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수정 기자] 중국이 최근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대상 분야를 확대하며 그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지난해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연예계를 대상으로 시작됐던 한한령(限韓令)은 중국 진출 기업과 관광 산업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계에서는 중국의 보복조치에 대한 맞춤형 대응을 범 정부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사드보복,
관광·홈쇼핑·유통 등 전반으로 점차 확산
중국 수출기업 4곳 중 1곳이 사드 배치 발표 후 중국의 보호 무역 조치를 경험한 가운데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유통업계와 관광산업 등으로 피해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국 수출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한 '중국의 보호무역조치에 대한 중소기업인 인식조사' 결과 26.0%가 "사드 배치 발표 후 중국의 보호무역 조치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사드 배치 발표 이전에 중국의 보호무역조치 경험이 있다는 응답 5.3%에서 사드 배치 발표 후 보호무역조치를 경험한 중소기업이 무려 5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앞서 지난달 중국 측은 한국 내 사드 배치 확정에 따른 보복 조치를 실행했다.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을 대폭 강화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업종 및 화장품 등 제조·수출기업, 현지 진출 대형마트, 국내 면세점 등의 경영 환경이 악화됐다.
한류 콘텐츠에 대한 제한뿐 아니라 한국기업의 중국 내 매장과 공장에 대한 세무조사 등 직접적인 규제 움직임도 보이면서 관련업계는 중국 정부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한한령 발동으로 당장 한류 콘텐츠가 중국 정부로부터 각종 규제 등에 휘말리는 모양새다. 우리나라와 합작을 통해 제작을 추진하던 드라마 등은 동시다발적으로 계약이 미뤄지거나 파기 또는 파기될 위기에 처했다.
또 중국의 신문, 방송 등을 총괄하는 광전총국은 일부 방송 사업자들에게 우리나라 드라마 상영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고 일부 매체는 광전총국의 지시를 따르고 있다.
문제는 연예 부분에서 시작된 한류 견제가 현재 관광, 홈쇼핑, 유통, 패션 등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전체 관광수입의 4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백화점, 면세점, 여행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대폭 줄어들 경우 화장품 업계도 비상에 걸릴 수 밖에 없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중국 스킨케어 시장 점유율이 2009년 0.7%에서 2015년 2.8%까지 확대됐다. 같은 기간 색조 시장 점유율도 0.7%에서 5.3%까지 증가했다. 중국이 수입품에 대한 통관을 강화할 경우 시장 점유율 하락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중국 현지에 공장을 세운 업체와 시설들에 대한 불이익도 강화될 수 있다. 위생점검 또는 표적감시 등을 통해 한국 기업에 대한 보복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지난해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북경지역 롯데마트 5개 지점과 롯데슈퍼 등 매장 20여곳에서 중국 당국의 불시 소방점검을 받기도 했다.
수출 중소기업들에게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우리나라 물건이 중국 내로 들어가는 통관 절차가 까다로워지고 있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5일 이내에 물건을 보낼 수 있었지만 통관 절차가 엄격해져 최장 2주까지 걸린다는 것이 중소기업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상당수 기업들이 중국을 새로운 먹거리 시장으로 공략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중소기업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식품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사 대표는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었는데 국내 경기상황이 지속적으로 안 좋고 한국 기업에 대한 제재방안이 강화될 것이라는 소문에 현재 상황만 지켜보는 중"이라며 "중소기업을 위한 대책을 내놔야한다"고 말했다.
"범정부 차원 대응책 마련해야"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수출기업 양성책과 함께 보복조치가 공식화될 경우를 대비해 범정부 차원에서 대중국 수출에 타격을 입은 기업들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수출지원기관, 업종단체와 함께 수출입 동향과 해외바이어·투자자 동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 구축도 필수적이다.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업종별 수출입 동향을 점검하고, 수출기업의 애로사항을 발굴한 뒤 기관 간 협력을 통해 즉시 해결토록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중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수출상담회를 개최하는 한편 해외시장 정보제공, 바이어 초청 상담회 개최, 해외전시회 및 시장개척단 파견 등 좋은 정책은 많지만 한한령이 본격화될 경우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정책을 내놓는 것보다 선제적으로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예방하는 정책을 펼쳐야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를 분산시켜 '포스트 차이나'를 개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계 전문가는 "화장품 등 중국시장이 메인이 되는 업종들은 돌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지금의 높은 수출의존도를 분산시켜 중국 외 동남아, 인도시장 등의 다변화 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에 진출해 있는 대형마트나 홈쇼핑 업체, 제조기업 등은 현지인 채용 등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리스크를 상쇄해야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