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김수남(56·사법연수원16기) 신임 검찰총장이 2일 제41대 검찰총장에 취임했다.
김 신임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별관 4층 대강당에서 열린 검찰총장 취임식에서 "진정한 국가 발전과 국민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법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검찰이 법질서 확립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취임사를 통해 "어제까지 차장검사로 근무한 이곳 대검찰청에서, 이제는 '검찰총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이 자리에 서니 더욱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며 "길은 멀고 할 일은 많지만 우리 검찰 가족 여러분의 밝은 얼굴과 빛나는 눈빛을 보면서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국민을 위한 바른 검찰'이라는 목표를 향해 힘찬 첫 걸음을 내딛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대한민국은 50여년전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에도 못 미치는 세계 최빈국의 위치에 있었지만 단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하고, 무역규모 세계 8위에 이르는 등 큰 발전을 이룩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의 법질서 수준은 이러한 외적인 성장이나 국가 위상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많은 국민은 '법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법대로 하면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법에 의한 해결보다는 실력과 힘에 의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며 "법에 대한 불신은 사회 전반의 신뢰를 떨어뜨려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며 명실상부한 선진사회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한비자의 "항상 강한 나라도 없고, 항상 약한 나라도 없다, 법을 받듦이 강하면 강한 나라가 되고, 법을 받듦이 약하면 약한 나라가 된다(國無常强 無常弱, 奉法者强 則國强 奉法者弱 則國弱)"를 인용하며 "진정한 국가 발전과 국민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법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김 총장은 법질서를 훼손하는 각종 범죄에 엄정하고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국가 존립과 발전의 근간임을 명심하고, 헌법가치를 부정하는 세력에 단호히 대처해야 하겠다"며 "공안역량을 재정비하고, 효율적인 수사체계 구축과 적극적인 수사로 체제전복 세력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내년 4월 총선과 최근의 폭력 시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집회·시위 현장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이를 선동하고 비호하는 세력까지 철저히 수사해 불법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며 "불법·폭력 시위 사범에 대한 처벌기준을 대폭 상향하고, 형사상 처벌뿐만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 등 모든 대응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또 사회지도층 비리와 기업·금융 비리, 방위사업 비리 등 부정부패 척결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는 "부패사범 수사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효율적인 수사시스템을 강구하고, 특별수사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부정부패 수사는 새가 알을 부화시키듯이 정성스럽게, 영명한 고양이가 먹이를 취하듯이 적시에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 총장은 또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일관된 법집행을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또 "한비자는 '법불아귀(法不阿貴)', 즉 "법은 신분이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수사의 객관성·공정성'은 검찰의 존재 이유이며, 검찰이 지켜야 할 절대가치"라며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 또한 명심하고, 어떠한 사건이든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죄에 상응하는 적정한 형벌이 부과될 수 있도록 신병, 사건처리, 형 집행 등 검찰 업무의 모든 영역에서 원칙을 정립하고, 이를 국민에게 보여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원칙을 지키되 자세는 낮추겠다고 했다.
그는 "사법에는 필연적으로 반대 당사자가 있으므로 원칙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받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원칙을 지키면서도 당사자의 주장을 경청하며 상대방을 배려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정신, 겸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항상 열린 마음으로 겸허하게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수사에 있어서 정의감과 소신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자기만이 옳다는 생각은 지양해야 한다"며 "법률을 기계적, 형식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빵 1개를 훔친 것으로 징역 19년을 복역한 장발장을 예로 들었다.
김 총장은 '수사관 역량 강화'와 '효율적인 수사체계', '합리적 의사결정 시스템 정립', '위법, 부당한 수사에 대한 내부 통제방안 강구' 등 검찰역량 강화를 위한 혁신도 약속했다.
또 대검과 일선청의 기능과 역할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대검의 정책 기능도 언급했다.
한편 김 총장은 대구 출신으로 청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계에 입문, 판사로 3년을 근무한 뒤 검사로 전직했다.
광주지검 공안부장, 대검찰청 중수3과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과 법무부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 2월 대검찰청 차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 신임 총장은 지난 10월28일 열린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김경수(55·17기) 대구고검장, 김희관(52·17기) 광주고검장, 박성재(52·17기)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검찰총장 후보로 추천됐다.
청와대는 이들 가운데 김 신임 총장을 낙점했다. 이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지난달 23일 김 당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김 총장은 이날 취임식을 시작으로 2년 임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