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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강 “인간의 밝고 존엄한 지점 바라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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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흰’ 출간 발표 기자회견…“태어나 2시간 만에 죽은 언니 상상하며 썼다”

[시사뉴스 이경숙 기자]“우리에게는 더렵혀지지 않는 무엇이 있지 않나, 훼손되지 않는 게 힘있게 우리 안에 존재하지 않나, 그런 지점에서 인간의 투명한, 깨어져도 다시 복원될 수밖에 없는, 그렇게 믿고 싶은 그런 지점을 책으로 쓰고 싶었다.”

연작소설 '채식주의자'(2007·창비)로 한국인 최초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 인터내셜널상(The 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을 받은 작가 한강(46)이 신작 소설 '흰'을 발표했다.

한 작가는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신작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바라건대, 인간의 어떤 밝고 존엄한 지점을 바라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채식주의자'가 '폭력과 아름다움이 뒤섞인 세계를 견디고 껴안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면, 이번 책은 '그렇다면 우리는 이 삶을 살아내야 하는가, 그게 가능한가'라고 묻는다.

작가가 '흰'을 통해 말하는 '인간의 밝고 존엄한 지점 바라보기'는 이 과정에서 탄생했다.

그는 “전작 '소년이 온다'에서 동호가 엄마의 손을 잡고 꽃이 핀 곳으로 가는 대목이 있다. '흰'은 그 대목을 쓸 때 느낀 것에 대해 썼다”고 말했다.

'흰'은 주인공 '나'가 태어난지 2시간 만에 죽은 언니에 대해 떠올리고, '언니'에게 조금씩 다가가면서 세상의 '흰 것들'에 다가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2014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그해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머물렀던 한 작가는 1944년 90% 이상이 폭격돼 무너진 이 도시가 재건된 모습을 보면서 이 이야기를 떠올렸다.

한 작가에게는 실제로 '태어난지 2시간 만에 죽은 언니'가 있는데, 이 도시가 언니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사람에게 제 삶의 어떤 부분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아마 흰 것들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흰 것 안에는 삶과 죽음이 다 있다"며 "배내옷부터 수의까지. 흰나비, 흰 손수건, 진눈깨비…”라고 덧붙였다.

'흰'은 한 작가의 전작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서사의 윤곽이 흐릿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대신 독특한 형식이 돋보인다. 언뜻 시집같기도 하고, 산문집 같기도 하며, 소설로도 보인다. 책 중간중간에는 한강 작가가 직접 참여한 사진도 담겨있다. 이 과정에서 한 작가는 미디어 아티스트 차미혜와 협업을 하기도 했다.

한강은“새로운 형식으로 쓰겠다고 해서 쓴 게 아니다. 처음에는 흰 것에 대해서 쓰니까 흰 것에 대한 산문이 되지 않나 생각했는데, 쓰다보니 어떤 한 페이지는 시가 되고, 언니를 상상하면서 허구의 사람이 들어오면서 점점 소설에 가까워졌다”며 “이 작품을 끝내면서 완전히 소설이 됐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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