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라면 가격을 담합한 (주)농심에 내려진 1000억원대의 과징금 처분에 대해 대법원이 다시 심리하라며 파기환송했다.
농심이 다른 라면 제조업체들과 정보를 교환한 사정만으로 라면가격 인상에 대해 합의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번 판결은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다른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24일 농심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과징금 등 처분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농심이 다른 라면 제조업체들과 라면가격 인상일자와 인상 내용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이 같은 사정만으로 라면가격을 함께 올리기로 합의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라면 업계 시장에 선두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경쟁사들이 따라 올리는 오랜 관행이 있는 점 ▲라면의 가격은 사실상 정부의 관리 대상으로 항상 원가상승 압박이 있어 선두 업체가 가격을 인상하면 다른 업체들이 그 가격수준을 따라가는 것이 합리적인 면이 있는 점 ▲농심이나 다른 업체들이 가격인상 시기를 늦추거나 유통망에 대해 별도의 금전적 지원을 하는 등 경쟁을 한 사정이 있는 점 등을 판단의 근거로 꼽았다.
재판부는 또 "농심이 다른 업체들과 라면가격 인상에 합의했다는 직접증거는 자진신고자 측의 진술이지만, 진술자들이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내용도 구체적이거나 정확하지 않아 전적으로 믿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공정위는 농심과 오뚜기, 삼양라면, 한국야쿠르트 등 라면 제조·판매업체들이 지난 2001년 5월부터 2010년 2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라면 가격을 차례로 올린 사실을 적발하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업계 1위인 농심이 가장 먼저 가격 인상안을 마련해 가격인상 내역·시기 등을 알려주면 나머지 업체들이 같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뒤따라 가격을 올리는 방식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런 담합행위를 적발해 2012년 3월 이들 업체에 총 1360억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중 농심은 108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자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앞서 서울고법은 이 같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