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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 ⑭ - 백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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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  오늘은 백운대다. 벌써 12월도 마지막 주말이다. 올 한해는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비정상의 상황을 맞아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어느덧 세모가 왔다. 매주 같이 산행하는 친구들도 정부의 거리 두기 강화 정책으로 모든 산행은 잠시 쉬기로 했다.


지는 해는 다시 뜨기 위해 지는 법. 2020년 경자년의 마지막은 아무래도 내가 거주하고 있는 고양시의 자랑인 ‘고양시 덕양구 산 1번지’의 북한산 백운대로 정하고 혼자서 구파발로 향한다. 


구파발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북한산성 입구 정류장에 내려 김밥 한 줄 사서 배낭에 넣으며 신발을 단단히 매었다.
계곡을 따라 오르기 시작하니, 허! 한동안 안 와본 사이 달라진 것이 있었네, 몇 년 전부터 유적 발굴 조사를 하던 ‘서암사’ 터에 한옥 건물 두 채가 들어서 있다. 아마도 대웅전과 요사체가 거의 완성을 바라보는 듯하다. 

 

 

북한동 공터에서 잠시 휴식하며 바라보는 백운대는 저만치 까마득히 서 있다.
‘보리사’를 옆에 끼고 본격적으로 계곡 길을 향해 오르기 시작하니 땀이 나기 시작한다. 한참을 오르다 보니 길옆으로 일주문 하나가 서 있다. 대동사일주문의 양옆에는 주렴으로 ‘제악막작(諸惡莫作) 중선봉행(衆善奉行), 자정기의(自淨其意) 시제불교(是諸佛敎)(그 어떤 나쁜 짓도 하지 말며, 착한 일은 받들어 행하고, 스스로 그 마음을 맑히는 것, 이 모든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라고 쓰여 있다. 법구경의 한 구절이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에게 또 착하게 살라 가르침을 던지고 있다.


계곡 길은 점점 가파르고 숨이 턱에 차오른다. 오를 때는 힘들고 숨차니 백운대를 오른다는 목표만을 가지고 견디며 주변을 바라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내 삶을 돌아보니, 젊은 시절은 사회가 던져준 목표를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리다 보니 주변을 바라볼 여유가 없었다. 


이제 은퇴를 하고 돌아보니, 힘들게 살았더라도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를 가지고 살았으면 좋았겠다고 생각되지만, 산을 오르며 느끼는 것은 오르는 길에 주변의 경치를 살피기에는 그만한 내공을 쌓아야만 가능하며, 난 아직 그런 여유를 가질 그릇이 못 됨을 알겠다. 오르는 길도 힘을 잘 분배하여 여유를 가지고 주변 경관을 즐기며 사는 내공을 미리 배워 놓을 걸 하는 아쉬움도 든다.


겨우 오른 백운동 암문. 이만큼 오르니 주변을 바라볼 여유가 생긴다. 언제 올라와도 백운대 주변의 경관은 정말 서울의 보물이다. 그 복작거리는 서울을 떠나 한 시간 내에 이런 비경(祕境)을 만날 수 있다니! 마지막 피치를 올린 끝에 드디어 백운대 정상에 섰다.


정상에서 힘차게 나부끼는 태극기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백운대 넓은 바위에 앉아 김밥으로 요기를 하며 가지고 간 차 한잔을 마신다. 정상에서 보는 것은 아래에서 보던 풍경이 아니다. 바람도 세차고 환경도 다르다. 옛사람들이 젊었을 때는 높은 곳에 올라 호연지기를 기르라는 말뜻이, 이제야 어렴풋이 이해가 간다. 같은 곳을 바라보아도 보는 높이에 따라 그곳의 인상이 많이 달라진다. 사람도 같은 것을 바라보아도 생각의 위치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인식을 가질 수 있다. 


맹자도 설명하기 어렵다던 호연지기(浩然之氣)란 어떤 현상이나 상황을 가능하면 높은 위치에서 부분적이 아닌 전체적인 것으로 파악하려는 자세라는 생각이 든다.


내려오는 길은 급경사를 피해서 만경봉을 돌아 북한산 대피소 쪽으로 돌았다. 오랜만의 산길은 예전 다니던 때보다 정비가 되어 오가기가 많이 편해졌다. 길옆의 나무들이 추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겨울눈을 만들고 있는 것도 눈에 들어온다. 겨울눈은 아린(芽鱗)이라 하여 ‘잎눈’과 ‘꽃눈’의 두 가지가 있으며 잎눈은 잎의 압축된 정보를, 꽃눈은 꽃의 압축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생명체이다. 겨울의 나목은 이렇게 한겨울에도 내년을 꽃피울 잎눈과 꽃눈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용암문을 지나 북한산 대피소에 도착. 보온 차 한잔을 마시며 주위를 둘러본다. 이곳은 용암사가 있던 절터로, 3층 석탑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돌무더기가 옛 자취의 흔적으로 남아 있는 공터에 대피소를 지었다. 대피소에서 중흥사 길 계곡으로 하산을 하니, 계곡물은 얼음으로 뒤덮여 있고 산길은 햇살을 머금고 따스하다. 낙엽 수북한 산길을 내려오니 길옆으로 중흥사가 보인다.


중흥사는 몇 년의 복원 공사로 제법 산사의 정취가 있다. 살짝 올라가 본 중흥사. 안내판에는 숙종 때 북한산성을 쌓고 산성 내 사찰의 승병을 관리하고 지휘하던 승군 사령부가 있던 큰 사찰이었다 하나, 큰 사찰이 되기 전, 조선 초의 어느 시절, 신동으로 소문난 김시습이 이 삼각산 중흥사에서 공부하다가, 단종이 세조에게 왕위를 양위했다는 소식을 듣고 발광한 김시습이 해우소에 빠진 뒤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되어 전국을 떠돌며 파란만장한 생애를 보냈다고 한다.


율곡은 김시습을 일러 심유적불(心儒跡佛/마음은 유가였지만 자취는 불가)이라 평했다지만, 한 시대의 천재도 시대를 만나지 못하면 그저 한 기인(奇人)일 뿐인가 아니면 또 다른 역사의 소용돌이가 조용히 꺼져간 것인가 의문도 든다.


중흥사 밑의 ‘산영루’는 언제인가 단청을 했다. 복원한 지 몇 년 만에 단청 입은 산영루의 화려한 자태가 그 아래 계곡과 참 잘 어울리며 추운 겨울에도 화사한 한국적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며 북한산 계곡의 명소가 되어가고 있다.


내려가는 산길의 중성문을 지나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서, 2020년을 보내고 2021년 신축년을 맞이하며 우리에게 앞으로 갈 길이란 무엇이며 모두가 힘들어하는 이 코로나 상황은 어떻게 될 것인가 누군가에게 묻고 싶은 생각이 났다. 아무도 가르쳐 주는 이 없는, 가보지 않은 길 앞에서는 한 발 내딛는 것조차 두려운 법이다. 


그래서 석가 입멸 시 ‘아난’도 “세존께서 안 계시면 저희는 무엇에 기대어 인생길(道)을 가느냐”고 여쭈었을 때 석가는 自燈明, 法燈明이라 답했다. ‘스스로의 등불로 길을 밝히라, 불법으로 길을 밝히라’. 부처 아닌 우리가 스스로 길을 밝히기가 어디 쉬운가!


나무는 자등명(自燈明)의 어려움을 안다. 그래서 나무는 힘들 때는 아무 말 없이 서로 곁에서 버텨 주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되는 법임을 안다. 혼자서는 힘들고 무서워도 함께 견디며, 춥고 긴 겨울을 견디는 게 성숙이며 옛 솔로몬 왕자의 지혜인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명언처럼, 봄에 화사한 꽃으로 피려면 이 추운 시간이 꼭 필요했음을 북한산의 겨울 숲은 말없이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나무처럼 같이 견디며 이 한 시절도 잘 넘길 수 있음을 안다.


5시간의 산행으로 다시 북한산성 입구에 서서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올 한 해를 보낸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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