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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조영주 “붉은 소파, 바커바르트 사진집에서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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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이경숙 기자]소설가 조영주(37․사진)씨에게 '제12회 세계문학상'을 안긴 장편 소설 '붉은 소파'가 출간됐다. 15년 전 연쇄살인 사건으로 딸을 잃고 방황하는 스타 사진작가 '정석주'가 어느 날 사체 촬영을 제안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정석주는 대세인 디지털 카메라 대신 전문 사진작가도 잘 사용하지 않는 뷰카메라(view camera)를 고집한다. 딸과의 추억이 담긴 붉은 소파를 이용해 불특정 인터뷰이를 촬영하면서 범인을 찾아 헤맨다.

30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들과 만난 조영주는 "노인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쓰고 싶었고, 시대상도 드러내고 싶었는데 나는 추리소설 밖에 못쓰더라"며 활짝 웃었다.

'붉은 소파'는 하지만 장르소설의 주된 특징인 유희성만 품고 있지 않다. 인간의 내면 갈등과 외부 상황의 충돌을 추적한다. 살아온 궤적 속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자기 안의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다. 조 작가의 화려하고 빠른 입담처럼 술술 읽히는 필력을 자랑한다.

'세계문학상'은 그간 김별아, 박현욱, 백영옥, 정유정 등의 인기 작가를 배출했다. 그녀의 향후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조 작가는 벼락 스타가 아니다. 차곡차곡 필력을 다져왔다. 숭실대 문예창작과를 나와 추리작가로서 활동했다. 실명으로 소설을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윤해환'이라는 필명으로 마니아 사이에서 인기를 누렸다.

장편소설 '홈즈가 보낸 편지'로 제6회 대한민국디지 털작가상 우수상(2011)을 받았다. 이후 '흰 바람벽이 있어'로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작소설 창작과정 및 스토리마켓에 선정됐다.

단편 '귀가'는 제2회 KBS 김승옥 문학상 신인상 추천우수상(2014)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타락할래! 천사와 악마의 따분한 나날들'로 제1회 예스24 e-연재 공모전 우수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세계문학상에 작품을 출품하게 된 계기는, 작가의 표현을 빌리면 "웃긴" 상황이었다. "지난해 12월22일 일간지 출판 담당에게 초고를 보여줬다. 둘이 싸웠다. '이걸 작품이라고 썼냐'고 하더라. 화가 난김에 세계문학상을 타겠다며, 공모 마감날에 제본을 해서 보내버린거죠."

상을 타기 일주일 전에 화장실이 폭발하는 꿈을 꿨다. 누군가는 '상을 타는 신호'라고 했다. 하지만 상을 타는 직전까지 정신이 없었다. '수상을 축하한다'는 세계일보 문학 담당 기자의 전화가 왔지만 멍한 상태였다. 바로 직전 '엄마가 교통사고 났다'는 소식때문이었다. "그래서 상을 받게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한동안 무슨 소리인지 잘 못알아들었어요."

조 작가가 추리소설에 본격적인 관심을 기울이게 된 건 일본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를 읽고 나서다. 이후 사회성 짙은 추리소설의 작가 마스모토 세이초의 작품들을 탐독했다. 한국 추리소설계의 대부로 통하는 김내성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와 홈즈가 만나는 이야기인 '홈즈가 보낸 편지'를 펴냈다.

대학시절 시나리오 쓰기에 매달려 소설 쓰는 방법을 뒤늦게 익혔다는 조 작가는 다방면의 관심사를 작품에 녹여낸다. '붉은 소파'를 쓰기 위해 역시 "공소시효와 관련된 것을 비롯해 역사 자료, 드라마 등을 100편 정도 찾아봤다. 관련 책을 계속 봐왔다"고 전했다.

'붉은 소파'는 사진작가이자 비디오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호르스트 바커바르트의 동명의 인터뷰 사진작품집에서 영감을 받았다.

작가가 8년 전 사진에 대한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열망을 품고 아마추어, 프로 사진 작가들을 취재하면서 고민해온 결실이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모진 시련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는 주인공이다.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사진작가 구본창의 작품을 각 장 시작부분에 배치했다. 특히 실로 인화지를 꿰매는 방식으로 작업한 그의 '태초에'에서 특히 영감을 받았다.

"소설을 쓸 때는 아무엇도 모르는 상황에서 써나간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내가 뭘 쓰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이번에 한장의 사진을 찍는 과정을 쓴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삶에 굴곡은 겪고 싶지 않다고 해서 오는 것이 아니다. 정석주는 너무 굴곡이 많다. 그에게 사진 촬영은 일종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이다. 구본창 작가님이 모델인데 폐가 될까, 걱정했다. 그 분의 에세이나 작품에서 자아 정체성, 방황 등에 대해서 고민하신 것이 많이 느껴졌다."

바커바르트의 사진집 '붉은 소파'는 30년 동안 세계를 여행하며 촬영한 붉은 소파를 담은 것이다. 붉은 소파 자체가 하나의 모티브가 됐다. "우리 주변에도 붉은 소파가 많다. 노래방, 다방. 그리고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와 모피어스가 만나는 장면에서도 '붉은 소파'가 나온다. 정석주도 소설에서 그 붉은 소파에 다양한 사람을 앉혀나간다. 15년 동안 붉은 소파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는 이유를 공감하기를 바랐다."

조 작가는 "만화가인 아버지(조강타 씨)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어릴적 만화 콘티 작업을 도왔다고 한다. "아버지를 따라 그림을 그렸더니 소질이 없다고 하더니, 초등학교때 글쓰기 대회 때마다 상을 받아오니 글에는 재능이 있네라고 하셨죠. 아버지는 이제 소설도 쓰시느데 다른 문학상에 당신의 작품을 출품하겠다고 하시네요. 호호호." 427쪽, 1만3800원, 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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