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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돋보기】 잔인한 한국식 느와르의 클리셰 범벅, 박훈정의 신작 <낙원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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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으로 물든 제주 바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처절하고 슬픈 이야기를 건조하면서도 서정적으로 담은 느와르물이다. <신세계> 박훈정 감독의 신작으로 베니스 국제 영화제 공식 초청작이며 엄태구, 전여빈, 차승원 등이 출연했다.

 

피할 수 없는 비극


<낙원의 밤>은 제주도의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숲을 배경으로 펼쳐지지만 폭력 수위가 높은 핏빛 느와르다. 조직폭력배들 사이의 암투를 기본으로 벼랑으로 내몰린, 운명 앞에 선 두 남녀의 교감을 더했다.


박훈정 감독의 새로운 느와르라는 면에서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하지만, 박 감독의 전작이자 대표작인 <신세계>와 비교하기에는 부족하다.


영화는 조직원 사이의 음모와 배신, 살육으로 점철되는 잔인한 한국식 느와르의 클리셰 범벅이다. 진부한 설정과 장치들이 유행이 지난 낡은 것이라는 면에서 더욱 흥미를 잃게 만든다. 고전적 장르물을 즐기는 관객이라도 만족시킬만큼 느와르적 매력을 살려낸 것도 아니다.


스토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믿을 수 없는 수준으로 예측가능하며, 비논리적이고 개연성이 어긋난 부분이 많다. 캐릭터나 대사도 무성의하다. 개성없는 캐릭터들은 몇몇 액션씬을 위해 작위적으로 행동하고 움직인다.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복수심이라던가하는 설정을 비롯해 남녀 등장인물이 서로에게 연민과 애정을 느끼는 과정도 진부하고 피상적이다.


해가 뜬 직후나 해가 지기 시작하는 시간대인 ‘매직 아워’와 흐린 날을 가려서 촬영하며 자연의 어둑하고 서글픈 느낌에 캐릭터의 상황을 대입시켜 인물들의 감정을 대변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제주도의 풍경을 담은 영상도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하고 잔혹한 폭력과 대비시키는 의도를 인상적으로 살리지는 못한다.


<신세계>의 엘리베이터 장면을 연상시키는 밀폐 공간의 칼부림이나 자동차 추격, 대규모 총격을 비롯해 장르적 쾌감을 의도한 야심찬 액션들이 등장하지만 인상적이지 못하다. 사실성이나 디테일이 부족하고 시각적으로 신선하거나 감각적인 연출이 크게 없다. 등장인물의 감정선과 연결되거나 세계관을 만들어내지 못한채 잔인하기 위한 잔인한 장면들의 나열에 머문다.

 

 

1990년대적 낭만 감성


배우들에 대한 기대도 컸던 영화다. <밀정>, <택시운전사>, <안시성>, 드라마 <구해줘2> 등에서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입증해온 엄태구가 느와르 장르의 주연 배우로써 지금까지 보여준 가능성을 뛰어넘어 연기파 배우로 입지를 다질 것인가 주목됐다.


또 다른 주연배우 전여빈도 이 영화의 중요한 감상포인트다. 영화 <죄 많은 소녀>부터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빈센조>까지 최근 대세배우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전여빈의 연기 폭을 확인할 기회다.


세 번째로, 정통 느와르에 도전한 차승원의 연기도 흥미롭다. 이외에도 공무원 ‘박과장’으로 등장한 이문식, 태구의 보스 양사장 역의 박호산도 열연을 펼쳤다. 연기자들이 다양한 매력을 선보이긴 하지만, 캐릭터의 한계를 구제하진 못한다.

 


<낙원의 밤>은 1990년대~2000년대 초반의 낭만적 감성에 가깝다. 신체훼손 표현이 높은 수위로 잔인하게 표현되는데도 불구하고 그렇다. 영화의 등장인물과 상황은 오늘날의 현실보다 장르의 역사 속에 존재할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은밀한 살인을 목적으로 움직이면서도 마치 세를 과시할 때처럼 조직폭력배를 상징하는 복장을 하고, 고문과 살인을 밥먹듯이 하는 남주인공은 어린아이처럼 순수하며 여주인공은 위악을 떨지만 소녀처럼 감상적이다. 이 모든 표현들은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관객의 영화 추억 속에 이미 존재하는 익숙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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