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1600억원대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55) CJ그룹 회장에게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이 회장이 재상고 하더라도 10년 미만 징역형에 대해선 양형 부당을 이유로 대법원에서 다툴 수 없는 만큼 이 회장은 사실상 벼랑 끝으로 내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원형)는 15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252억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지난 9월 일부 배임 혐의에 대해 관련 법 적용이 잘못됐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러자 재계를 중심으로 이 회장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결국 실형을 면치 못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의 일본 부동산 매입과 관련, 배임 혐의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배임이 아닌 형법상 배임 또는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취지대로 판단하면서 실형을 유지했다.
특경가법은 횡령 등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얻은 재산상 이득액을 5억원 이상과 50억원 이상으로 나누고 금액에 따라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회장이 팬 재팬(Pan Japan) 명의로 매입한 빌딩의 대출금 전액을 이득액으로 단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이득액을 산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은 2006~2007년 일본 도쿄에 있는 팬 재팬 빌딩 등을 구입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CJ그룹 일본 법인에 360억원 상당의 연대보증을 서게 해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았고 2심에서 309억원이 유죄로 인정됐다.
대법원은 또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국내 차명주식 관련 177억원 ▲해외 특수목적법인(SPC) 관련 41억원 ▲부외자금 조성 관련 33억원 등 약 251억원에 대해 2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해외 SPC를 이용한 234억원 상당의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무죄로 인정했다.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이 무죄로 판단됐다. CJ그룹 자금으로 부외자금 603억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의 경우 구체적인 사용처가 밝혀지지 않아 무죄라는 2심 판단을 대법원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회장이 홍콩과 인도네시아 법인의 임원에 대한 급여를 가장해 약 115억원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앞서 1심은 이 회장에게 횡령 718억원, 배임 363억원, 조세포탈 260억원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603억원에 대한 횡령 혐의와 일부 배임,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해 원심을 깨고 1년 감형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 회장은 546억원의 세금을 탈루하고 719억원의 국내외 법인자산을 횡령하는 등 총 1657억원의 탈세·횡령·배임 혐의로 2013년 7월 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만성신부전증으로 그해 8월 신장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구속집행정지가 결정, 건강상태 악화로 수차례 기간을 연장하며 불구속 상태에서 치료를 받으며 재판을 이어왔다.
이 회장은 신장이식 수술 뒤 급성 거부 반응, 수술에 따른 바이러스 감염 의심 증상, 유전적인 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CMT)' 질환 등을 앓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