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을 앞두고 벌어진 한미간 협상이 ‘재협상’인지 아닌지, 더 이상은 말장난이다. 물론 정부측(과 그 영향권하에 있는 일부 언론)이 이를 두고 한사코 다른 말로 바꿔 부르는 이유는 자명하다. 첫째는 ‘재협상은 없다’던 자신의 약속이 허사로 돌아갔음을 숨기고, 둘째는 ‘재협상’이 아니므로 국회심의가 필요없다는, 곧 국회심의를 회피하려는 일종의 노림수다. 하지만 정부측이 아무리 숨겨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의 언론은 ‘거의’ 모든 내용을 상세히 알려준다. 그리고 조금만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우리 언론을 통해서도 상당한 내용이 흘러나온다. 11월 16일 국회에서 통상교섭본부장이 밝힌 내용을 보자. 첫째는 자동차 관련이다. 말 그대로 연비, 온실가스가 새로이 들어가고 기존의 배출가스와 자기인증에 관련된 환경 및 안전기준상의 미국차에 대
일본의 처지가 안쓰럽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이래 경제회복이 여의치 않고 국가부채는 GDP 200%에 육박하고 있다. 정치도 불안하여 국가지도자가 일년을 버티지 못하고 바뀌는 게 벌써 5년째이다. 밖으로 일본은 상대적으로 쇠퇴하는 경제력, 정치력만큼이나 외교력의 쇠퇴를 절감하고 있다. 센까꾸제도(땨오위따오), 쿠릴열도 등 영유권 문제를 놓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민당 등 야당은 한목소리로 민주당 정권을 질타하고 있다. 경제뿐 아니라 영토 문제를 둘러싼 대중국, 대러시아 외교과정에서 현정부가 국익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약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간 국제정치의 장에서 영토 문제는 본질적으로 힘의 외교에 의해 결정되어 왔다. 현재 문제가 되는 영토 역시 2차대전의 승자가 직접 차지하거나(쿠릴), 승자에 의해 용인된 것이다(센까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서울과 경기도에서 동시에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되자 교육현장은 예년과는 다른 이슈로 논쟁의 중심에 놓일 때가 많아졌다. 수능시험을 비롯한 ‘학력 줄세우기’가 교육에 관한 이야기의 핵심이던 시절을 생각하면 주민직선 교육감이 가져온 교육현장의 변화에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경기도 김상곤 교육감은 10월 5일 공포된 학생인권조례로, 서울시 곽노현 교육감은 11월 1일부터 전면 실시된 체벌금지로 이슈 메이커가 되었다. 조·중·동 같은 보수신문은 학생인권조례나 전면적인 체벌금지가 쟁점으로 떠오르자 교육현장의 혼란을 부각시키는 헤드라인을 뽑아 진보 교육감의 학생인권 중시 정책에 대해 마뜩찮은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학생인권조례는 기념비적 사건학생인권이 사회적인 논란거리가 되는 것만으로도 우리
채소파동이 기어코 일어나고 말았다. 배추 값이 뛰어 김치가 아니라 금치가 되었다고 야단이다. 중국산을 풀고 대형매장이 할인판매에 나서 진정국면에 들어간 듯하지만 말이다. 식당에서는 배추김치가 안 나오거나 김치찌개는 안 판다는 소리도 들린다. 단체급식에는 아예 배추김치는 사라지고 깍두기만 나온다고 한다. 민심이 흉흉하자 이명박 정권이 화들짝 놀란 모습이다. 4대강 사업을 그토록 반대해도 꿈쩍도 하지 않더니 4대강이 아닌 날씨 탓이라고 둘러대기에 바빴다. 반면에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과 농민단체들은 4대강 때문이라고 맞섰다. 날씨 탓이 틀린 말은 아니다. 봄에는 추웠고 여름에는 무더위에다 비가 하루 걸러서 내릴 만큼 잦았다. 그 탓에 배추뿐만 아니라 다른 채소류도 작황부진에 따라 값이 폭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배추김치 말고 양배추 김치
지난여름 석달을 유럽에서 보냈다. 어떤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기엔 턱없이 짧은 기간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유럽의 이모저모를 느끼고자 애를 썼다. 몇권의 책을 읽었고 유럽인, 거주동포, 여행객과도 이야기를 나눠봤다.그런데 그중 체류 초기에 만난 몇몇 한국인 개인여행객의 유럽관광 소감은 약간 의외였다. 그들이 “우리나라가 제일 좋은 나라다”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듣는 순간에는 잘못 들었나 싶었다. 물론 이는 한국 떠나면 다 애국자 된다는 흔해빠진 모습일 수 있다. 가이드를 졸졸 따라다니는 게 아니라 혼자서 여러 달 여행하다 보면 너무 힘들어 고국이 그리워질 수도 있다. 새로운 곳은 낯선 곳이기도 하지 않은가.또한 이들은 생활인이라기보다 여행자로서 유럽을 관찰한 데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몇 달씩 해외여행을 즐길 정도면 한국에선 살 만한 처�
최근 아시아지역의 영토분쟁이 다시 불붙기 시작하면서 중국의 외교노선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20년간 저자세로 일관했던 중국의 외교정책이 최근 들어 강압적이고 공격적인 ‘힘의 외교’로 선회하고 있다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석유를 비롯한 각종 천연자원의 보유고로 알려져 있으며 중국 무역거래의 80% 이상이 통과하는 핵심 해상통로인 남중국해와 인도 북동부 접경지역인 아루나찰프라데시 영유권 분쟁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미완의 식민지 역사청산에서 비롯된 영토주권 문제에 더해 자원개발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주변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 지역의 영유권 분쟁은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대립과 갈등이 수십년 동안 지속되어왔다. 강온양면 전략에서 강경 일변도로중국정부는 영토주권에 관해서라면 어떠한 양�
최근 미국정부가 공식적으로 한미FTA 수정 문제를 제기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야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이참에 우리야말로 재협상에 적극 나서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7년 6월에 타결된 FTA 협상에서 우리보다 훨씬 유리한 내용을 챙겨간 미국측이 추가적으로 더 큰 이득을 가져가기 위해 자동차 분야 등에서 재협상 요구를 해왔다면 그걸 기회삼아 우리도 다른 분야에서 우리측의 불리함을 수정하자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이 재협상론을 대하면서 필자는 특히 다음 두가지 얘기를 하나씩 하고 싶어졌다. 하나는 FTA 같은 대외경제정책 추진과정에서 국내협상의 중요성이며, 다른 하나는 이 문제에 대하여 요즘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진보적 자유주의자'들이 취할 입장에 대해서다.국내협상 없는 국제협정의 부당성사실 미국측의 도발이 아니었을지라
수도권일보 박찬조 전무 3일 오후 11시 별세했다.고 박찬조 전무는 향년 65세로 1996년 수도권일보에 입사하여 많은 업적을 남겼다. 군포지역 주재기자로 시작하여 지역소식 등 군포지역의 크고작은 대소사를 아낌없이 전했다.2006년 수도권일보 상무이사를 거쳐, 2008년 전무이사로 승진했다.유족으로는 부인 조금숙 씨와 영득, 영관, 영미, 형소, 지현, 지선이 있고, 장례식장은 안양장례식장(031-456-5555)이다.발인은 5일 오전 6시이고, 장지는 경기 의왕 안양천계공원묘지다.
정부는 10월 1일자로 해양경찰청 경무관 이상 승진 및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치안정감 승진▲ 해양경찰청 차장 임창수▣ 치안감 승진▲ 김석균 기획조정관 ▲ 김수현 경비안전국장▣ 경무관 승진▲ 남해지방청장 김충규 ▣ 경무관 전보▲ 정보수사국장 이정근 ▲ 동해지방청장 김상철 ▲ 국제협력관 이원일 ▲ 서해지방청장 이주성
북의 조선로동당 3차 당대표자대회가 국내외의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3대에 걸친 권력세습의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 뜨거운 이슈다. 하지만 권력세습은 이제 막 시작된 것에 불과하며 앞으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불확실하다. 당장 북한의 변화에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북중관계, 특히 북중 경제협력이라는 변수다. 작년 11월 중국정부가 창·지·투(창춘, 지린, 투먼) 개발계획을 발표한 이후 북중경협이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북한 2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제재를 무력화시킨다는 것에서부터 북중간 전통적 동맹관계가 부활하고 있다거나, 북한경제가 중국에 종속되고 있다는 등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북중관계의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는 경제협력�
2005년 7월 중국은 명대의 정화(鄭和)가 이끈 서양 원정 60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가졌다. 정화가 원정의 닻을 올린 7월 11일을 항해일로 정하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기념식을 가졌다. 기념우표도 발행했다. 국가박물관은 넉 달 동안 ‘대원정 전시회’를 열었다. 정화 함대의 출항지인 장쑤(江蘇)성 타이창(太倉)에선 ‘정화, 항해의 날’행사를 열었다. 난징(南京)의 정화기념관은 2주전에 예약해야만 구경할 만큼 국민적 관심도 켰다. 1980년대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에 힘을 실으려면 바다로 나가야 한다며 정화를 되살려했건만 그 때만 해도 힘이 부쳤다. 하지만 600년만의 되살아난 열기는 역사 속에 파묻힌 정화를 부활시킬 만큼 뜨겁다. 지난 7월 케냐와 공동으로 정화 난파선 수색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이것은 중국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다시 해양대
침략전쟁으로 점철된 위진남북조 시대, 위나라의 풍요로움을 시기하던 유연족이 대대적인 침략을 감행한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국 각지의 장정들이 소집되는데, 그 중에는 남장을 한 뮬란(조미)도 포함된다. 어렸을 때부터 무술에 뛰어난 소질을 보였던 그녀가 병든 아버지를 대신해 전쟁터로 나선 것이다. 동료 문태(진곤)와 함께 혁혁한 전공을 세우는 뮬란. 허나 이를 시기하던 대장군이 그녀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가는데 (중략)이 영화를 보면 자연스럽게 1998년에 개봉된 동명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된다. 그럼 애니메이션과 실사라는 기술적 차이 이외에, 두 작품의 특성을 어떻게 구분 지을 수 있을까. 우선 대중성을 놓고 본다면, 디즈니사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이 상대적으로 나을 듯싶다.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최대 강점이 ‘연소자 관람’이라는 �
‘어뢰는 더욱 강력해졌는데 물기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어뢰 격침이라는 결론을 확고히 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증거의 빈약함이 289쪽 분량의 방대한 보고서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정부가 꼬박 두 달이나 발간 일정을 미뤄가며 내놓은 천안함 최종보고서, 한마디로 실망이다. 핵심 의문은 무시 또는 왜곡으로 슬쩍 비켜가고,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과학·군사용어가 허장성세를 이루고 있다. 추정과 판단이 요구되는 부분에서는 아전인수가 판을 친다. 그렇게 뜸들였는데도 새로울 것이 없다. 이러한 평가가 과연 정치공세이고, 근거 없는 발목잡기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그동안 제기된 핵심 의문 중 하나는 ‘물기둥’이었다. 천안함 갑판 위 견시병조차 보지 못한 물기둥을 정부는 높이 100미터, 폭 20∼30미터의 거대한 실체로 확언해왔다. 근거는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