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유한태 기자]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의 시각차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비례대표 공천 파동을 거치면서 김 대표는 총선 이후 당 정체성을 재정립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반면 문 전 대표는 이에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둘의 관계가 기존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서 경쟁관계로 돌아섰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김 대표가 중도층으로의 외연확대를, 문 전 대표가 지지층 집결의 역할을 맡아왔지만 총선이 끝나면 향후 대선까지의 과정에서는 본격적인 마찰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 23일 당 잔류를 선언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당 정상화의 전제 조건으로 정체성의 재정립을 꼽았다.
그는 “대선에 임할 때 현재와 같은 일부 세력의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수권정당으로 가는 길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당내 주류 운동권 출신 인사들에 대한 배제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4일 손혜원 홍보위원장의 마포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당내에서) 진보, 민주화운동 세력, 시민운동 세력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쪽 면만 본 것”이라며 김 대표와의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다.
그는 또 “20대 총선 공천이 전체적으로 참 잘 됐다”면서도“정청래 의원이 이번 공천에서 배제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기존 지지층의 결집을 위한 발언이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가 김 대표와의 역할분담을 통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김 대표는 25일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표의 견해일 뿐 그것에 대해 특별하게 할 말이 없다”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이 바라는 정체성에 배치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며“국민이 바라는 쪽으로 흘러가야 한다”고 말해, 기존 자신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 대표와 문 전 대표의 야권연대를 둘러싼 시각차도 뚜렷하다. 김 대표는 “당 차원의 연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문 전 대표는 울산, 창원 등을 돌며 야권 후보단일화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처럼 사안마다의 시각차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향후 당내 역학관계에서도 주도권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당 관계자는“지금의 둘의 관계를 경쟁관계로 볼 수는 없다”면서도“총선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