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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과장, 그러나 허위 아니다…중년된 쌍문동 덕선이 본 '응답하라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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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장장 10주간 펼쳐진 ‘80년대 추억여행’이 막을 내렸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막장 가족극에 지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가구 전국 기준 10주 연속 케이블, 위성, IPTV 통합 동시간대 시청률 1위, 남녀 10~50대 전체 시청층에서도 동시간대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이들은 아파트 시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웃 간의 정이 아직은 남아 있던 그때 그시절의 추억에 환호했다.

‘감성팔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잠시나마 웃음과 위로를 주며 “속 깊은 드라마”라는 평가를 얻었다. 16일 마지막화의 지나친 신파에 실망하는 반응도 있으나 시청률로는 유종의 미를 거뒀다. 최종화 ‘안녕 나의 청춘, 굿바이 쌍문동’ 편은 유료플랫폼가구 평균시청률 19.6%, 최고시청률 21.6%을 기록하며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했다. 케이블채널 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이다.

초등학교 4학년인 이연수(11)양은 “시리즈 전체를 다 봤는데 ‘응팔’이 가장 좋았다. 여러 가족들이 나와서 좋았고, 막장 드라마가 아니여서 좋았다”고 말했다. “친구들도 즐겨 봤다. 선생님이 주말에 내가 보고 이야기해줄게 너희들은 공부하라고 말씀한 적도 있다”며 초등학교 교실에서도 이 드라마가 화제였다는 사실을 전했다.

회사원 이양희(52)씨는 “내 어린 시절 고향의 정겨움이 떠올라 드라마를 보는 내내 흐뭇했다”며 “배우들의 자연스런 연기가 드라마 몰입에 도움을 줬고, 쓸데없는 흔한 갈등이 없는 점도 이 드라마의 미덕”이라고 짚었다.

드라마의 배경과 비슷한 시기에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서 사춘기를 보냈고, 어느덧 40대가 된 두 직장인에게도 ‘응팔’은 많은 것을 떠올리게 했다.

88학번인 김재준(46·가명)씨는 극중 성동일네 첫째 딸인 보라보다 한 살 적다. 그는 고3때인 1987년부터 1993년까지 쌍문동에서 살았다. 고대부속고등학교로 통학을 하다가 ‘88꿈나무’ 학번이 됐다. 나정과 쓰레기, 선우처럼 신촌 일대에서 대학생활을 했고 졸업 후 광고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보라와 덕선의 아버지같이 ‘비자발적 퇴직’을 걱정해야 하는 ‘쓸쓸한 나이’가 됐다.

92학번 김수현(42·가명)씨는 둘째 딸인 덕선보다 한 살 적다. 1988년 쌍문동에 살 때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당시 고등학교 배정은 ‘뺑뺑’이여서 혜화여고를 다녔다. 1994년 관악구로 이사했고 현재는 강남에 거주하며 광고업에 종사 중이다.

김재준씨는 “27년이 지나서 갑자기 오래 전 그 시간과 공간에 툭 하고 떨어졌다”며 “이삿짐을 나르다 열어본 박스에서 옛날 일기장이 발견된 기분이었다”고 이 드라마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김수현씨는 그야말로 환호성을 질렀다. “좋아하던 ‘응답하라’ 시리즈의 다음편이 88년이라는 소식을 듣자마자 주변에 바로 그 시절 고등학생이자 쌍문동 바로 옆 수유동 반지하에 살던 바로 내가! 그 주인공이라고 엄청 떠들고 다녔다. 88년으로 설정된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하고 기뻤다.”

-‘응팔’ 방송 이후 쌍문동 주민을 바라보는 주변의 반응은?

“제일 많이 물어본 건 브라질 떡볶이가 진짜 있느냐는 것. 브라질 떡볶이는 정의여고 앞에 있다는 얘긴 들었는데 남의 학교, 그것도 여고 앞이라 실제로 가본 적은 없다.”(김재준)

-‘응팔’이 방송될 때 쌍문동에 가봤는가. 어릴 적 골목이나 풍경이 얼마나 남아있던가?

“바로 며칠 전에 아직 그 동네 사는 외삼촌댁에 갈 일이 있어 잠깐 가봤다. 골목길들은 대충 그대로 다 있다. 대신 드라마처럼 1층이나 2층짜리 마당 있는 단독주택들이 지금은 3, 4층짜리 다세대주택으로 변했다. 길에 차들이 많아 매우 좁아진 느낌이다.”(김재준)

-가족들과 ‘응팔’을 보면서 무슨 대화를 나눴나?

“여동생과 방송을 보며 얘기한 적이 있다. 쌍문고와 쌍문여고가 있다고 얘기한 동생과 없다고 얘기한 내가 부딪혔다. 내가 이겼다. 둘 다 없는 학교들이다.”(김재준)

‘응답하라’ 시리즈에 관심이 없던 부모가 이번 시리즈는 즐겨봤다. 동네의 추억도 있었겠지만 그 시절 가족의 이야기가 중심이 돼 재미있게 봤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저 시절 저 곳에 저런 게 있었는지, 저 버스가 다녔는지, 그리고 출연진이 저 버스를 타고 저런 노선으로 다닌 게 맞는지 서로 왈가왈부했다.”(김수현)

-드라마 속 골목 풍경이 판타지라는 지적이 있다. 주민으로서 실제와 얼마나 닮았고, 또 다른가?

“물리적인 분위기는 비슷했다. 골목길이 있고 대부분 대문이 있고 작은 마당이 있는 집들이 이어져 있었다. 대개 주인이 2층에 살고 1층이나 지층에는 세를 든 집이 있었다. 다른 점은 주인집과 세든 집이 드라마처럼 그렇게 친하게 지내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나도 옆집 사람과 인사 정도는 했지만 대화를 나누고 지내진 않았다. 이 골목 사람들처럼 십수 년을 함께 지낸다면 다를지 모르겠지만 나의 현실은 그랬다.”(김재준)

“판타지까지는 아니다. 동네에 평상을 내놓고 동네 아줌마들이 맥주를 마시며 놀았다는 설정은 지나치게 더 옛날 풍경 같긴 하지만 엇비슷한 부분이 꽤 있다. 동네 이웃들과의 지나친 살가움 정도만 거둬내면 비주얼적인 풍경, 그리고 적어도 아래윗집 한집 옆집 정도와는 그릇에 음식 담아서 보내면 빈그릇으로 보내지 못해 다시 뭐라도 담아서 주거니 받거니 했던 것, 그리고 가장 놀라운 당시 오래된 반지하 집의 구조 같은 것들은 정말 똑같이 재현해낸 것이 재미있었다.”(김수현)

-드라마에 그때 그시절의 대중문화가 많이 나왔는데, 가장 반가웠던 스타나 노래는?

“이 드라마의 분위기와 가장 가까운 노래는 동물원의 ‘혜화동’이다. 골목이 주는 느낌과 이젠 그 골목에 살지 않는 아쉬움이 가사와 멜로디에 다 담겨있다.”(김재준)

“거의 모든 노래들이 반가웠다. 그중에서도 이문세 노래와 이상은의 ‘담다디’, 신해철의 ‘그대에게’가 아무래도 가장 88년을 떠올리게 했다. 가장 반가웠던 영화는 당시에도 몇 번을 보고 또 봤던 ‘더티댄싱’. 그 OST의 노래가 만옥이가 응봉이에게 하고 싶은 걸 하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의 배경음악으로 깔렸던 것도 절묘했다고 생각한다.”(김수현)

-그때 그시절, 다뤄지지 않아서 아쉬운 인물이나 대중문화, 사건사고가 있다면?

“그해 고르바초프의 글라스노스트, 페레스트로이카 등이 새롭게 등장해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대학로에 글라스노스트라는 맥주 집이 생길 정도로. 군인 출신 대통령이 취임한 첫 해였고 올림픽이 열린 해였다. 더불어 올림픽 영웅들이 한참 떠들썩했다. 첫 회의 개막식 에피소드 외엔 그냥 지나갔다. 실제론 조금 더 국민들이 거기에 쏠려 있었다.”(김재준)

“‘듀스’ 정도가 뒷부분에서 언급이 한 번 되려나 했는데 없었던 것 정도?”(김수현)

“친한 친구 중에 바둑광이 있어 당시의 바둑계에 관심이 많았다. 실제론 소년 기사 이창호가 등장한 해이긴 하지만 여전히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등의 천재 기사들이 활동할 때였다. 최택과 함께 스승 조훈현 캐릭터도 잠깐씩 등장시켜 에피소드를 조금 확장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김재준)

-드라마에서 가장 마음이 끌린 에피소드나 인물이 있다면?

“선우 엄마. 가장 실제로 그 때 그 동네에 살았을 것 같은 사람이라서 그렇다.”(김재준)

“아무래도 가장 나이가 가까운 덕선이의 여러 가지 감정들에 공감이 많이 갔다. 또 그 시절 남고생과 가장 싱크로율이 높은 정팔이가 가장 매력적이었다.”(김수현)

-‘응팔’ 시리즈의 미덕과 한계라면?

“시리즈 전체의 미덕이자 한계는 등장하는 인물들이 전부 특별한 사람들이라는 것. 예전의 대통령 후보나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야구선수까진 아니어도 역시 천재 바둑기사에 주인공들은 전부 공부 잘하고 잘나고 심성도 좋다. 누가 봐도 이 시리즈는 시대를 빌려온 판타지다. 미덕이자 한계인 거다. 어느 글에서 응팔 주인공들 세대야말로 좋은 시절을 살아온 세대라고 했다. 과외 없이도 대학에 갔고 학점관리 없이도 취업할 수 있었다. 그런 시절을 보낸 세대가 그 자식들이 딱 그 나이가 돼 자신들보다 훨씬 힘들게 사는 걸 보고 있다. 팍팍한 현실에서, 자신들의 그 좋았던 시절을 다시 보는 걸 외면하기란, 쉽지 않을 거다.”(김재준)

“이전 시리즈가 그 시절 주인공들의 추억만 담아냈다면 이번 응팔은 (엔딩을 제외하고는) 그 시절을 살았던 모든 세대들을 아울렀다. 지금은 상상도 못하는 가족 간의 따뜻함, 부모들의 애환, 어려운 시절을 살아냈던 모든 이들의 마음을 소환해 울렸다가 웃겼다. 지금을 사는 나의 모습까지 다시 생각하게 해줬다. 지금도 여전히 사는 건 힘들지만 드라마 방영 시간 동안만은 온기가 돌 수 있게 해줬다는 점, 동료들과 더 많이 따뜻한 대화를 할 거리를 던져줬다는 점이 좋았다. 아쉬운 점은 이제 남편 찾기는 그만 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이 시리즈의 치밀한 아이콘이 돼버린 포맷으로 인해 스스로 발목이 잡혀 무리수를 너무 두고 있다는 생각. 그리고 첫사랑이 현실에서 결혼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얼마나 된다고 왜 응답시리즈만 그렇게 첫사랑과의 결혼에 목을 매는지…. 이제 그만 털어버렸음 좋겠다.”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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