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7.28 (월)

  • 맑음동두천 32.0℃
  • 맑음강릉 33.9℃
  • 맑음서울 32.7℃
  • 맑음대전 32.8℃
  • 맑음대구 31.6℃
  • 맑음울산 31.0℃
  • 맑음광주 32.3℃
  • 구름조금부산 31.5℃
  • 맑음고창 33.1℃
  • 구름조금제주 29.9℃
  • 맑음강화 30.8℃
  • 맑음보은 30.5℃
  • 맑음금산 30.8℃
  • 맑음강진군 33.3℃
  • 맑음경주시 31.9℃
  • 구름조금거제 29.1℃
기상청 제공

백현진·방준석, 위로와 공감의 노래선물…방백 '너의 손'

URL복사

[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서울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또 하나의 백그라운드뮤직(BGM)이 생겼다. 대중음악계에서 '천재'로 통하는 백현진(44)과 방준석(46)이 결성한 프로젝트 듀오 '방백(bahngbek)'의 첫 앨범 '너의 손'이다.

서울에 사는 어느 사람을 따라가는 한 편의 영화처럼 들린다. 음악의 시각화다. 공감각적이다. 트랙 순서는 누군가의 일상을 추적하는 듯하다. '방향'을 잡고 나가기 위해 '다짐'을 하고 '어둠' 속에서 처절한 '심정'을 움켜 잡다가 '변신'의 마음가짐으로 '한강'에서 성토한다. '귀가'를 하다가 '바람'에 이끌려 허무와 부질없는 몽환적 탄식인 '아송'을 외치다 '동네'에서 '정말'로 삶을 자각하게 되는…. 서울 곳곳의 풍경을 아무렇지 않게 담아낸 이윤기 감독의 영화 '멋진 하루'(2008)의 기운을 '너의 손'에서도 찾았다.

 '백현진 위드(with) 방준석'의 줄임인 팀명이 '방백(傍白)'으로도 들리는 이유다. 연극에서 등장인물이 말을 하지만 무대 위의 다른 인물에게는 들리지 않고 관객만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약속돼 있는 대사가 방백이다.

 '너의 손'은 청자의 경험에 의해 저마다 다르게 체화되며 각자의 이야기를 만든다. 그래서 굳이 서울에 사는 사람들만의 노래는 아니다.

백현진, 방준석, 그리고 참여 세션의 면면이 서울을 주무대로 삼고 있어 그런 느낌이 배어 있을 뿐 도쿄나 뉴욕에 살고 있으면 그곳의 공기가 녹아들어갈 것이다. 작은 따옴표 속 단어들은 '너의 손'에 실린 트랙 제목인데 모두 두 글자다. 시인이기도 한 백현진의 시적 감각이 조신한 유머를 안고 살짝 깃들어졌다.

백현진은 "서사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방준석 역시 "앨범 작업을 할 때 정하고 시작한 것은 전혀 없었다"고 확인했다. 백현진은 "막연한 대상이었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는"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대중음악계에서 개성 강한 뮤지션을 거명하라면 항상 수위에 꼽히는 인물들이다. 영화음악감독 장영규와 함께 아방가르드 밴드 '어어부 프로젝트'로 활동하는 백현진은 음악·영화·배우·미술 등 영역을 넘나드는 전방위 예술가다.

방준석은 대중음악계 전설로 통하는 블루스 모던록 가수 이승열(46)과 함께한 2인 밴드 '유앤미블루' 활동과 '공동경비구역 JSA' '베테랑' '사도' 등 영화음악 작업을 아우르는 기타리스트 겸 음악감독이다.

이들은 1990년대부터 서로를 알아왔고, 간간히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2014년 영화 '경주' OST 타이틀곡 '사랑'으로 이미 공개적으로 합도 맞췄다.

그럼에도 방백으로 묶이는 첫 앨범에 대한 기대는 컸다. 방준석은 "이 합은 하기 싫은 것은 당연히 안 하는 합"이라며 "남을 고려하고 배려를 한다고 했지만, 우리가 재미가 없으면 제동이 걸렸다. 우리도 좋고 듣는 분들도 좋았으면 했다"고 전했다.

기술적으로 둘의 접점을 찾으려 한 것은 아니다. 백현진은 "교집합도 아니다. 갸우뚱거릴 정도의 조합일 수 있는데 물리적인 시간만 3년 이상 걸렸다"고 했다.

방백이라는 이름 아래 작업을 한 것 자체가 굳이 새롭게 만드려는 노력 없이 다름을 불러들였다. 백현진은 "새 술은 새 부대에"라며 웃었다.

김오키, 림지훈, 서영도, 손성제, 신석철, 윤석철, 고상지 등 내로라하는 세션들이 힘을 보탰다.

방준석은 "세션의 화려함을 지향한 건 아니다"며 "연주를 너무 잘하는 분들이지만, 연주력만 가지고 함께 하고자 판단한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태도와 마음에 대한 앨범으로 읽힌다. 전위적이고 아티스적인 음악을 할 것이라는 백현진, 방준석의 음악을 생각하면 놀랄만큼 편안하게 들린다. 그러나 쉽게 들린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 태도와 마음이 조금 더 여유롭고 너그러워졌다고나 할까.

백현진은 "태도, 마음은 식상한 것이고 옛날 것이라는 인식이 있을 수 있는데 방백의 작업을 토대로 그 속성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느끼는 분이 있었으면 했다"고 말했다. "나이를 더 잘 먹어서 그 순간에 어떤 앨범을 냈을 때 그 시점에서 걸맞었으면 했다."

방준석도 "지금 이 시점에서 담고 싶었던 것이 담겼을 것이다. 의도한 것이 아니고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지금 담길 수 있는 기운 그런 것"이라고 동의했다.

 '너의 손'을 듣고 일상의 BGM이라고 느끼며 위로를 받은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동시대를 살면서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고,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뮤지션'이 어딘가에 있다는 안도감 같은 것이다.

백현진은 "누구에게는 고마움일 수 있고, 누구에게는 위로일 수 있고. 이 앨범이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는 건 청자의 몫"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 앨범을 잘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유용한 물건이 됐으면 좋겠다는 거지."

결국 방백이라는 이름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백현진은 "나랑 준석이 형이 말하는 것을 (앨범에 참여한 베이시스트인 서)영도 형이 못 들을 수 있고 청자만 들을 수 있다. 우리들에게는 없는 것일 수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이 물건을 유용하게 잘 써달라고 할 수 있다. 하하. 여러분들의 것입니다라는 거지."

앨범 제목이 '너의 손'이라는 명분이 명확해진다. 백현진은 "말 그대로 본인들에게만 들을 수 있는 그 무엇이 됐으면 한다. 우리에게 혜택이 없더라도 상관 없다"고 분명히 했다.

무엇인가 바라는 의도와 억지가 없으니 들으면서 자연스레 마음이 절로 데워진다. 백현진은 "이런 시절에 날카롭고 건조한 것을 드러내는 것도 좋다. 그런데 팝 뮤지션으로서, 대중가요 종사자로서, 이 문맥에서 따듯한 물건을 만들어내고 싶었다"며 눈을 빛냈다.

방준석은 "현진이가 '너의 손'에 대해 입소문을 내달라는 건 그 온기를 전하려는 마음이다. 우리 결과물을 우리에게 대가로 돌아오지 않는 방법으로 들을 수 있다. 다만 그런 부분들이 우리 공연에 오는 초대장이 됐으면 하는 거지."

방백의 공연은 따뜻함을 넘어 현장에 가지 못하면 느낄 수 없는 뜨거움,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사회

더보기
인산인해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 성료...152개 대학 수시 정보 '한 눈에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주관하는 2026학년도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가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전국 152개 대학이 참여한 가운데 성료했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참여 대학의 전형결과 분석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상담을 진행하였다. 참가대학별 상담관에서는 입학관련 교수, 입학사정관, 교직원 등이 해당 대학의 전형 결과를 바탕으로 일대일 맞춤형 상담을 실시하였고, 이와 함께 모집요강과 전형 안내자료 등을 무료로 배포하고 해당대학의 입학정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제공했다. 또 진학상담 경험이 풍부한 대교협 대입상담교사단이 직접 참여해 일대일 대입상담관도 진행했다. 일대일 대입상담관은 사전 예약을 통해 운영하였으며, 시간과 인원 제한 등으로 상담을 받지 못할 경우 대교협 대입상담센터 전화상담 서비스 등을 통해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대입정보 종합자료관, 한국장학재단 홍보관,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홍보관, 대학알리미 홍보관, 대입정보포털 어디가 홍보관 등 대입정보 종합자료관도 운영했다. 양오봉 대교협 회장은 "2026학년도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는 단순히 입학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문화

더보기
한 가족의 삶을 통해 대한민국 근현대사 100년을 통찰하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페스트북은 정일남 작가의 소설 ‘반갑다, 지리산 무지개여!: 격동기를 살아낸 한민족의 이야기’를 올해의 추천 도서로 선정했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강제 노역과 해방을 거치며 한반도를 휘몰아친 격동의 역사를 평범한 민초의 삶을 통해 그려낸 역사소설이다. 정일남 작가는 노스텍사스대학에서 화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평생을 화학 연구자로 살았다. 정년 퇴임 이후에는 벤처기업 JSI실리콘을 설립했다. 그는 “오늘날 대한민국이 이룬 발전이 결코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님을, 개개인의 수많은 노력과 희생 위에 세워진 것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또한 지나온 역사 속에서 미처 깨닫지 못했거나 바로잡아야 할 부분들을 함께 성찰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출간 소감을 전했다. 페스트북 편집부는 ‘반갑다, 지리산 무지개여!’는 위대한 영웅이 아닌 지리산 부근에 사는 한 가족의 삶을 통해 대한민국 근현대사 100년을 통찰하는 소설로, 그들의 삶과 슬픔, 저항을 날 것의 모습 그대로 꾹꾹 눌러 담았다며, 강제 노역과 전쟁, 분단의 파고를 지나야 했던 사람들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대생 전공의 복귀하려면 무조건 사과부터 해야
지난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집단 이탈했던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지난 14일 전격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17개월 만에 의정 갈등이 마침표를 찍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복귀자들에 대한 학사일정조정, 병역특례, 전공의 시험 추가 응시기회 부여 등 특혜 시비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의정갈등의 불씨는 계속 남아있게 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1년5개월 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의정 갈등의 해법은 의대생, 전공의들이 무조건 국민과 환자들에게 의정 갈등으로 인한 진료 공백 사태에 대해 사과부터 하고 그 다음 복귀 조건을 제시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지난해 2월부터 발생한 의정 갈등은 정부가 고령화 시대 의료 수요 증가와 지역·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지역의료 강화, 필수 의료 수가 인상 등을 묶어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을 강행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인력 배치’의 불균형 문제이며, 의료개혁이 충분한 협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었다고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의료계는 의사 수 증가가 오히려 과잉 진료와 의료비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