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0.26 (일)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고전적 여성 서사의 재해석 <인비저블 라이프>

URL복사

가부장제 질서 주류와 비주류, 두 자매의 사랑과 애환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1950년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배경으로 두 자매의 애틋한 사랑과 애환을 다룬 드라마다. 카림 아나우즈 감독의 7번째 장편 영화로 2019년 72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 2019년 하바나 필름 페스티벌의 ‘베스트 아트 감독상’과 2020년 FEST 인터내셔널 필름 페스티벌의 ‘베스트 필름상’을 수상했다. 

 

 

 

 

자매, 자아의 거울


울창한 숲속에서 에우리디스는 함께 있던 언니 귀다가 보이지 않자 숲길을 헤맨다. 귀다의 목소리는 들리지만 울창한 나무 사이에서 언니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다. 도입부의 ‘숲속 장면’이 함축하듯 에우리디스와 귀다의 일생은 가까이 있지만 만날 수 없는, 서로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길을 잃고 홀로 남겨진 고독 그 자체다. 


영화의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편지 나레이션은 귀다의 말처럼 사실 일기다. 자매간의 애틋함은 ‘원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은 열망이기도 하고, 서로 보듬어주는 가족에 대한 소망이기도 하며,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갈망이기도 하다. 그 붙잡히지 않지만 끈질긴 희망 같은 존재는 비록 옆에 없지만 현실을 견디게 해주는 영혼의 연대기도 하다. 


에우리디스와 귀다는 진짜 가족이다. 그러나 아버지와 어머니, 남편과 자식이 있지만 그들은 조건없는 이해와 사랑, 헌신이라는 진정한 가족의 요건을 가지고 있지 않다. 보수적인 아버지 마누엘은 잘생긴 항해사와 사랑에 빠져 그리스로 도망간 귀다를 ‘가족의 수치’로 생각하고 존재를 삭제한다. 딸에 대한 안타까움은 있지만, 자신의 주장을 한 마디도 하지 못하는 어머니도 자매에게 ‘부재’나 다름없다. 가부장제 안에서 통상적 의미의 ‘좋은 가장’에 가까운 에우리디스 남편 또한 그녀가 엄마나 아내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만이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며 오스트리아 음악학교에 입학을 목표로하는 에우리디스는 아버지의 강요와 남편의 요구, 그리고 출산과 육아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귀다가 세계를 여행 중인줄로만 아는 그녀에게 언니는 용기이자 이상이기도 하다. 귀다 또한, 피아니스트로 살아가는 줄로만 아는 동생의 존재는 자신의 유일한 자존심이자 희망이다. 동생을 만나기 위해 혹독한 삶을 강인하게 견디는 귀다와 마찬가지로, 에우리디스에게 언니는 예술적 열정과 주체적 삶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원천이다. 

 


 

폭력적이고 잔인한 시스템
이 영화는 50년대를 배경으로 가부장적 사회 구조에서 자신의 삶을 박탈당하고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살아갈 것을 강요당한 여성에 대한 서사다. 여성 애환의 원형을 담은 고전적 스토리인듯 하면서도, 두 여성의 연대와 강인함을 중심으로 관객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내는 점은 진보적이다. 가부장제의 부당한 규칙에 반항하거나 실패한 여성은 밑바닥으로 밀려나야 하는 비참한 신세인 것을 영화는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별들의 고향>에서처럼 여러 남성에게 불안하게 의지하다가 나약하게 죽는 존재가 아니다. ‘아버지의 명령’에 굴복한 동생은 표면적으로 보편적 주부의 삶을 살지만 굴종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언니보다 결코 행복하지 않다. 


영화는 질서 안에 있는 여성이 질서 밖에 내쳐진 여성을 동정하던 시선을 해체한다. 이 두 사람을 구분짓고 연대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인물로 아버지와 남편을 설정함으로써, 여성을 고립시키고 도구적 존재로 머물게 하기 위해, 얼마나 폭력적이고 잔인한 시스템이 작동돼 왔는지를 고발한다. 언니에 대한 거짓 소식이 에우리디스의 의욕을 불태워버렸다는 점은 그런면에서 상징적이다.

 

 

 

 

 

당대 여성의 일상적 차별과 억압들을 과장없이 정면으로 응시한 점도 돋보인다. 원하지 않는 결혼과 첫날밤에 대해 감독은 의도적으로 과감하고 적나라한 묘사로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주인공들의 발목을 잡는 임신과 육아에서 남성의 책임이나 배려는 부재하다. 그 속에서 낙태를 죄악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위선적이고 이중적이다. 아버지의 소유물이며, 아버지가 승인해 남편에게 소유권이 이전되는 시스템이 50년대 여성의 현실임을 이 영화는 담담하게 말한다. 미혼모 자녀의 비자 신청에도 친부의 동의가 필요하며, 철강소 노동자라는 직업 조차 여자에게는 신의 은총으로 여겨야 할만큼 주체적 삶이 어려운 시대다. 이 같은 가부장적 질서에 도전한 귀다와 순응한 에우리디스의 삶은 겉보기에 다르지만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자신을 지워야 했다는 점에서 전혀 다르지 않다. 


에우리디스는 자손들이 ‘금슬 좋은 부부’로 생각하는 평범한 노인으로 늙어갔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후미진 개인사에는 가정 내의 폭력과 억압이 존재하고 있다. 이 영화는 바로 우리들의 할머니나 어머니의 잊혀진 어두운 과거를 들춰내고 비춰서 새삼 그 비정상성에 놀라게 만든다. 후반부의 점프컷은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렬한 효과다. 생략된 주인공의 그 이후 시간은 투쟁과 열망을 멈춘, 드디어 평탄한 삶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그 삶의 본질은 체념이다. 


 시대의 보편적 삶을 관통하는 자매들의 열정과 좌절들은 강렬한 색감의 영상 언어와 함께 차곡차곡 관객의 가슴에 쌓여서 영화 속 날씨처럼 무겁게 가슴을 억누르다가 마침내 폭발적 울림을 이끌어낸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80주년 기념식…"K-제약바이오 강국 도약 지금이 골든타임"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24일 서울 방배동 협회 회관에서 창립 8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광복의 해인 지난 1945년 조선약품공업협회로 출범한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올해 창립 80주년을 맞아, 산업의 뿌리를 되새기고 'K-제약바이오 강국'을 향한 미래를 준비할 계획이다. 기념식에는 정부, 국회, 유관단체를 비롯해 협회의 역대 회장 및 이사장, 제약바이오산업계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했다. 윤웅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은 “지금이 제약바이오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협회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이끌어가겠다”며 “생태계 중심에서 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연구개발 투자가 새로운 혁신과 국부창출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노연홍 제약바이오협회장은 “제약바이오 산업은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의약품을 공급한 건 물론 세계 수준의 R&D 역량을 가진 산업으로 성장했고 글로벌에서 주목받는 중요한 주체로 자리매김했다”며 “AI의 급속한 발전은 제약 산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면서 우리에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의 문을 열고 있다. 협회는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

정치

더보기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남양주 봉선사 ‘2025 반려견과 함께하는 선명상 축제’ 개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10월 25일(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본사 봉선사(교구장 호산스님) 경내에서 진행되는 ‘2025 반려견과 함께하는 선명상 축제(주최: 남양주시불교연합회, 주관: 봉선사, 기획·운영: 마인드디자인, 후원:경기도·남양주시·보노몽·미앤펫)’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예년보다 한층 풍성해진 프로그램이 구성돼 있어 참가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선명상 축제’는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중점 추진하고 있는 ‘국민 행복(치유) 프로젝트’인 ‘선명상’과 연계, 반려인과 반려견이 함께 명상·요가·강연·체험 등에 참여할 수 있는 복합 힐링 페스티벌이다. 지난해 열린 첫 행사 당시 1500여 명의 반려인과 시민이 참여하며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선명상’은 ‘선명상을 통한 마음의 평안, 세계평화’를 주제로 불교의 ‘선(禪)’과 서양의 명상과학을 융합해 스트레스와 갈등에 시달리는 국민들에게 바로 마음 평안을 주고자 하는 취지로 기획된 명상 치유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생명 중심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철학 아래 걷기명상 및 도그요가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스포트라이트 받는 주인공 뒤에 숨은 조력자를 기억하자
지난 14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파라과이의 축구 평가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단연 오현규였다. 그는 후반 30분 승리에 쐐기를 박는 결정적인 골을 넣으며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러나 그 골의 배후에는 수비수 두 명을 제치는 현란한 드리블 후 냉정히 경기의 흐름을 읽고 찬스를 만들어낸 또 다른 주인공이 있었다. 바로 이강인이다. 그는 전방으로 빠르게 침투한 오현규에게 정확한 타이밍의 패스를 연결해 골의 90%를 만들어 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후 조명은 오직 골을 넣은 선수에게만 쏟아졌고, 이강인의 이름은 짤막이 언급되었다. 지난 21일 한국프로야구 2025 플레이오프 한화 대 삼성의 3차전에서 한화가 5대4로 역전승을 거둔 뒤, 단연 승리의 주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구원투수로 나와 4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한 문동주였다. 그런데 사실 한화가 역전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어린 문동주를 노련한 투수 리드로 이끌어간 최재훈 포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난 후 역투한 문동주와 역전 투런 홈런을 친 노시환만 승리의 주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최재훈의 이름은 언급조차 없다. 이러한 장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