는 2019년(4만9359가구)에 비해 절반 이하로 급감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만성적인 수급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하면 전셋값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내년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후 전세 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전세 수요는 여전한데, 내년에 신규 공급 물량이 줄어 수급불균형으로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전세 매물의 수급불균형이 심해지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신규 물량 공급 확대 등 만성적인 수급불균형의 해소 없이 전세시장의 안정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