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미국 대선판이 '힐러리 대 트럼프' 구도로 굳어지고 있다. 최대 분수령인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일찌감치 승전고를 올렸다.
트럼프 후보와 클린턴 전 장관은 1일(현지시간) 공화당과 민주당의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각각 압승을 거뒀다. 트럼프는 이날 결과가 나오는 11개주 가운데 7곳에서 승리가 예고됐다. 클린턴 전 장관은 개표가 진행된 12개 지역 가운데 8곳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을 따돌렸다. 샌더스는 버몬트, 오클라호마, 미네소타, 콜로라도 등 4곳에서 승리했다.
◆트럼프 vs 클린턴, 본선 경쟁 시작됐다
명실상부 각당의 승자로 떠오른 트럼프 후보와 클린턴 전 장관은 상대방과의 본선 대결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벌써부터 상호 견제에 돌입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후보의 선거 구호를 지적하며 분노와 분열을 부추기는 트럼프와 차별화에 나섰다.
그는 이날 승리 연설에서 "우리가 할 일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위대하지 않은 적 없다"며 "미국을 다시 온전하게 만들어야 한다. 흠이 난 부분을 다시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나라는 상위층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다. 하나의 길만 바라보고 섬기고 생각하는 자들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은 우리 모두가 강할 때 비로소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뒤이은 연설에서 "힐러리 연설을 봤는데 모든 게 나쁘단다. 그는 거기 너무 오래 있었다"며 "경선을 끝내면 나는 한 사람 만을 좇을 것이다. 바로 힐러리 클린턴"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후보는 "우리는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며 "그가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했다면 앞으로 4년 동안에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CNN방송/ORC 여론조사(29일)와 폭스뉴스 여론조사(18일) 등을 보면 본선에서 클린턴과 트럼프가 맞붙을 경우 현재로서는 클린턴이 5~8% 안팎으로 유리하다고 나타난다.
◆공화, 단일화 '속도' 전망…트럼프, 어디까지 오르나
슈퍼화요일을 기점으로 공화당에서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과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에 대한 '후보 단일화' 요구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날 텍사스와 오클라호마에서 1등한 크루즈 의원은 추후 경선에서 회생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 기대를 받던 루비오는 이날 미네소타에서만 겨우 이겼는데. 15일 플로리다 경선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공화당 전략가들은 2,3위 자리를 다투는 두 후보가 단일화하지 않으면 반트럼프 진영이 남은 레이스에서 트럼프 돌풍을 차단하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
강경 보수파인 크루즈 의원과 상대적으로 온건보수쪽에 속하는 루비오 의원이 양쪽 진영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단일화 전략을 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두 후보는 각자 트럼프 대항마를 자처하며 상대방의 양보를 촉구하고 나섰다. 현재까지 대의원 수로는 크루즈 의원이 루비오 의원을 약 30명 앞서가고 있다.
트럼프 후보 역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불성실 납세 의혹이나 트럼프대학(트럼프가 설립한 사설 교육기관) 사기 소송, 불법 이민자 채용 문제 등 그에게 타격이 될 수 있는 이슈들이 점점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뉴욕타임스가 트럼프의 대선가도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있는 녹취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의 경선 득표율에 30~35%의 상한선이 존재한다는 지적과 달리 경선을 거듭할수록 그의 득표율은 오르는 모습이다. 트럼프가 과반이 넘는 대의원 확보에 성공한다면 공화당 지도부가 트럼프 저지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중재 전당대회' 카드도 무용지물이다.
◆민주, 샌더스 경선 완주 다짐…힘든 싸움 계속
민주당에서는 샌더스 의원이 '99%'를 위한 새로운 미국을 만들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샌더스는 '힐러리 대세론'에 굴하지 않고 오는 7월 전당대회까지 완주를 다짐했다.
샌더스 의원은 "이번 캠페인은 단순히 대통령을 뽑는 게 아니라 미국을 변화시키는 것"이라며 경선이 예정된 나머지 주의 유권자들에게도 선택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샌더스는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클린턴을 상대로 4승을 올리면서 예상보다 선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아직 샌더스의 최종 후보 낙점 확률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갈수록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민주당은 대의원을 경선주별로 승자 독식제에 따라 몰아주지 않고 득표율에 비례해 후보별로 나누어 준다. 샌더스 의원이 향후 경선에서 클린턴과 박빙 승부를 펼치며 레이스를 장기전으로 끌고 갈 가능성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