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대통령, 헝가리 오르반 총리와 업무오찬회담
文 "헝가리, 동유럽 진출 교두보"
오르반 총리, "韓투자 환영"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한국 대통령으로는 20년 만에 헝가리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회담을 갖고 실질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헝가리 총리실에서 오르반 총리와 업무오찬회담에서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헝가리에 방문하게 되어 기쁘다"며 먼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한국과 헝가리는 1989년 수교 이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기반으로 신뢰를 쌓았다"며 "특히 총리의 '동방정책'으로 경제협력과 인적교류가 더욱 확대되었다"고 말했다.
오르반 총리의 '동방정책'은 유럽연합(EU)에 과도하게 집중된 헝가리의 경제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아시아 국가와의 협력 확대에 방점을 두고 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이날 '전락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양국 관계를 언급하며 "전기차 배터리는 물론 ICT, 태양광 등 첨단산업 분야의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과학기술과 보건, 기후변화의 문화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의 보다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는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 전통 유산과 미래의 혁신을 함께 가꾸고자 하는 점, 가족 중시, 교육열 등 한국과 공통점이 많다"고 공감을 표했다.
이어 "헝가리는 한국의 성공을 배우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오찬을 통해 양국이 향후 10년을 위한 대화를 나누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20년 전, 오르반 총리와 김대중 대통령의 만남으로 양국 공동번영의 전기가 마련되었는데, 오늘 회담이 연대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지난 1998년 선출된 오르반 총리는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난 바 있다. 이후 오르반 총리는 2010년부터 오르반 2기 내각(2010~2014년)을 시작으로 3기 내각(2014년~2018년), 4기 내각(2018년~)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문 대통령은 "헝가리는 한국의 동유럽 진출 교두보이고, 한국은 헝가리의 아시아 진출 교두보"라면서, 한국과 헝가리 관계를 강조했다.
이에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에 투자하는 여러 국가가 있지만, 한국의 이미지가 좋고, 한국 기업의 투자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는 기초과학의 수준이 매우 높아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양국간 대학교육 협력을 제안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오르반 총리는 올해 비세그라드 그룹(V4) 창설 30주년을 맞아 오는 4일 헝가리에서 열리는 제2차 한·V4 정상회의 개최에 의미를 부여하고, 한·V4 협력 강화를 위해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한편 이날 업무오찬 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과 오르반 총리는 축구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축구 선수 출신인 오르반 총리는 유명한 '축구광'으로 타국 축구 경기까지 챙겨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에 따르면 35살에 총리로 선출된 오르반 총리는 총리 신분이자 3부 리그 축구선수로 경기를 한 당시를 떠올리며, 문 대통령에게 환호도 받지만 플레이가 잘 안 될 때는 비난도 많이 받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축구가 굉장히 민주적인 운동이라며, 아프리카에서도 축구공 하나만 있으면 축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민주적이라고 말했다.
오르반 총리는 아무리 총리라도 축구장에서 동료들과는 총리의 신분과 상관없이 축구팀 선수 일원으로서 동등하게 뛰었다는 측면에서 민주적이었다고 답했다.
오르반 총리는 영국 토트넘 소속 손흥민 선수가 2019년의 가장 아름다운 골로 헝가리의 축구 영웅 푸스카스의 이름을 딴 '푸스카스 상'을 받았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