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수백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해외에서 상습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된 장세주(62) 동국제강 회장에게 징역 3년6개월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1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장 회장에게 징역 3년6개월에 벌금 1000만원, 추징금 5억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장 회장은 2004년 동국제강에 대한 횡령 및 배임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은 지 1년이 지나기 전에 파철 판매대금 횡령 등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며 "10년이라는 장기간 범행이 이뤄졌고 세무조사에서 적발된 후에도 이를 멈추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파철 판매대금의 횡령액은 약 88억원으로 매우 큰 금액"이라며 "장 회장의 지시를 받은 다수의 임직원들이 관여해 범행이 조직적으로 이뤄져 그 수법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파철 판매대금의 상당액을 변제했지만 이미 손해를 입고 실추된 동국제강의 명예를 회복하기에 부족하다"며 "횡령·배임으로 회사가 입은 손해는 127억원에 달해 동국제강을 지지해온 임직원 및 국민들에 대한 신뢰와 사회적 책임을 저버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장 회장은 상당 부분 범행에 대한 잘못을 인정, 반성하고 있다"며 "파철 판매대금 등 손해액 상당을 회복했고 일부는 동국제강 직원들의 격려금으로 사용돼 그만큼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장 회장은 지난 2005년부터 올해까지 동국제강 인천제강소의 파철을 무자료(세금계산서가 없거나 가짜로 거래)로 판매하며 88억원을 빼돌리고 가족 명의의 계열사에 급여·거래 내역을 조작해 34억원을 챙기는 등 12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중 13억여원은 동국제강 미국법인인 동국인터내셔널(DKI)을 오가는 직원들에게 여행자수표로 나눠 가져가게 하는 방식으로 해외에 불법 반출·세탁한 혐의도 받았다.
장 회장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공장 설비 리베이트 등 이면계약을 맺고 회삿돈 86억원 상당을 미국법인으로 빼돌린 혐의도 받았다. 이 돈은 장 회장이 라스베이거스 도박 자금으로 쓰거나 장 회장 일가의 펀드 손실을 메우는 데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횡령한 회삿돈으로 2001년부터 2013년 10월까지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80억원 상당의 바카라 도박을 상습적으로 벌인 혐의로도 기소됐다.
이외에 동국제강이 계열사 페럼인프라의 지분 98.6%를 갖고 있음에도 배당 수익을 포기하고 장 회장 일가에게 배당을 몰아주게 하는 등 계열사에 5억1000만원 상당의 손실을 끼친 혐의 등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