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옥시레킷벤키저가 가습기살균제 사건 피해자에 대한 배상방안을 10일 발표한 가운데, 가습기살균제 사건 피해자와 시민단체가 옥시의 배상안을 비판하며 처벌을 촉구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은 이날 서울 여의도 옥시 본사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살인기업 처벌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한국여성소비자연합, 한국소비자연맹, 환경보건시민센터, 환경운동연합, 참여연대 등이 함께했다.
이날 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옥시가 가습기살균제를 팔지 않았다면, 광고를 통해 인체에 무해하다고 하지 않았다면 그 제품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건강에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 가습기살균제를 썼다가 18년 동안 치료를 받고 있다”며 “너무 억울하다. 남들처럼 뛰지도 못하고 빨리 걷지도 못하고 감기만 걸려도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옥시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대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모두 평범하게 살던 소비자였다”며 “가족들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사용했던 가습기살균제가 가족들의 목숨을 빼앗고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겼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옥시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며 “최선을 다해 피해자와 소비자에게 사과하고 대책을 내놓아도 국민들이 용서를 할까 말까한 상황에서 눈치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오늘 옥시가 정부의 3차 조사에서 1·2단계 판정을 받은 피해자들에 대해서 배상을 하겠다는 내용과, 피해자 일부에 대해 평생 병원 치료를 책임지겠다고 밝혔다”며 “3차 접수자들은 752명이고 그 중 452명만 판정이 나왔다. 옥시가 말하는 3차 판정 1·2단계 피해자는 12.6%인 57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395명 87.4%는 3·4단계이거나 판정불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옥시가 (이번에 발표한 배상안에서) 절대다수인 395명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1·2단계 피해자에 대한 대책은 당연히 지난 1·2차 피해 대상과 똑같이 바로 적용했어야 하는데 5개월이나 지난 후에 마치 새로운 내용인 것처럼 ‘생색내기용’으로 발표했다”며 “오는 21일 가습기살균제 형사재판 항소심 판결이 나온다.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피해자들과 잘 합의하고 있다고 (재판부에 보여주고) 항소심 판결에서 잘 봐달라고 하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옥시는 이날 정부의 3차 조사에서 1·2단계 판정을 받은 피해자에 대한 배상방안을 발표했다. 배상방안은 기존(정부의 1·2차 조사)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안과 동일한 수준으로, 피해자 사망으로 인한 유족의 정신적 충격, 영유아·어린이 상해 및 사망, 심각한 폐 손상 등 특수 상황이 반영됐으며 평생 치료비도 포함됐다.
옥시는 지난 7월 발표한 1·2차 피해자 최종 배상안을 내고 성인 피해자에 대해 과거와 앞으로의 치료비, 일했을 때 벌 수 있는 일실수입,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로 최고 3억5000만원(사망시)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박동석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이사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의 상실감과 고통을 감히 가늠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며 “피해자와 가족 분들의 고통을 덜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1·2차 조사 1·2단계 피해자와 가족들을 직접 만나 배상을 진행하면서 가습기살균제 이슈는 다수의 이해관계자와 복합적인 원인들이 얽힌 참사임을 알게 됐고, 향후에는 모든 주체가 참여해 장기적이며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