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대출규제 여파로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줄면서 강북구, 관악구 등 서울 외곽 지역의 집값 오름세가 주춤한 반면 강남3구 등 고가 아파트들이 많은 지역은 여전히 뜨거운 상태로 서울 내에서도 지역별 차별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1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6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10% 올라 전주와 같은 상승률을 유지했다.
서울 강북구(0.01%)와 관악구(0.01%), 동대문구(0.02%), 금천구(0.04%), 중랑구(0.05%) 등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달 전인 10월 첫째 주 강북구(0.05%), 관악구(0.09%), 금천구(0.19%), 중랑구(0.11%) 상승률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낮아진 것이다. 지난 9월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를 본격화하기 시작한 뒤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8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서울 일부 지역에서 아파트 가격이 하락 진입 직전 수준까지 안정되는 추세"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이와 함께 지난 11월에 거래된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 가운데 직전 거래보다 하락한 가격에 거래된 비중이 41.3%(10월 30.1%)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조사결과도 공개했다.
하지만 서울 자치구별 상승률을 보면 용산구(0.22%), 서초구(0.19%), 강남구(0.14%), 송파구(0.14%), 강동구(0.13%) 등 초가가 아파트들이 모여 있는 지역은 여전히 높은 오름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처럼 지역별로 온도차가 극명해 서울 집값이 고점을 찍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 25개 구 중 22개구에서 상승폭이 축소되거나 유지됐지만 일부 재건축이나 고가 단지는 상승하는 등 지역별, 가격별 차별화 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강남권에서는 거래절벽 속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9일 38억원에 거래돼 한 달 만에 2억원이 올랐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도 지난달 15일 45억원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저가 아파트 실수요 층은 손이 묶인 사이 초고가 아파트는 현금이 많은 고액자산가 중심으로 매수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담 강화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꾸준한 것도 초고가 아파트 신고가 배경으로 꼽힌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 대출을 통해 아파트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아파트 거래가 줄면서 상승폭이 둔화된다"며 "이전부터 대출이 되지 않아 현금부자들만 매수할 수 있었던 초고가 아파트 시장은 대출규제나 금리인상에 따른 영향을 덜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추세를 볼 때 서울 집값 상승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집값을 고점으로 보고 어렵다는 얘기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내년에 집값 상승률이 올해보다는 절반 수준으로 둔화될 수 있지만 그래도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내년에 대통령 선거, 지방 선거 등 선거 이슈가 집값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