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기연 기자]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19·한국명 고보경)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에서 짜릿한 역전 우승을 했다.
리디아 고는 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 미라지의 미션힐스 골프장(파72·6738야드)에서 열린 ANA 인스퍼레이션(총상금 260만 달러)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3개로 3언더파 69타를 써냈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 나흘 연속 3언더파로 대회 트로피를 차지한 것. 지난주 열린 KIA 클래식에 이어 2연속 우승이자 LPGA 투어 개인통산 12승이다.
리디아 고는 대회를 마친 후 캐디 제이슨 해밀턴과 어머니· 언니 등과 함께 18번홀 옆에 자리잡은 연못에 뛰어드는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다.
'숙녀의 호수(Poppie's Pond)'로 불리는 이 연못에 대회 우승자가 뛰어드는 전통은 1988년 에이미 알코트가 우승한 후 이같은 세리머니를 펼친 후에 생겼다. 지금까지 한국 선수 중에는 박세리(2004년)와 유선영(2012년), 박인비(2013년)가 뛰어든 바 있다.
지난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9월)에서 역대 최연소 메이저 우승 기록(18세4개월)을 세운 리디아 고는 이번 우승으로 최연소 메이저 2승 기록도 갈아치웠다.
이 부문 종전 기록은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의 20세9개월이다. 리디아 고의 현재 나이는 19세10개월로 오는 24일 20세가 된다.
이날 공동 2위에서 출발한 리디아 고는 전반 라운드에서 5번홀(파3)과 8번홀(파3)에서 1타씩 줄였고,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극적인 버디를 잡아냈다.
그는 3번째 페어웨이 샷에서 공을 홀컵에서 불과 30㎝ 떨어진 곳에 붙이는데 성공했고, 이를 버디로 연결시키며 12언더파로 단독 1위로 치고 올랐다.
단독 선두를 달렸던 아리야 주타누가른(태국)과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주타누가른은 전반 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타를 줄였고, 후반 라운드에서도 10번홀(파4)과 11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신고하며 13언더파로 단독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16번홀(파4)과 17번홀(파3)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면서 리디아 고에게 1위 자리를 넘겨줬다. 그는 마지막 18번홀(파5)에서도 보기를 써내며 4위(10언더파 278타)에 만족해야 했다.
부상으로 한 달 만에 필드로 돌아온 전인지(22·하이트진로)도 리디아 고의 18번홀 버디로 아쉬움을 삼켰다. 11언더파 277타로 경기를 마쳤고, 리디아 고가 파를 기록했다면 연장전 우승도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인지는 이번 대회에서 지난해 US여자오픈에 이은 통산 두 번째 메이저 우승을 노렸지만 공동 2위로 만족해야 했다.
세계랭킹 2위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이날 4타를 줄이는 활약을 펼쳤지만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생애 처음 LPGA 투어 메이저대회에 출전한 박성현(23·넵스)과 함께 공동 6위에 랭크됐다.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에서 활약 중인 이보미(28·혼마골프)와 함께 공동 10위(7언더파 281타)에 올랐다.
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로 경기를 끝낸 김효주(21·롯데)는 최나연(28·SK텔레콤), 유선영(29·JDX)과 함께 공동 18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