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용근 기자] 외부에 사무실을 두고 직책과 역할 등을 정해 중고차 사기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일당을 범죄 집단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단은 '범죄 집단'에 관한 법리를 처음으로 설시한 것으로, 동일한 혐의가 적용된 이른바 '박사방' 일당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0일 범죄단체조직·활동,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4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중고차 판매 외부사무실의 대표로, 지난 2016년 11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인천 지역에서 조직적인 중고차 사기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일당과 함께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에게 범죄단체조직·가입·활동 혐의를 적용했는데, 재판에서도 이들을 범죄단체 또는 범죄 집단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과 2심은 이들 조직을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A씨 등의 범죄단체조직·가입·활동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이같은 판단이 뒤집혔다.
형법 114조는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그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을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들 조직을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까지는 아니나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에 대해 "범죄단체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출 필요는 없지만, 범죄의 계획과 실행을 용이하게 할 정도의 조직적 구조를 갖춰야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근무한 직원들의 수, 직책 및 역할 분담, 범행수법, 수익분배 구 등에 비춰 보면, 이 사건 외부사무실은 특정 다수인이 사기범행을 수행한다는 공동목적 아래 구성원들이 대표, 팀장, 출동조, 전화상담원 등 정해진 역할분담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사기 범행을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체계를 갖춘 결합체, 즉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형법이 2013년 4월5일 개정된 이후 '범죄집단'에 관한 법리를 최초로 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