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9.17 (수)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기본분류

한미FTA 재협상과 통상교섭본부의 ‘해체’

URL복사

이해영 - 한신대 교수, 국제통상연구소장

G20을 앞두고 벌어진 한미간 협상이 ‘재협상’인지 아닌지, 더 이상은 말장난이다. 물론 정부측(과 그 영향권하에 있는 일부 언론)이 이를 두고 한사코 다른 말로 바꿔 부르는 이유는 자명하다. 첫째는 ‘재협상은 없다’던 자신의 약속이 허사로 돌아갔음을 숨기고, 둘째는 ‘재협상’이 아니므로 국회심의가 필요없다는, 곧 국회심의를 회피하려는 일종의 노림수다. 하지만 정부측이 아무리 숨겨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의 언론은 ‘거의’ 모든 내용을 상세히 알려준다. 그리고 조금만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우리 언론을 통해서도 상당한 내용이 흘러나온다.

11월 16일 국회에서 통상교섭본부장이 밝힌 내용을 보자. 첫째는 자동차 관련이다. 말 그대로 연비, 온실가스가 새로이 들어가고 기존의 배출가스와 자기인증에 관련된 환경 및 안전기준상의 미국차에 대한 특혜를 확대해달라는 요구다. 미국의 요구는 이러한 비관세부문을 넘어 관세영역까지 포괄한다. 즉 2.5% 관세의 즉시철폐 연기를 비롯해 10년으로 되어 있는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철폐 시간표를 10년 뒤로 미루고, 여기에 대표적 독소조항 가운데 하나인 ‘스냅백(snap-back, 관세철폐 환원조치)’을 적용하자고 했다. 그리고 한EU FTA와의 비교동등대우를 주장하며, 관세환급조항을 별도로 추가하자고 했다. 국내 언론에는 보도가 안된 요구로, 수출 자동차에 들어가는 국내산 부품 비율을 올리도록 원산지규정도 바꾸자고 했다.

자동차와 쇠고기, 이쯤되면 퍼주기 협상

그래서 만일 미국의 요구가 다 관철된다면 한미FTA 협정문 중 다음을 고쳐야 한다. (1) 픽업트럭을 포함해 미국의 2.5% 관세 철폐 일정이 포함된 ‘부속서 2-나-미합중국 양허표’ (2) 자동차 환경성능, 안전표준 관련 제9장 ‘무역에 관한 기술장벽’의 부속서한(구체적 자동차 규제문제) (3) ‘부속서 6-가 품목별 원산지 규정’ (4) ‘부속서 22-가 자동차에 관한 대체적 분쟁 절차 5조’ 그리고 (5) 한EU FTA의 관세환급조항은 새로이 작성해야 한다. 한EU FTA에서는 협정문 말미에 별도의 ‘의정서(Protocol)’를 만들었는데, 아마 한미FTA에서는 별도의 ‘부속서’나 ‘부속서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뿐만 아니다. 정부측은 쇠고기 문제가 한미FTA와 ‘별개사안’이라는 이미 4년이나 케케묵은 헛구실을 이번에도 들이대어 마치 쇠고기는 협상대상이 아닌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처음부터 쇠고기는 협상을 했고, 미국의 요구는 2년 전의 한미 쇠고기 협상, 곧 수입위생조건의 완전이행이었다. 한마디로 핵심은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도 수입해 먹으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 협상은 ‘결렬’되었다. 아니 정확히는 일시 중단되었다. 해서 미 오바마 대통령도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정부에 ‘지시’했다. 밤잠 자지말고 열심히 해서 수주내에 마무리지으라고 말이다.

통상거버넌스의 심각한 위기

하지만 나로서는 한미FTA 재협상, 그것도 ‘점 하나도 못 고친다’에서 협정문의 광범위한 실질변경까지 내몰리고, 밀실에서 일방적인 퍼주기 협상을 하고 있는 이 나라 통상교섭본부를 보면서 통상거버넌스의 심각한 위기를 생각한다. 사실 그렇다. 미국이 ‘재협상’을 운운하기 시작한 것이 2007년 6월이다. 이후 틈만 나면 미국측은 재협상을 말했고, 그때마다 통상본부측은 그런 일 없다고 하다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우리가 먼저 비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곧 적기에 적절한 대응을 회피하고, 있지도 않은 '이익 균형'의 자기기만에 매몰돼 결국 최악의 상황까지 몰리게 된 것이다.

알다시피 통상이슈는 매우 광범위하고 전문적이다. 정부부처 안에서조차 교섭권을 독점하고 있는 통상교섭본부를 적절히 제어하지 못할뿐더러, 청와대에도 이를 견제할 장치나 인물이 부재한 형편이다. 특히 통상교섭본부가 예의 그 '협상기밀'을 이유로 심지어 국회와의 협의조차 기피함으로써, 이 나라에 통상협상은 오직 통상관료 그들만의 일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현대 경제에서 통상(通商)이란 그저 관세를 철폐하고 쿼터를 줄이는 문제가 아니다. 통상정책을 금리, 환율 또는 부동산 등 여러 정책 가운데 하나로 보면 큰 오산이다. 우리 경제의 사실상 모든 면, 곧 그 대외적인 모든 면이 통상인데, 이에 관한 교섭 즉 통상협정의 권한이 극소수 통상관료의 손안에서 좌지우지되는 형국이다. 말하자면 견제 없는 통상권력의 심각한 월권적 상황이 만성화되어 있는 것이다. 교섭이라는 특정한 하나의 '기능'이 그 내용까지 대체해버린 셈이다.

최근 골목상권 살리기 법안인 유통법과 상생법 개정을 둘러싼 해프닝은 통상협상이 잘못되면 어떤 결과를 빚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미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개정안에 대해 통상교섭본부가 태클을 걸었다. WTO협정과 아직 서명도 안된 한EU FTA를 위반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연인지, 이러한 통상교섭본부의 논리는 이 법안에 반대한 영국의 유통업체 테스코의 로비를 받은 영국 비즈니스부 장관의 그것과 매우 유사했다. 한EU FTA협상과정에서 우리측이 유통써비스 개방조건에 EU 7개국처럼 해외 대형마트 진출시 주변상권, 환경, 교통, 고용에 대한 영향을 심사하는 '경제적 수요심사' 조항을 달기만 해도 이런 문제는 생길 리 없었다. 말하자면 협상 실패의 책임을 국회에 전가해서 상임위 통과 법안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만에 하나 우리와 영국 사이에 통상분쟁이 발생하면 통상교섭본부가 국회에 낸 공식의견서는 영국측에 유리한 증거로 인용될 것이 뻔하다.

통상교섭본부를 이대로 놔둘 것인가

한미FTA 재협상도 그 본질은 다르지 않다. 정권이 교체되어도 의연히 살아남은 신화 속에서 그들 권력은 더욱 비대해졌고, 통상협정은 어느 샌가 그들의, 그들에 의한, 그들을 위한 일이 되어버렸다. 통상거버넌스가 비교적 잘 갖추어진 미국의 경우, 무역대표부는 협상 전후는 물론 그 과정에도 의회와 반드시 협의해야 한다. 우리처럼 저런 무소불위의 권력이란 꿈에도 생각할 수 없다. 이번 재협상에도 미국은 하원 세입세출위 수석전문위원들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협정은 크게 대내협상과 대외협상으로 나뉜다. 우리의 경우, 대내협상은 거의 요식절차에 불과하고 국회협의도 사후보고면 그만이다. 대외협상은 비밀이기 때문에 오직 그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새로운 통상거버넌스는 이 양측면 모두를 균형있게 아울러야 한다. 그리고 지금의 통상교섭본부는 해체되는 것이 맞다. 그래서 미국처럼 대통령 직속으로 두던가, 정보통신위원회처럼 독립부처로 두던가, 아니면 일본이나 독일처럼 경제부처로 돌리는 것이 지금처럼 교섭이라는 '기능' 때문에 외교파트에 두는 것보다 협상력과 전문성 강화에 훨씬 효과적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해 그 반대편인 국회에 통상 관련 상설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더불어 통상문제가 주권자의 경제생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해당사자는 물론이고,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오늘날의 통상은 그 구조상 열개의 잘된 협상이 있어도 하나의 잘못된 협상 때문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시민사회와의 부단한 소통네트워크를 강조하는 것이 미국, 유럽 등지에서 두드러진 최근 경향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대로 조약에 대한 국회의 '체결동의권'에 근거해 통상절차법이 처음 제안된 것이 2005년이다. 하지만 외교통상부의 반대와 정치논리에 밀려 지금까지 표류하고 있다.

한미FTA 재협상 논란과 더불어 지금이 민주적, 대안적 통상거버넌스 바로 그 개혁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할 적기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국회, 16일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미 한인 구금 사태'·관세 협상 등 쟁점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국회는 16일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을 실시한다. 여야는 '내란 종식' '미 조지아주 한인 구금 사태', 한미 관세 협상 등을 놓고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시절 드론 도발 등 외환죄 논란을 집중 부각하면서 내란 종식 프레임을 이어갈 전망이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4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내란 종식이 대한민국의 정상화"라며 "우리 당은 내란 청산 그리고 끊임없는 개혁, 미래를 위한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미국 조지아주 한인 구금 사태와 대미 외교 및 한미 관세 협상 등 현 정부 출범 이후 외교·안보 현안을 집중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한미관세 협상을 사실상 '외교 참사'로 보고 있고 지금도 손을 놓고 있다"며 "조지아주 구금 사태, 현 정부의 대북관, 군 내 무너지는 안보 관련 내용도 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1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란특별재판부 또는 사법부 해체 등 다양한 이슈들이 많다"며 "관세 문제, 미국과의 외교 문제도 있다. 이런 것들에 대해 명명

경제

더보기
"제조업·AI는 미래 경쟁력" 이노비즈협회, 옴부즈만과 규제 개선 간담회 개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노비즈협회(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는 16일 경기 판교 협회 대회의실에서 최승재 중소기업 옴부즈만과 함께 이노비즈기업인 현장소통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글로벌 관세 협상 과정에서 제조업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동시에 정부가 추진 중인 AI 활성화 정책 방향에 맞춰 혁신형 중소기업의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에는 이노비즈협회 정광천 회장을 비롯 최영호 부회장(㈜리스크제로 대표), 배민성 부회장(㈜지니테크 대표), 김종원 부회장(㈜네오피에스 대표), 박지환 이사(㈜씽크포비엘 대표) 등이 참석했으며, 옴부즈만 측에서는 최승재 옴부즈만과 지원단 관계자가 함께했다. 간담회에서는 △중소기업 현실에 맞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AI 데이터 규제 개선을 위한 TDM 면책 제도 도입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중소기업 피해 최소화 방안 마련 △기술융복합 R&D 관련 외국인 전문인력 비자 제도 개선 등 혁신형 중소기업의 성장과 AI 확산을 위한 현장 규제 개선 방안이 논의됐다. 정광천 이노비즈협회 회장은 “이노비즈기업은 제조업의 뿌리를 지키면서 동시에 AI와 같은 신기술을 선도하는 혁신 주체”라며, “최근

사회

더보기
해양경찰관 고(故)이재석 경사 사건과 관련 인천해경서장 대기 발령
(사진=뉴시스 제공) [시사뉴스 박용근 기자] 갯벌에 고립된 70대 중국인을 구조하다가 순직한 해양경찰관 이재석(34) 경사 사고와 관련해 관할 해경서장을 대기 발령 조치했다. 해양경찰청은 16일 이광진 인천해양경찰서장을 대기발령하고 중부해경청에서 근무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해경청은 또 인천해경서 영흥파출소 소장과 사고 당시 당직 팀장도 대기 발령 조치했다. 인천해경서는 지난 11일 새벽 인천 영흥도 갯벌에서 이 경사가 고립자 구조 중 순직한 사고와 관련해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과 함께 사건을 은폐 하려고 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당시 파출소 당직자는 모두 6명이었으나 이 중 4명은 휴게시간이라 이 경사만 혼자서 출동했고 추가 인원 투입도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직팀 동료 4명은 전날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영흥파출소장으로부터 이 경사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하니 사건과 관련해 함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 경사 순직 사고와 관련해 해경은 2인 출동이나 최대 3시간 휴게 등 다수의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 이와 관련 이재명 대통령이 순직 사고와 관련 "해경이 아닌 외부의 독립적인 기관에 맡겨 엄정히 조사하라"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생성형 AI 활용…결국 사용자의 활용 능력과 방법에 달려 있다
지난 2022년 인공지능 전문 기업인 오픈AI에서 개발한 챗GPT를 비롯해 구글의 Gemini(제미나이), 중국의 AI기업에서 개발한 딥시크, 한국의 AI기업에서 개발한 뤼튼,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국계 미국기업이 개발한 젠스파크 등 생성형 AI 활용시대가 열리면서 연령층에 상관없이 생성형 AI 활용 열기가 뜨겁다. 몇 시간에서 며칠이 걸려야 할 수 있는 글쓰기, 자료정리, 자료검색, 보고서, 제안서 작성 등이 내용에 따라 10초~1시간이면 뚝딱이니 한번 사용해 본 사람들은 완전 AI 마니아가 되어 모든 것을 AI로 해결하려 한다, 이미 65세를 넘어 70세를 바라보는 필자는 아직도 대학에서 3학점 학점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일 개강 첫날 학생들에게 한 학기 동안 글쓰기 과제물을 10회 정도 제출해야 하는데 생성형 AI를 활용해도 좋으나 그대로 퍼오는 것은 안 된다는 지침을 주었다. 그러면서 “교수님이 그대로 퍼오는지 여부를 체크 할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큰소리가 아니라 지난 학기에도 실제 그렇게 점검하고 체크해서 활용 정도에 따라 차등 평가를 실시했다. 이렇게 차등 평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필자가 생성형 AI 활용 경험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