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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미래정치 시리즈 ⑥] 오태양 “대한민국 선진국의 조건, 행복국가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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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쟎아요”

 

벌써 30년 전, 추억의 영화 제목이 새삼스럽다. 성적 비관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한 여중생의 실제 유서 마지막 문장이 영화의 모티브였다. 청춘 배우들의 인기와 연기력이 더해져 영화는 종전의 히트였다. 한국 사회에 ‘행복과 경쟁’에 관해 던진 충격적 질문에 사뭇 진지한 논의가 이어졌었다. 질문은 반란이 되었다. 급기야 5년 후 서태지의 ‘교실이데아’ 혁명으로까지 이어졌으니 말이다.

 

한때 유행어가 되었다. 시험 성적을 가지고 나무라던 부모님과 선생님을 향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랑께요~’ 라고 나는 또래들과 함께 키득거리며 혼날 위기를 모면하곤 했었다. 반강제적인 학원, 과외와 야간자율학습을 ‘땡땡이’ 치는 소심한 저항도 사뭇 용인되던 때였다. 그 때는 그렇게 농담이 통하던 시대였다. 어이없는 미소를 짓곤 하던 어른 세대들이 우여곡절 인생살이를 지내오면서 ‘행복의 실체’를 이미 훤히 꿰뚫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곤 했었다.

 

영화가 개봉한 1989년은 노태우 정부의 과외 허용 조치로 사교육 시장이 후끈 달아 오르던 시기였다. 경제는 3저 호황에 힘입어 연평균 10%의 비약적인 성장세를 이루었다. 87년 민주화 국면과 88년 올림픽 신화가 한국 사회에 성공 질주 본능을 한껏 불어 넣었다. ‘명문대-대기업-내집마련 10년의 꿈’ 이 한국 사회를 지배했었다. 누구나 성실히 도전하면 ‘성공과 행복’을 거머쥘 수 있다는 희망이 개인과 사회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그로부터 30여 년, 한 세대가 훌쩍 지났다. 해외원조에 의지하던 최빈국 한국은 80년대 한강의 기적으로 일군 개발도상국을 거쳐 2021년, 드디어 세계 열 손가락에 드는 경제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 국방력은 세계 6위 즈음이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에서 G8 글로벌 선도국으로 멋지게 승천한 셈이다. 나라는 부국강병을 이루었는데 그만큼 우리 국민은 행복할까? 우리는 삶의 행복을 어떻게 정의하고 체감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시민들이 느끼는 행복감이 경제 성적순이 아니라는 국제 지표는 명확하다. 유엔 자문기구가 해마다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은 2021년 50위(전체 95개국)로 평가되었다. G2 중국은 52위다. 늘 그렇듯이 상위 10위권은 핀란드와 덴마크 등 대부분 유럽의 복지 선진국들이 차지했다. 국가경제력과 국민행복도는 꼭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스털린의 역설’이 검증되는 셈이다.

 

무엇보다 한국은 일과 삶의 조화와 균형, 소위 워라벨이 무너진 극단적 지표가 도드라진다. OECD 국가 중에서 노동시간과 학업시간이 가장 길고, 산업재해율은 가장 높다. 자살율은 무려 2배에 달하며, 출산율은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남성과 여성, 정규직과 비정규직, 중장년과 청년층의 임금·자산 격차는 여전히 높은 평행선을 달리며 좁혀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여기에 불안정한 일자리, 폭발하는 부동산, 세습되는 교육, 일상화된 기후위기는 한국 사회의 양극화와 불평등을 끝도 없이 밀어 올린다, 특히 젊은 세대의 좌절과 분노가 임계점이다.

 

공동 해법의 공간이 다가오고 있다. 2022년 대선이 5개월 앞이다. 이번 대선은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한 후 첫 대통령과 정부를 선출하는 의미가 있다. 우리의 질문은 ‘몇 등 선진국이 될 것인가?’ 가 아니라 ‘어떤 비전을 가진 선진국이 될 것인가?’ 여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따라 배울 선진국이 그다지 탐탁지 않다. ‘K-모델’이 곧 세계의 가이드가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국가경쟁력 지표를 국민총생산(GDP)에서 국민총행복(GNH)로 과감히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지난 70년 ‘경제성장우선주의’로 경제강국은 되었으나 그 밑바탕에는 국민들의 무한 희생과 유예된 삶의 질, 행복추구권이 있다. 이미 영국, 핀란드, 독일, 뉴질랜드 등 선진국가들은 행복지표와 행복예산을 국가 정책화하고 있다. 헌법 10조 행복추구권의 정신을 ‘행복기본법’으로 제정하고, 국가정책의 목표와 기준을 ‘국민행복도’로 전환하자는 취지다.

 

두 번째, ‘행복국가’ 실현을 위해서 ‘다양성 존중과 협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미래시대의 경쟁력은 창의성과 융합력 요소가 매우 중요하다. 정치경제, 사회문화의 전 영역에서 시민 개개인의 역량과 다양성이 증진될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무려 16년 최장수 독일 총리로 퇴임한 앙겔라 메르켈은 ‘협치와 다양성’으로 독일과 유럽을 이끌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세 번째,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의 기반을 만드는 것 역시 우선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일상화된 재난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팬데믹과 기후위기로부터 삶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은 마땅히 누려야할 기본권의 영역이다. 더군다나 우리는 여전히 분단국으로서 전쟁의 위험 속에 노출되어 있다. 이것은 미래세대를 위한 기성세대의 책무이다. 모든 정책과 예산을 세울 때, 미래세대의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의 관점에서 접근해 가는 것이 행복국가의 눈높이다. 기본소득과 탄소배당은 그 마중물이 될 것이다.

 

끝으로 행복국가의 실현은 우리 동네와 마을에서부터 시작했으면 싶다. 일상이 된 코로나는 시민들의 삶의 축을 직장과 도심에서 가족과 동네로 빠르게 이동시키고 있다. 지구적인 기후위기 재난을 극복하는 유일무이한 탄소중립 실천은 ‘걸어서 연결되는 마을생활권’의 되살림과 뿌리내림으로부터 해결책을 모색해 가야 한다. 정부차원의 대규모 그린뉴딜 전환과 함께 생활세계에서의 ‘우리동네 그린뉴딜’이 필요한 이유이다. 얼굴 마주하는 마을공동체의 재발견은 행복국가의 건강한 기초가 될 것이다.

 

‘행복은 성적 순’ 이라는 지난 한 세대의 허상과 병폐가 한국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제는 ‘성적 경쟁’이 부모찬스와 능력주의로 합리화되고 정당성을 획득할 정도까지 이르렀다. 이것은 일종의 ‘사회적 중독’ 현상이다. 성적만이 공정이라는 중독, 성공만이 행복이라는 중독, 나아가 경제성장만이 국가발전이라는 중독, 개발만이 부의 원천이라는 중독이다. 국가경쟁력의 체질 개선은 오랜 성장과 성공의 중독성으로부터 벗어나는 대전환을 의미한다.

 

최근 추억놀이를 모티브로 한 영화 ‘오징어게임’이 명성이다. 456억 상금을 향해 질주하는 참가자들, 최종 결승에서 게임을 멈추고 함께 목숨을 살리자는 주인공의 제안을 거절하는 장면에서 한국 자본주의의 민낯을 만나는 것 같았다. 마치 30여 년 전 영화에서 자살한 주인공의 시신을 담은 운구차가 텅 빈 학교 운동장을 휘돌 때의 허망함처럼 말이다.

 

지난 70년 간 무한성장과 적자생존의 규칙과 방식으로 1등 신화를 위해 질주해 온 우리의 삶은 정말 행복한 것이었을까? 대선 150일을 앞두고 반문해 보는 시간이다.

 

 

시사뉴스는 청년정치를 연재합니다. [코로나 시대 미래정치: 정치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이번 시리즈를 통해 대한민국 청년들이 원하는 정치의 모습을 담고자 합니다. 연재된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에도 그들의 의견을 가감없이 지면에 담았습니다.

 

이번 글은 오태양 미래당 대표가 글을 보내주었습니다. 오 대표는 ▲김제동과어깨동무 이사 ▲전 청년포럼 사무국장 ▲ 전 청년당 사무총장을 역임 후 현 미래당 대표로 청년정치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본 시리즈에 참여하고자 하는 청년정치인들은 언제든 이메일로(sisanews@hotmail.com) ▲자신의 의견과 ▲사진 등을 보내주시면 검토 후 게재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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