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유한태 기자]정치권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공천을 추진해왔던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 선출 방식과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셀프공천' 문제를 놓고 또다시 내홍에 휩싸였다. 특히 김 대표가 당내 반발에 맞서 당무를 거부하자 당의 중진들과 원로 당원들까지 나서서 “김종인 사퇴”를 외치며 지도부 방침에 반기를 들었다.
21일 더민주 지도부는 국회에서 비공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고 비례대표 선출 방안에 대한 출구전략을 모색했다. 이날 비대위 회의는 A, B, C 그룹으로 나눈 '칸막이 투표'부터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비례 2번 셀프공천' 까지 전반적인 비례대표 선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됐다. 김 대표는 이 같은 비대위원들의 비례대표 선출안 수정 시도에 대해 반발하며 당무를 거부했다.
회의가 한 시간여쯤 지났을 때 중앙위원인 선진규 고문이 당대표실을 찾았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비례대표 당선권 후반부에 올라야 한다'는 주장과 현 사태에 대한 김 대표의 사과 요구를 담은 건의서를 손에 든 채 였다.
그는 “비례대표는 당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노인들이 60년동안 키워놓은 당에 이렇게 인물이 없느냐. 비대위 대표를 바꾸면 될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이후 실버위원회 소속 원로 10여명도 피켓을 들고 국회를 찾으면서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이들은 '천만 노인유권자 무시하는 비례대표는 무효'라고 쓰여진 피켓을 들고 김 대표의 비례대표 2번 배치, 노인대표성과 지역안배를 고려하지 않은 비례대표 명부 등에 대해서 거칠게 항의했다.
특히 원로들은 비대위원들이 회의중인 당 대표실을 거칠게 두드리며 “문열어! 민주당 잘 굴러간다!”, “김종인을 언제 봤다고, 여당갔다가 야당갔다가 한 사람에게 (비례를 주느냐)”, “(대표가) 당무를 거부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모시겠느냐”고 고성을 질렀다.
국회 방호과에서 이들을 제지하고 끌어내자 한 여성 당원은 “대표가 나가야지, 내가 왜 나가느냐"며 "대표더러 나가라고 하라”고 울부짖으며 주저앉기도 했다
결국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대위원들이 이들과 면담하며 달랜 후에야 사태는 진정될 수 있었다. 이들의 소동으로 비대위원들도 비례대표 선출 수정안을 도출해내지 못한 채 회의를 끝마쳐야 했다.
박병석·원혜영·유인태·이석현·정세균·추미애 의원 등 당 중진들도 이날 성명을 내고 “비례대표 후보 선정은 당헌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여러 논란으로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 분명한 후보자들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결국 비례대표 순번 투표가 이뤄지는 중앙위원회의도 이날 오후 3시에서 5시로 늦춰졌다. 당 지도부는 비대위에서 김 대표의 번호를 후순위로 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비례대표 후보자들 일부를 제외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뚜렷한 합의점은 찾지 못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김종인 대표는 이날 '2번 셀프공천'에 대한 당내 반발이 확산되는 데 대해 불쾌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비례 2번 때문에 내가 큰 욕심이 있는 것처럼 인격적으로 사람을 모독하면 나는 죽어도 못 참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