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지혜 기자] 리차드 기어, 마돈나, 나오미 캠벨 등 세기의 아이콘을 탄생시킨 천재 사진가 허브릿츠 사진전 ‘HERB RITTS : WORK 할리우드의 별들’이 5월2일까지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인간의 몸을 주제로 전설을 만들다
할리우드의 패션과 문화를 이끌었던 천재 사진가 허브릿츠(미국, 1952-2002)는 스타들의 사진과 명품 패션 화보, 인간의 몸을 주제한 작품들로 할리우드의 전설을 만든 20세기 대표 사진가이다. 이번 전시는 특별히 허브릿츠 재단에서 소장하고 있는 100여개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로 국내에서는 처음 개최된다.
사진작가였던 그는 천재적인 감각으로 다양한 뮤직비디오도 연출한다. 마돈나, 크리스 이삭, 브리트니 스피어스, 머라이어 캐리 등 그가 연출한 세계 톱 뮤지션들의 뮤직비디오는 관능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연출로 지금까지도 최고의 영상으로 꼽힌다. 이번 전시에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었던 그의 독특한 작품들과 직접 연출한 10여 편의 뮤직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1989년 작 ‘Stephanie, Cindy, Christy, Tatjana, Naomi’은 허브릿츠 인생의 대표 작품이기도 하다. 당대 최고의 톱모델 스테파니 세이모어, 신디 크로포드, 크리스티 털링턴, 타티아나 파티즈, 나오미 캠벨을 모델로 한 이 작품은 미국 로스엔젤레스(LA)의 허브릿츠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것이다. 이 작품은 1990년대 슈퍼 모델을 상징하는 사진이 됐다.
허브릿츠는 여성과 남성의 경계에 있는 중성적인 면에 강한 매력을 느꼈다. 여성이 남성처럼, 남성이 여성처럼 보이는 그의 작품들이 상당수다. 그런 이유로 허브릿츠는 모델 타티아나의 얼굴을 좋아했다. 1988년 작 ‘Tatjana Veiled Head’ 사진은 베일 속 그녀의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찍은 것이다.
격동적인 움직임을 포착
1985년 작 ‘Neith with Shadows’는 그리스 신화 다프네를 묘사한 작품. 다프네는 강의 실 페네오스의 딸이다. 에로스가 장난삼아 쏜 활에 맞은 아폴론은 다프네에게 반한다. 하지만 에로스가 쏜 증오의 화살을 맞은 다프네는 아폴론을 보자 기겁을 하며 달아난다. 아폴론이 거의 쫓아가 안으려 하자 다프네는 아버지에게 구해달라고 소리를 질렀고, 페네오스는 다프네의 몸을 월계수로 변화시킨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사랑 받는 사진가 허브릿츠도 때때로 그의 사진을 거부당했다. 흑백의 대비가 매우 분명한 사진들이 그랬다. ‘Naomi Campbell - Face in Hand’ 작품 역시 같은 이유로 매거진 ‘보그’에서 거절당한다. 하지만 이 작품을 최고라고 믿었던 허브릿츠가 사진의 톤을 약간 변경해 ‘인터뷰’ 잡지에 게재했고, 나오미 캠벨은 최고의 흑인 모델로 우뚝선다.
허브릿츠는 댄서나 운동선수들의 독특한 동작을 포착하는 것을 즐겼다. 첫 번째는 그들의 멈춘 모습을, 두 번째는 격동적인 움직임을 담아냈다. 1987년 작 ‘Backflip, Paradise Cove’ 작품 역시 그렇게 나온 아이디어 작품이다. 말리부의 한 해변가에서 운동선수가 뒤로 공중제비를 하고 있는 장면으로, 몸을 완벽하게 구부려서 인체의 모든 부분이 땅에 닫지 않은 상태여야 하는 아주 어려운 동작이었다. 하지만 허브릿츠는 몸이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는 순간 정확하게 이 사진을 포착했다. 그는 후에 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이 자신에게도 행운이었다고 이야기했다.
리차드 기어를 스타로 만든 사진 한 장
1978년 작품 ‘Richard Gere’는 우연히 여행을 하던 도중 찍은 것으로, 허브릿츠가 사진가의 길을 가게 된 계기가 된 중요한 작품이다. 허브릿츠는 친구와 함께 사막을 여행하던 중 바람이 빠진 바퀴를 교체하기 위해 잠시 주유소에 들렀다. 사진 찍는 것이 취미였던 허브릿츠는 그곳에서 친구에게 사진을 찍자고 했다. 그 해 그 사진은 최고의 패션 잡지였던 ‘보그’ ‘에스콰이어’ ‘마드모아젤’에 실렸다. 그 때 그 친구가 바로 할리우드의 미남 배우인 리차드 기어다. 이 사진으로 리차드 기어는 스타가 됐고 허브릿츠는 할리우드 대표 사진가의 길로 들어선다.
1990년 작품 ‘Versace Dress’는 베르사체 광고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톱모델 크리스티 털링턴과 작업한 것이다. 블랙 색상의 실크천은 주변에 은은한 빛을 자아냈고 덕분에 그녀에게 후광이 비춰 여신과 같은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녀는 세계의 끝으로 오해받기 쉬운 황량한 호수 엘 미라지의 여신과 같은 포즈를 취했다. 강렬한 햇빛이 특징인 서부에서 태어난 허브릿츠는 대지와 바람, 빛 등의 자연요소를 작품에 녹여냈다. 그런 그가 포착해낸 사람의 몸은 아름답고 감각적이며 자연과 닮아있다. 이 사진에서도 역시 조각처럼 실루엣과 햇빛에 바랜 몸, 숨겨진 팔과 다리, 머리카락처럼 보이는 매끈한 모자의 조합으로 자연을 닮은 추상적인 이미지가 드러나 있다.
1960년대 영화계에 가장 아름다운 여배우 중 하나인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독특한 모습을 담은 작품도 한국에 온다. 클레오파트라를 통해 세기의 미인으로 불리던 그는, 마이클 잭슨과 더불어 허브릿츠와도 깊은 친분을 맺었다. 허브릿츠는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보다는 솔직하고 강인한 여배우의 아우라를 사진에 담아냈다. 작품 속 반지는 다섯 번째 남편 리차드 버턴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33.19 캐럿의 다이아로 현재 경매에서 101억원에 낙찰 받은 국내 모 기업이 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