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13 (토)

  • 흐림동두천 1.7℃
  • 흐림강릉 7.0℃
  • 서울 3.5℃
  • 대전 5.8℃
  • 흐림대구 9.1℃
  • 흐림울산 10.3℃
  • 광주 7.4℃
  • 흐림부산 12.5℃
  • 흐림고창 5.9℃
  • 제주 14.8℃
  • 흐림강화 1.2℃
  • 흐림보은 5.9℃
  • 흐림금산 6.9℃
  • 흐림강진군 9.7℃
  • 흐림경주시 10.5℃
  • 흐림거제 11.9℃
기상청 제공

문화

[이화순의 임팩트 인터뷰] 강요배, 그림으로 되살린 4·3항쟁의 아픈 기억

URL복사

70주기 맞아, 4.3 다룬 60여점 '학고재'서 15일까지 전시
한맺힌 역사 감동적 역사화로 재현, 희망 메시지도 담아


[시사뉴스 이화순 기자]  예술과 삶의 관계는 어때야 하는 걸까.  화가 강요배(66)는 예술과 삶이 분리된 것이 아니며, 예술이 시대를 호흡해야 한다고 작품으로 말한다. 6월22일 개막해 7월15일까지 서울 학고재 전관에서 개인전 2부로 열리고 있는 ‘메멘토, 동백’. 올해 제주 4·3항쟁 70주년을 맞아 4·3항쟁을 다룬 역사화 60여점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다.  1989~1992년 제작 작품 50여 점과 1992~2016년 매년 한 점씩 4·3항쟁을 기념해 제작한 작품 10여 점을 ‘동백꽃 지다’와 ‘동백 이후’라는 파트로 만날 수 있다. 일상의 작은 것들을 인상주의 화풍으로 보여준 1부 전시 ‘상(象)을 찾아서’ 이후 전시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갔지만, 그림 앞에서 무너졌다. ‘버트 하디 사진에 대한 경의’(2016). 전시장 한 면을 다 채우는 455cm 길이의 대작은 굴비 엮이듯 엮여 고개를 숙인 사람들을 그린 캔버스와 이들이 곧 수장될 파도치는 시퍼런 바다 그림을 붙인 작품이다.


소재가 된 사진은 한국전쟁 당시 종군 기자로 활동했던 ‘픽처 포스트’지 버트 하디 특파원이 1950년 9월 부산형무소에서 찍은 사진을 그린 것이다. 집단 학살 현장으로 이동하기 직전 모습으로 추정된다.


“신문 한 귀퉁이에서 저 희생자들의 사진을 처음 봤을 때 충격적이었다. 4·3항쟁과 떼어서 생각할 수가 없었다. 집단학살되어 수장된 사건을 예술가로서 어떻게 증언하고 희생자들에게 경의를 표해야 할지 고민했다.”

오랜만에 만난 강요배 작가는 마치 작품 속 인물이 튀어나온 듯 쾡하니 말라 눈빛만 형형했다.



죽은 엄마 옆 젖먹이, 유골 유골들…


충격을 삭이기도 전에 총탄에 맞아 쓰러진 엄마의 풀어헤쳐진 가슴을 어린 젖먹이가 찾아 입에 물고 있는 ‘젖먹이’(2007)를 만나게 된다. 강요배가 제주 조천읍 북촌리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이의 체험을 전해 듣고 그린 작품이다.



4·3항쟁을 피해 빌레못 동굴에 숨었다가 한참후에 학술조사팀에 의해 유골로 발견됐다는 모녀를 그린 ‘빈 젖’(1992)과 ‘빌레못굴의 유골’(1992), 그리고 흙에 파묻힌 사람들 사이에 노란 호박꽃이 피어나는 ‘흙 노래’(1995)로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바람·팽나무·까마귀·한라산 등 강요배가 제주의 자연 언저리를 십여 년간 배회하면서 마주친 운명과도 같은 존재를 ‘팽나무와 까마귀’(1996)로 그려냈고, 죽어서도 억울함을 다 토해내지 못한 해골의 억울함을 암흑 속 외침으로 그린 ‘뼈 노래’(1998)도 내걸었다.


해골처럼 쓰러진 인물을 통해 분단의 아픔을 그린 ‘북 48년’(1996), 붉은 꽃잎들이 비처럼 쏟아지는 ‘꽃비’(2004), 4·3항쟁의 또다른 희생지 ‘거멀창’(2009), 희생자들의 시신이 말없이 수장되었을 ‘깊고 깊은 바다 밑’(2015)을 그려냈다.



붉은 아픔 속 피어나는 초록의 희망


하지만 희망도 보인다. 과거 희생과 고통을 연상시키는 빨간색이 가득한 화폭에 희망과 생명이 초록으로 피어나는 추상화 ‘초록’(2013)도 만나게 된다.


“제주에선 다들 벙어리 냉가슴 앓듯 오랫동안 말도 못하고 그 큰 아픔을 견디어 왔어요. 그나마 요즘엔 많이 나아지긴 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가슴 깊숙한 곳엔 아픔이 남아있죠.”



제주 4·3항쟁은 7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섬이라는 특수 환경 속에서 묵인 당하던 것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3년전부터는 국가 기념일로 지정받아 4·3항쟁의 의미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작가는 “제주 4·3항쟁을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사건과 관련한 장소를 끊임없이 답사하고 경험한 이들의 증언을 모아 그것을 바탕으로 작업을 완성한다”면서 “역사화를 그릴 때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경험자들이 남긴 목소리를 자기화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말한다.




‘제주 민중항쟁사’ 50편 연작, 화집도 출판


포스트민중미술 대표 작가로 꼽히는 강요배는 제주 4·3항쟁의 상징으로 사용하는 ‘동백꽃 지다’(1991)를 그린 작가다. ‘제주 민중항쟁사’(1992, 학고재) 전시로 한국 사회에 제주 4·3항쟁의 실체를 바로 알리며 역사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1992년 세상을 놀라게 했던 4·3항쟁 역사화 ‘제주 민중항쟁사’ 50편 연작 그림들은 ‘동백꽃 지다’라는 파트로 학고재 신관에서 볼수 있다. ‘시원(始原)’(1989), ‘한라산 자락 사람들’(1992) 등이 포함됐다.


현기영이 소설 ‘순이 삼촌’(1978년)을 통해 4·3항쟁의 아픈 생채기를 세상 밖으로 꺼집어냈다면, 강요배는 4.3항쟁의 황폐함에 굴복하지 않는 제주 자연의 아름다움과 휴머니즘이 배어있는 그림을 통해 제주 4·3항쟁의 아픈 기억을 전 과정을 보여 주었다. ‘제주 민중항쟁사’  연작 그림들은 화집 ‘동백꽃 지다’(2008년 보리)로도 나와 대중들에게 4·3항쟁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4·3항쟁 알린 소설가 현기영씨도 전시 축하


“그때에 이르러서야 나는 4·3항쟁을 생각했다. 알 수 없는 공포의 장막, 저 너머에 있는, 내 고향 제주, 그 섬에 무슨 일이 있었던가?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 폭압적 살인 기제의 작동, 매몰 협박 감시에 의한 인멸과 봉인, 살아남은 사람들의 울분과 눈물, 그리고 침묵···.”
강요배는 화집 ‘동백꽃 지다’에 이렇게 기록했다.



마침 개막일이어서 학고재 갤러리에는 제주에서 서울까지 온 강요배의 지인과 팬들로 북적였다. 소설가 현기영도 함께 와서 축하했다. 한겨레 신문에 현기영의 ‘바람 타는 섬’ 삽화를 강요배가 맡아 그리며 제주 4·3항쟁에 대한 강렬한 역사적 인식을 함께 했다.


고향 제주에 정착, 25년째 제주 자연 그려


제주 삼양동 출생 강요배는 제주의 아픔이 이름에 서려있다. 제주 4·3항쟁을 몸소 겪은 강요배의 아버지는 순이, 철이와 같이 당시 널리 쓰인 이름의 사람들이 이유도 모르고 억울하게 죽어나가는 참담함을 지켜보며 절대 남들이 같이 쓸수 없는 이름 글자를 찾아서 아들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서울대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민중미술가가 된 것은 1981년 ‘현실과 발언’의 동인이 되면서부터다. 서울 창문여고에서 미술교사로 6년간 일하기도 했다. 1992년 서울 생활에서 더 이상의 의미를 찾지 못한 그는 고향 제주로 돌아갔다. 제주 자연의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지 25년째다.  (사진 학고재)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여야,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정면충돌...“특검 도입하자”vs“물타기, 정치공세”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정치권 인사들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여야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국민의힘 등은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을 촉구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해 “국회는 즉시 ‘통일교 게이트 특검’ 도입을 준비해야 해야 한다”며 현행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출범한 민중기 특별검사의 직무유기도 새 특검이 철저히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민중기 특검의 책임 규명과 즉각적 해체는 필수이다. 마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차 종합특검을 발족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상태이다”라며 “여기에 민중기 특검의 직무유기 부분을 민주당과 통일교 유착관계와 포함해 특검을 실시하면 매우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통일교 게이트의 진실을 끝까지 추적하고 연루된 모든 사람에게 법적·정치적 책임을 따져 묻겠다”고 밝혔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혁신당이

경제

더보기
김윤덕 국토부 장관 "2026년 상반기 주거복지 추진 방향 발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국토교통부가 오는 2026년 상반기 주거복지 추진 방향을 내놓는다. 내후년에는 2차 공공기관 이전 절차에 착수한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1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장관은 "국민이 원하는 곳에 빠르고 충분하게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며 "수도권 공공택지는 2026년에 2만9000호 분양, 5만호 이상 착공에 들어가고 3기 신도시 입주도 본격화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도심 유후 공간을 활용하고 민간 정비사업도 활성화해 도심 공급 확대할 것"이라며 "공적주택 110만호를 확실히 공급해 주거 사다리를 다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공적주택 110만호 공급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다. 김 장관은 또 "지방을 살릴 핵심적 과제는 공공기관 2차 이전"이라면서 "내년에 이전 대상과 지역을 확정하고 2027년부턴 이전을 시작할 예정으로 1차 때보다 더 많은 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국토부는 현재 35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이전 여부를 검토 중이다. 대통령 세종 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 완공도 임기 내 반드시 완공하겠다는 목표다. 새정부의 균형

사회

더보기
확정되지 않은 형사 사건 판결서도 열람·복사 가능 법률안 국회 통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확정되지 않은 형사 사건 판결서도 열람·복사할 수 있게 하는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12일 본회의를 개최해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59조의3(확정 판결서등의 열람·복사)제1항은 “누구든지 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판결서 또는 그 등본, 증거목록 또는 그 등본, 그 밖에 검사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ㆍ물건의 명칭ㆍ목록 또는 이에 해당하는 정보(이하 ‘판결서등’이라 한다)를 보관하는 법원에서 해당 판결서등을 열람 및 복사(인터넷, 그 밖의 전산정보처리시스템을 통한 전자적 방법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 제59조의3(판결서등의 열람·복사)제1항은 “누구든지 판결이 선고된 사건의 판결서(확정되지 아니한 사건에 대한 판결서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또는 그 등본, 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증거목록 또는 그 등본, 그 밖에 검사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ㆍ물건의 명칭ㆍ목록 또는 이에 해당하는 정보(판결서 외에는 판결이 확정된 사건에 한정하며, 이하 ‘판결서등’이라 한다)를 보관하는 법원에서 해당 판결서등을 열람 및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또 만지작…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 건가
또 다시 ‘규제 만능주의’의 유령이 나타나려 하고 있다. 지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 지역에서 제외되었던 경기도 구리, 화성(동탄), 김포와 세종 등지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이제 이들 지역을 다시 규제 지역으로 묶을 태세이다. 이는 과거 역대 정부 때 수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낳았던 ‘풍선효과’의 명백한 재현이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을 반복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규제의 굴레, 풍선효과의 무한 반복 부동산 시장의 불패 신화는 오히려 정부의 규제가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곳을 묶으면, 규제를 피해 간 옆 동네가 달아오르는 ‘풍선효과’는 이제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고전적인 공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10.15 부동산대책에서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규제 지역으로 묶자, 바로 그 옆의 경기도 구리, 화성, 김포가 급등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거나, 비교적 규제가 덜한 틈을 타 투기적 수요는 물론 실수요까지 몰리면서 시장 과열을 주도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는 불이 옮겨붙은 이 지역들마저 다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들 지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