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세권 기자]새누리당이 공천 갈등으로 결국 당 대표의 ‘옥새 투쟁’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김무성 대표가 공천 결과에 반발해 탈당한 유승민·이재오 의원 지역구 등 최고위 추인이 보류된 5곳을 무공천 지역으로 남기겠다고 선언하고 부산으로 내려갔고, 원유철 원내대표가 뒤따라 내려가 설득으로 김 대표는 당사로 돌아와서 당무를 보겠다고는 했지만 공천갈등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4.13 총선 후보등록 마감일인 25일 새누리당 친박계와 김무성 대표간의 ‘내전상황’으로 돌입했다. 친박계는 김 대표가 이날 오전까지 옥새 투쟁을 풀지않을 경우, 원유철 원내대표를 통한 권한대행' 체제로 간다는 입장이다. 반면 김무성 대표는“권한대행은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긴급 간담회 직후 공식 브리핑을 통해 “오늘 후보등록 마지막 날인 관계로 물리적인 여러가지 일정 때문에 오늘 10시에 국회 당 대표실에서 최고위원회를 열어달라는 소집요구를 하겠다”며 황진하 사무총장에게 최고위 소집 요구서를 전달했다.
원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당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며 “당의 직인은 당에 보관돼야 마땅한데 당의 직인이 당사에 있지않은 상황”이라고 밝혀, 김 대표가 대표직인을 가져갔음을 시사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만약 당 대표가 (최고위를) 거부하거나 기피한다면 당헌에 따라 다음 사람이 말하자면 원내대표가 합법적으로 사회를 볼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원유철 권한대행 체제가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최고위원 긴급 간담회에는 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서청원 이인제 김태호 안대희 최고위원과 김정훈 정책위의장(당연직 최고위원)이 참석했다.
이에 대해 김무성 대표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입장이다. 그는 부산 자택에서 김해공항으로 향하며 “내가 여기(부산에) 있어도 권한대행은 안 된다”고 일축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일은 제가 오래전부터 당헌 당규에 위배되는 것은 할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왔다”며 “그래서 오랜 고심끝에 내린 결정이기 때문에 마음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최고위 소집에 대해서도 “그건 (친박계의) 일방적인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또 친박계가 김 대표 없이 공천장에 도장을 찍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당헌당규를 뜯어보고 있는 것에 대해 “그 얘기는 해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이날 당무에만 복귀하는 이유에 대해 “최고위원들이 뜻을 모아서 원유철 원내대표가 오셨기 때문에 그에 대한 예의로 올라가서 당 대표실에 앉아 당무를 보겠다는 뜻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산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해서도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국민들에게 다 말씀드렸는데 자꾸 그런 질문해서 뭐하노”라고 입장 변경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김 대표는 특히 옥새 투쟁이 몰고 올 후폭풍에 대해 “(내가 모든 걸) 책임진다”고 말했다.
◆공천길 막힌 진박 6인방 “옥새투쟁, 헌법 위반”
한편 김무성 대표의 ‘옥새 투쟁’으로 공천장을 받지 못한 ‘진박 후보자’들이 25일 “새누리당 당원과 대한민국의 모든 유권자들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매우 심각하고 중대한 헌법 위반 사안”이라고 김 대표 성토에 나섰다. 김 대표가 공천장을 주지 않아 피선거권을 침해당한 만큼 헌법상 공무담임권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유재길(서울 은평구을) 유영하(서울 송파구을) 정종섭(대구 동구갑) 추경호(대구 달성군) 이인선(대구 수성을) 후보자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의정치와 정당정치의 기반부터 부정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재만(대구 동구을)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은 “김 대표는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을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5개 지역구에 대한 최고위의 의결 거부를 표명했다”며 “이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부적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관위가 심의한 내용이 당 대표의 부적법한 의결 거부로 묵살된다면 당 대표가 공관위의 존재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최고위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최고위를 정상화 시키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집권당의 당당한 모습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선 후보도 “다섯 분은 무공천 방침을 받았지만 저는 최고위에서 의결을 했는데 상대 후보가 절차상의 문제로 법원에 자격정치 가처분 신청을 하는 바람에 시간이 걸렸다”며 “재공모를 통해 최고위에서 빠르게 의결을 해 후보자로 등록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촉구했다.
김무성 대표가 이날 오후 6시까지 옥새 투쟁에 나설 경우, 이들 5인방은 새누리당 후보 자격은 물론, 무소속 출마도 불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