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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화순의 아트&컬처] 유선태 작가, “용기와 신념으로 끝까지 정진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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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오브제>전, 26일까지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
-일상적 소재 재구성해 독창적인 작품세계 선보여
-지축만큼 기울어진 3m 여인 조각품도 출품



‘예술이란 무엇일까’. 중견화가 유선태(62)가 작업을 해오며 늘 가슴에 품고 살아온 이 주제를 풀어냈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에서 열고 있는 개인전 <꿈꾸는 오브제>(26일까지)는 그가 찾은 예술에 대한 해답을 볼 수 있는 전시장이다. 과연 작가 유선태는 어떤 해답을 썼을까. 

사과, 축음기, 책, 시계, 이젤, 체스판, 굽은 나무...

<꿈꾸는 오브제>라는 전시명처럼 일상적 소재가 유선태 작가의 손을 거치면 멋진 예술품이 된다. 작가의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소재들이 작품으로 숨을 쉬며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생명체가 된 것이다. 유 작가는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하여 캔버스에 재구성함으로써 현실을 초월한 고요한 시공간(時空間)의 세계로 이끌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보여준다. 

2~3m 사이즈의 대형 작품인 ‘나의 정원’ 시리즈 속에는 흑백의 체스판 위로 장대한 폭포수가 쏟아지는 풍경이 보이는가하면, 그 사이엔 문과 계단이 있는 또다른 공간이 있다. 축음기와 책이 폭포수에 반응하듯 화폭 위에 날 듯 떠있는가 하면 아주 조그마한 사람과 또다른 풍경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큰 볼 속에 자연 풍경이 있는가 하면, 미국 달러 속에 마더데레사, 오바마, 자연이 함께 하며 돈의 이중적 속성을 풍자하기도 했다. 
바이올린과 색소폰, 여행가방, 지구본 위에 풍경을 입힌 ‘음악이 흐르는 풍경’과 ‘시간을 나르는 가방’을 보면 음악과 여행, 인생에 대한 사색을 즐길 것 같은 작가의 또다른 모습을 만나게 된다. 



23.5도 기운 대형 여인상...깨달음 담은 ‘아하!’ 

‘세여인’  ‘문’과 같은 브론즈 조각을 거쳐 3m가 넘는 대형 여인상 ‘아하!’ 앞에서는 그의 조각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만나게 된다. 

특히 120x120x330cm의 작은 여인상을 대형으로 만들었다는 ‘아하!’는 지구처럼 23.5도 기울어진 모습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만들며 스스로 자아를 재발견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깨우침과 시각을 바꾼 작품이 됐다고 말한다.

“처음 만든 대형 조각품인데, 이 작품을 만들면서 제 스스로가 영감을 많이 받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달라졌어요.” 



인생의 의미 담은 오브제들

수많은 오브제들은 작가의 인생을 말한다. 풍경과 포르테(f)를 담은 작품 ‘257개의 시간을 담다’ 속에는 수많은 오브제들이 보인다.  복주머니도 있고, 소반, 차주전자, 커피분쇄기, 찻잔, 청둥오리, 고무신, 하이힐, 축음기, 금붕어, 밥그릇, 의자, 물뿌리개, 난초, 분재, 등잔, 도자기, 바이올린 등 모두 그의 추억이 담긴 대상들이다. 

작가의 작품은 곧 자신의 삶 이야기다. 그가 살아온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도 함께 한다. 현실과 함께 그의 과거 추억과 상상해낸 미래가 맛난 요리처럼 향기롭게 버무려졌다. 

혹시 ‘영향받은 것’이 있는지 물었다. ”불교적인 것이에요. 예술이란 순간순간에 다가오는 것이 있고, 순간의 깨우침, 선(禪)의 깨우침 같은 것이 있지요.“ 

작가는 말이 죽어 글이 되듯이 '예술도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윤회적인 것'이라 본단다. 그림이 그려지는 순간 그림은 더 이상 이전의 그림에 머물러 있지 않게 된다.   
“제 삶에 역마살이 끼었는지 몰라도 이사만 50차례 했어요. 이사를 많이 다니면서 삶도 불안정했지요. 정착해 살기 시작한 것은 최근 10년 정도에요.”
그의 작품 속에 벼룩시장에서 산 가방을 작품화 한 것은 바로 이런 그의 삶을 표현하는 도구다. 



작품 속 세가지 풍경

작가의 그림 속에는 세가지 풍경이 있다. 놓여진 풍경, 상상력을 동원해 만든 풍경, 인공적인 풍경이다. 그림 속의 폭포, 숲, 나무, 계곡 같은 풍경과 함께 있는 체스판은 림 속 체스판은 인공적인 풍경인 셈이다. 그리고 작가가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들이 그림 속에 부유하듯 배치되곤 한다. 

주요 오브제 퍼즐을 풀어보자. 그가 즐겨 그리는 사과는 윌리엄텔의 사과이기도 하고, 뉴튼의 중력의 법칙을 상징하는 사과이기도 하다. 에디슨이 발명한 축음기는 디자인면서도 예술적이면서 가장 앞서가는 현대적이고 과학적인 작품이다. 음악은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이화여전 출신) 덕에 늘 가까웠다고 한다. 

작품속에 등장하는 문은 공간의 문인 동시에 시간의 문이기도 하다. 그가 과거와 현재, 미래로 이동하고 싶어하듯, 그 문은 그 시간들을 자유롭게 오가게 하는 장치인셈이다.  그런가하면 굽은 나무는 작가가 “예술은 무엇인가?”라며 던지는 물음표이기도 하다. 



과거·현재·미래,  부유하는 작가의 자화상

작품 속의 또다른 비밀은 작품마다 작가 자신이 숨어있다는 것. 마치 대인국을 여행하는 걸리버처럼 아주 작은 사람이 작품마다 들어가있기도 하고, 회화 작품의 많은 작품의 프레임 위에  자전거를 타는 작은 사람 형상으로 함께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최윤이 큐레이터는 “동양과 서양, 외부와 내부, 건축과 자연 등의 이원적(二元的) 개념을 동시에 나타내는 장치”라며 “자전거 타는 사람은 작품 속의 시공간(時空間)을 여행하며 이원적으로 표현된 예술의 상반된 질서를 조율하고 서로의 균형을 찾아 삶의 순환을 보여주는 중재의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작가에게 자신을 작은 모습으로, 또 자전거를 탄 형상으로 표현한 데 대해 물었다.
“제 자신은 아주 작은 사람이에요. 우주로보면 먼지 같은... 저는 그림을 좋아하는 작은 작가일 뿐이에요. 내 존재는 자연과 꽃, 책, 그림 사이를 끊임없이 다니는 것을 좋아하죠. 시장을 다니고, 골동품 가게를 다니고, 허물어진 곳을 돌아가니기도 좋아하지요.”
 

추억 실은 자전거...작가의 초상

자전거는 청소년기 그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었다. 
자전거에 얽힌 일화를 이야기하는 그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아버지가 교육계에 계셔서 이사를 많이 했죠. 어려서 동물을 좋아해서 닭과 오리, 토끼, 강아지, 물고기를 키웠는데, 어항을 직접 만들었죠. 초등학교 시절이었죠. 나무판을 짜서 거푸집까지 만들었어요. 하루 20리(약 8km)를 걸어다니며 모은 버스비로 예쁜 강아지를 사기도 하고, 제 작은 세상을 만드는데 썼죠. "

작가는 14세에 아버지가 부임하는 고등학교의 관사로 이사하면서 키우던 닭 15마리를 팔아 자전거를 샀고, 이후 10년간 자전거는 그를 딸기밭으로도 낚시터로도 데려다준 친구이자 유용한 도구였다.  

예술은 ‘신념’의 힘으로  

어려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혼자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다는 작가는 ”예술을 하게 된 것은 호기심 때문“이라 말했다. ”호기심이 생기는 이유, 존재의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이 예술이죠. 또 예술의 가치를 지니는지, 그 가치는 어떤 것인지 등을 늘 생각하고 노트하며 살아왔다“고 말했다. 

기름을 온몸에 바른 사람을 잡으려면 미끌미끌해서 잡기 힘든 것처럼 예술은 확인하기가 힘들다. ”분명한 것은 확신은 없지만, 예술에 대한 신념은 생기죠. 그 신념이 확신보다 더 중요한 힘이죠. 궁극적으로 내 신념으로 힘을 얻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 현실이 상상력의 날개를 달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도 곧 신념이죠.“

작가는 마치 자전거를 계속 타듯, "붓을 들 힘이 있는 한 죽을 때까지 그림을 그리겠노라"고 고백했다. 
유선태 작가는 홍익대학교 석사 졸업 후 프랑스 파리 국립8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해외에서도 수십차례 전시회를 연 그는, 지난 3월에 열린 TEFAF마스트리흐트에 가나아트갤러리 대표 작가의 한 사람으로 참가해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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