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상미 기자]한국과 프랑스의 우의를 다지기 위한 ‘한국 내 프랑스의 해’ 행사가 23일 막을 올렸다. 한국과 프랑스의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2015-2016 한불 상호 교류의 해’ 행사의 일환으로 12월까지 100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프랑스에서는 작년 9월 ‘프랑스 내 한국의 해’ 행사가 이미 개막돼 오는 8월까지 이어진다. 개막주간인 27일까지 주목할 만한 문화이벤트들이 펼쳐진다. 공연, 전시 등 다양한 장르의 상차림이 풍성하다.
◆무용 ‘시간의 나이’
'한국 내 프랑스의 해' 개막작이다. 23~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 뒤 6월 16~24일 샤이요 국립극장 '포커스 코리아' 프로그램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국립극장과 프랑스 샤이요 국립극장이 공동제작하는 국립무용단의 신작이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안무가 조세 몽탈보가 한국 무용을 다듬었다.
'시간의 나이'는 과거를 축적해가며 새로운 것을 완성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멕시코 소설가 카를로스 푸엔테스(1928~2012)가 1987년 이후 자신의 작품을 '시간의 나이'라고 분류한 데서 영감을 받았다. 한국 전통무용의 현대화가 기대된다. 몽탈보의 특징인 동화적인 영상도 사용된다.
◆연극 ‘빛의 제국’
국립극단과 프랑스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가 협업한 작품으로 지난 4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해 27일까지 이어진다. 작가 김영하의 동명 소설이 바탕이다. 서울로 남파된 스파이 김기영에게 어느 날 아침, 24시간 안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평양으로 귀환하라는 명령이 떨어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북에서 21년, 남에서 21년을 살아간 그를 통해 한국의 민낯을 까발린다.
지난해 명동예술극장에서 내한공연한 '스플렌디즈'에서 영화적인 미장센으로 호평을 받은 프랑스 연출가 아르튀르 노지시엘이 연출을 맡았다. 그의 눈을 통한 이방인의 시선은 한국 관객이 미처 인지하지 못한 저 편의 무의식을 건드린다. 지현준, 문소리가 출연한다.
◆마티유 셰디드, 첫 내한공연
프랑스의 기타 마스터로 불리는 마티유 셰디드가 24일 오후 8시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첫 내한공연한다. 현대카드가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지난 1월 연 프랑스의 싱어송라이터 루 드와이옹 콘서트에 이은 프로그램이다.
'-M-'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셰디드는 항상 알파벳 M을 나타내는 헤어 피스를 착용하고 독특한 무대 콘셉트를 선보인다. '비틀스' 멤버 존 레넌과 오노 요코의 아들인 숀 레넌, 프랑스 배우 겸 모델 및 가수인 바네사 파라디, 영국의 배우 겸 가수 제인 버킨과 그녀의 딸인 배우 겸 가수 샤를로트 갱스부르의 음악을 프로듀싱하기도 했다.
◆‘2016 통영국제음악제 & 세계현대음악제’
25일부터 4월3일까지 경남 통영에서 펼쳐지는 이 음악제에서도 프랑스 문화가 재조명된다. 1972년 창단된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음악 단체 '2e2m 앙상블'이 주인공이다. 다원성과 개방성을 지향하며 프랑스 모더니즘의 진수를 보여주는 단체다. 현재까지 600곡 이상을 위촉, 세계 초연했다. 통영 출신인 윤이상의 대표작 '옥텟(Octet)'을 세계 초연하기도 했다.
이번 음악제 기간 2차례 연주한다. 31일 오후 7시 30분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첫 번째 공연에서는 드뷔시와 라벨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 카바나의 아코디언 협주곡 '카를 코프' 등을 들려준다. '2016 세계현대음악제'의 대미를 장식하는 두 번째 공연은 4월1일 오후 10시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에서 진행된다. 이와 함께 지난 1월 별세한 프랑스 지휘자 피에르 불레즈가 지휘하는 '메모리알레' 영상을 로버트 카홍의 설치 작품과 만날 수 있다.
◆프랑수아즈 위기에 사진전
서울역사박물관이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5월29일까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연다. '서울 엘레지'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전시회는 프랑스 신문사 리베라시옹 사진기자 출신인 프랑수아즈 위기에가 1982년과 2014~2015년 서울을 촬영한 사진을 선보인다.
서울의 낮과 밤의 풍경, 빈민촌, K팝, 가족, 콜라텍, 1982년 등을 주제로 작업한 사진 126점이 공개된다. 러시아, 콜롬비아,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세계 도시의 모습을 담은 빈티지 프린트 작품 28점도 볼 수 있다.
◆‘장 폴 고티에 전’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의 작품 세계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자리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1'이라는 타이틀로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 행사의 하나다. 26일부터 6월30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다.
고티에는 정식 디자인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피에르 가르뎅에게 발탁, 패션계에 입문했다. 기존 패션계의 관습에서 벗어난 독특하고 전위적인 스타일로 이름을 날렸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티에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영감을 받아온 것들을 파악할 수 있다. 마네킹에 전시된 135점의 의상과 패션 스케치 같은 평면작품 72점, 오브제 작품 20점 등 총 220여점을 선보인다.
이밖에 프랑스 대통령궁인 엘리제궁의 수석 셰프 기욤 고메즈 등 요리사 12명이 펼치는 미식축제 '소 프렌치 델리스'(So French Delice·23~26일)의 하나로 열리는 스트리트 푸드(25~26일) 이벤트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프랑스의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한불상호교류의해의 공식인증사업을 기획해온 최준호 예술감독은 “양국 국민들이 양국의 다양한 모습을 새롭게 알게 될 기회가 될 것이며, 향후 양국의 왕성하고 발전적인 교류의 근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