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김수정 기자] 11.3 부동산대책 발표 후 투기수요는 상당수 걷혔지만 부산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인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아파트값과 미분양, 거래량 등 모든 부동산 지표에서 올해의 상승세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대형건설사의 대규모 재개발 아파트를 비롯해 해운대, 수영구 등에서 또 한번 부산 부동산시장을 달굴 준비를 하고 있다. 부산 부동산시장의 인기 이유는 무엇일까. 부산 부동산시장 상황을 집중 해부해보고 인기 이유와 올해 시장 전망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의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99.2대 1로 압도적인 수치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1순위 청약경쟁률이 수백대 1을 넘는 단지들도 속출했다. 지난해 9월 분양한 명륜자이 아파트는 1순위 평균 523.6대 1의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고, 이어 마린시티자이(450.4대 1), 대연자이(330.1대 1) 순으로 경쟁률이 높았다.
지난해 1순위 청약접수에 참여한 인원만 131만여명. 무려 부산 인구 10명 중 4명이 1순위 청약에 참여한 셈이다. 지난해뿐만 아니라 2014년 20.4대 1, 2015년 79.5대 1. 3년간 전국 청약경쟁률 1위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수년간 청약경쟁률 1위 자리를 두고 순위 다툼을 벌였던 대구와 부산 부동산시장은 지옥과 천당으로 길이 엇갈리게 된다. 오랜 공급과잉으로 한발 먼저 상승기를 시작한 대구가 오랜 집값 상승에 대한 피로감으로 지난해 3.3%로 하락했고 대구가 기침을 하면 폐렴에 걸리는 경북은 지난해 집값변동률이 -3.8% 하락해 전국 집값변동률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부산 아파트값은 한 해 동안 3.8% 올라 제주(9.0%) 서울(4.1%)에 이어 집값 3위를 기록했다. 세종시와 더불어 지방에서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높은 상승률이다. 대구가 2010년 상승국면에 접어들었다면 부산은 조정기를 거치고 거쳐 2014년부터 탄력을 받기 시작한다. 수년간 호황이 이어지면서 매수심리가 고조돼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이 활기를 띠고, 자연스레 이주수요가 증가하게 되면서 주택 수요가 늘어난 것이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부산 내에서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어디일까. 단연 부산의 강남으로 꼽히는 해운대다. 지난 한해 해운대구는 3.3㎡당 7000만원 아파트가 쏟아지는 등 분양열기가 시장을 달구면서 6.83% 상승이란 대기록을 세웠다. 분양 열풍에 힘입어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이 활기를 띤데다 고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해운대구 다음으로는 수영구(4.83%) 동래구(4.83%) 연제구(4.61%) 순으로 집값 상승이 두드러져 전통적인 주거 선호지역인 동부산권이 압승을 거뒀다. 반면 상대적으로 소외된 서부산권은 집값 상승률이 저조하게 나타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됐다. 동서로 나뉜 부산 부동산시장의 불균형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다.
하지만 잘나가던 부산 부동산시장도 정부 규제, 금리인상 등의 복병을 만나게 되면서 상승률의 둔화가 감지되고 있다. 해운대구 남구 수영구 동래구 연제구 5개 구가 11.3대책의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되면서 △세대주가 아닌 자 △5년 이내 당첨사실이 있는 자 △2주택이상 소유자가 재당첨이 제한되게 된다. 전매가 전면 금지된 강남4구처럼 규제가 무거운 수준은 아니지만 시중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전국적인 부동산시장이 경색된 것이 부산 부동산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달리 전매제한 조치를 적용받지는 않았지만 금리인상에 따른 시중금리 인상이 심리적인 압박과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시중금리 인상으로 지난해 영향을 받게 되면서 상승폭이 둔화된다.
주택 청약시장도 대책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재당첨 제한이 청약자들에게 심리적인 압박으로 작용하면서 투기수요가 줄어들고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무분별하게 청약에 참여했다가 정작 인기청약지역인 해운대 등 조정대상지역에 청약할 수 없어 청약수요자들이 신중 청약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투유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88.1대 1, 11월 205.9대 1이었던 부산의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12월로 접어들면서 두 자리 수로 떨어져 12월 33.7대 1, 올해 1월 23.5대 1로 급감했지만 전국 부동산시장과 감안하면 열기가 여전히 뜨거운 점을 확인할 수 있다. 2012년~2014년까지의 조정기를 거치면서 동력이 마련된데다 2년여간 이어진 청약광풍 영향으로 높은 웃돈이 형성되고 대형 건설사가 참여하는 대규모 도시정비사업들이 속도를 내면서 매수심리가 확대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다른 부동산 지표들은 어떨까. 부산의 모든 지표들은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우선 부산의 미분양 가구 수는 2013년 1월 6985가구에 달했지만 지속 감소해 지난해 11월 말에는 84%가 증발한 1110가구에 불과해 그 많던 분양물량이 대부분 집 주인을 찾았다. 주택 거래량도 일부 지역이 세종시와 더불어 지방에서 유일하게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전년 동월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매수심리가 꺾이지 않고 있다.
금리인상과 시장 냉각에도 불구하고 부산 분양시장 전망이 밝게 점쳐지는 이유는 바로 활발한 도시 정비사업이다. 부산시의 정비사업 물량은 지난해 3179가구에 불과했지만 뜨거운 부산 분양 열기에 힘입어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으면서 올해는 총 1만4859가구가 쏟아질 예정이다.
부산 전체 분양예정 물량인 3만3834가구의 43.9%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뛰어난 입지여건과 브랜드, 단지 규모를 갖춘 알짜 물량도 대거 쏟아질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부산 연제구 거제2구역과 동래구 온천2구역 2개 사업장에서 약 8000여 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부산의 강남 해운대구에서는 3월 롯데건설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주변 여건도 만만치 않다. 시중금리가 점점 올라가고 있고 국내외 여건이 불투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인포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중도금은 물론 잔금 대출도 강화됐고, 정부가 지속적인 모니터링 대상 지역으로 부산을 지목한 만큼 과열이 지속될 경우 강남4구처럼 언제라도 강력한 규제가 시행될 수 있다"며 "분양 열기의 달콤함에 젖기보다 실거주 목적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한 수준에서 신중 청약에 나서야 하고 이익보다 기본을 더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