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수정 기자] 비박계가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개혁보수신당(바른정당) 창당을 선언했다. 비박계의 탈당으로 2017년 정치계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달 27일 김무성,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29명이 새누리당을 집단 탈당했다. 비박계 의원들은 탈당과 함께 1월 중 보수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교섭단체를 구성했다.
비박계의 보수신당 창당 선언으로 20대 국회에 4번째 원내교섭단체가 구성돼 한국 정치권은 다당제의 꼴을 갖췄다. 6석을 보유한 정의당을 포함하면 바야흐로 5당체제가 등장한 것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치구조의 탄생이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실험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당제의 탄생과 함께 2017년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 대선구도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영향으로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바닥을 치고 있다. 새누리당은 각종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보수신당에까지 밀려나는 모습을 보이며 3위로 추락했다. 뚜렷한 대권주자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1월 한국으로 복귀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새누리당이지만, 반 총장의 선택은 보수신당으로 향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보수신당의 출범과 반기문 총장의 국내 복귀는 향후 대선 정국을 더욱 안개 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당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의 영향으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쏠렸던 민심이 반 총장에게 흘러들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 총장과 가장 정치성향적으로 어울리는 정당이 보수신당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리얼미터 12월 4주차 주중집계(26~28일까지 전국 성인 1521명을 대상으로 조사. 신뢰수준 95%에서 표집오차 ±2.5%p)에 따르면 실제로 반기문 총장의 지지율은 24.5%를 기록, 22.8%의 문재인 전 대표를 앞섰다. 3주차 집계에서도 반 총장은 23.3%로 문 전 대표를 0.2%p 앞선 바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비박신당이 보수신당 가칭 개혁보수신당 이름으로 출범을 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계속 반기문 총장과 교감이 있는 듯한 여러 가지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일종의 컨벤션 효과가 반기문 총장에게도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보수신당의 존재가 반 총장의 대선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물론 3위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10%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어 대선 정국이 다가와 민주당 후보가 단일화를 할 경우 문재인 전 대표가 우세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제3지대를 중심으로 친박, 친문을 제외한 모든 정치세력을 하나로 묶으려는 시도가 계속해서 포착되고 있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호남세력과 안철수계, 손학규 전 대표 등으로 대표되는 정치권 원로들에 김무성, 유승민 의원 등이 이끄는 보수신당이 이러한 시도에 가세한다면 새로운 대권구도가 그려질 수 있다는 것이 정치계의 중론이다. 그리고 그 키는 새롭게 3지대에 가세한 보수신당에 쥐어져 있다는 것이다.
2017년 국회의 의사진행에도 보수신당은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초 128석으로 원내 1당이었던 새누리당은 비박계의 탈당으로 99석으로 의석수가 급감했다. 새누리당은 123석의 민주당에 이은 2당으로 밀려났고, 보수신당은 38석의 국민의당에 이어 29석으로 원내 4당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앞으로도 비박계 의원들의 2차 탈당 등 추가탈당이 예상되고 있어 2월쯤이면 보수신당이 국민의당을 제치고 3당의 위치에 오르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눈에 띄는 것은 보수신당의 정책 방향이다. 보수신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은 지난 2014년 국회 원내대표 연설에서 '중부담 중복지'를 주장한 바 있는데, 보수신당의 창당 선언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그대로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보수신당은 안보 분야의 보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도 경제·사회·노동 등의 분야에서의 개혁은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올해 있을 박근혜 정부 청산을 위한 개혁입법 과정에서 야당과 궤를 같이 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에서 시행해 온 주요 정책들이 대폭 수정되고, 새누리당이 주장해왔던 법안들도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국회 각 상임위원회의 권력 지형도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수신당이 야당 대열에 합류하게 되면 국회선진화법 안건 신속처리 제도가 힘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안건 신속처리 제도는 일명 '패스트트랙'으로,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 3 찬성이 있을 경우 법안을 신속처리 대상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보수신당의 등장으로 국회 상임위 좌석 배치에도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임위 회의장은 상임위원장을 중심으로 우측에 원내 1당, 좌측에 원내 2당이 자리한다. 따라서 새누리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상임위에서 자리를 맞바꿀 예정이다.
다만 변수는 있다. 아직 새누리당을 탈당하지 않은 비박계 의원들 중 탈당을 주저하는 인사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비박계는 35명이 동시탈당할 계획이었으나, 실제로 탈당한 인원은 29명이었다. 당초 탈당을 함께 결의했던 심재철, 박순자 의원 등은 지역구 의견을 청취한 후 탈당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나경원 의원의 경우에는 공개적으로 보수신당의 정책방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나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신당이 '유승민표 정책'으로만 나아가는 것에 있어 견해 차이가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실제로 보수신당 창당추진위원회에서 보수신당의 정강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유승민 의원과 마찰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나경원 의원의 새누리당 잔류를 두고 보수신당 원내대표직을 두고 섭섭한 감정을 가졌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나 의원은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박을 대표해 출마했다가, 친박계 정우택 의원에게 패한 바 있는데, 보수신당에서 자신이 아닌 주호영 의원을 원내대표로 합의추대 하는 분위기가 일자 불만을 가졌을 수 있다는 추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