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허필숙 기자]경기도 내 한 중학교 교감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외를 하고, 자신에게 과외받는 특정 학생의 예체능 점수를 조작하라고 교사들에게 지시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도내 공립중학교 교감 A씨는 지난해 4월~6월 이 학교 1~2학년 학생 4~5명을 주말마다 학교로 불러 특별 과외를 했다.
수학 교사 출신인 A 교감은 자신이 집필한 참고서를 교재로, 매주 학생들에게 1시간 30분에서 2시간 동안 수학 지도를 했다.
A 교감에게 지도를 받은 학생들은 공교롭게도 이 학교 운영위원 자녀이거나 가정형편이 부유했다.
A 교감은 지난해 4월18일에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나는 과거에 1000만원짜리 과외도 했고, 지난해(2014년) 여름방학 때는 한 달 동안 수학 과외를 하는 조건으로 골프와 호텔숙박, 500만원 현금 지급 등의 제안도 받았다"는 발언도 했다.
학교 시청각실에서 1~2학년 학생과 학부모 15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진로특강 자리에서다.
A 교감은 이후 자신에게 과외를 받던 B(1학년)군의 미술과 음악 수행평가(실기) 점수가 낮게 나오자, 직접 담당 교사를 부르거나 다른 교사를 통해 B군의 성적을 고쳐 달라고 지시했다.
과외받던 학생 대부분이 세 차례 정도 과외를 받다가 중단했지만, B군만 과외를 계속하던 시점이었다.
A 교감은 성적 조작을 지시하는 과정에서 "B군이 내 조카"라고도 했다.
이 지시로 당시 최하위 점수인 'D'를 받았던 B군의 예체능 성적이 'C'로 상향됐다가 교내에서 논란이 일자 다시 'D'로 바뀌었다. A 교감에게 지시를 받은 교사들은 모두 기간제 신분이었다.
한 기간제 교사는 "교감과 기간제 교사의 관계는 '슈퍼 갑·을 관계'"라며 "성적 조작을 지시하면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당시에 교내에 소문이 퍼져 다행히 성적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추석 연휴를 20여 일 앞둔 9월 초에는 이 학교 행정실로 골프채가 택배로 배달되기도 했다. A 교감 앞으로 온 골프채였다.
그런데 이 골프채를 B군의 어머니가 행정실로 찾아가 수령했다. B군의 아버지와 따로 식사할 일이 있어서 골프채를 찾아달라고 B군의 어머니에게 부탁한 것이라고 A 교감은 설명했다.
이밖에도 과학영재반인 창의과학탐구반 선발 시험 합격자 명단(22명)에 없었던 B군이 며칠이 지나 뒤늦게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학교는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들에게 과학탐구반 학생 모집 일정을 통보하고 선발 시험을 치렀지만, 애초 합격자 명단에 없던 B군이 뒤늦게 합류한 것이다.
과학탐구반의 정원은 22명이지만, B군의 합류로 모두 23명이 됐다.
이런 사실들과 관련한 소문은 순식간에 교내에 퍼졌고, 이 학교 교장은 지난해 9월 관련 교사들을 불러 사실 확인을 했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조처는 없었다. 오히려 교감 사무실이 별도로 설치됐다.
A 교감은 "학생들에게 과외한 것이 아니라 학교를 위해 일부 (특목고 진학)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을 상담한 것"이라며 "진로특강 때는 불법 과외를 해도 소용없다는 말을 하기 위해 지어내 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또 "수선을 맡긴 골프채가 학교로 배달된 것이고 마침 연수 중이어서 B군의 어머니에게 찾아 달라고 부탁했었다"며 "기간제 교사들에게 B군의 성적을 재평가할 수 있냐고 의향을 물은 것이지 조작을 지시하지는 않았다. 이 과정에서 내 조카라는 표현을 쓰기는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