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포스코그룹 비리를 수사해온 검찰이 정준양(67) 전 포스코그룹 회장 등 비리의 몸통들을 전원 불구속기소 하면서 8개월간 이어진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전날 정 전 회장을 뇌물공여 등 혐의로, 정동화(64) 전 포스코 건설 부회장과 배성로(60) 전 동양종합건설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고 11일 밝혔다.
정 전 회장은 이상득(80) 전 새누리당 의원의 요구에 따라 포스코를 사유화 하고 이 전 의원의 측근들이 운영하는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뇌물공여)를 받고 있다.
정 전 회장은 또 포스코 그룹내 전략사업실장과 공모해 전정도(56·구속기소) 세화엠피 회장 보유 지분을 업계 평가액보다 2배 가량 높게 사들여 포스코에 약 1592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배임)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회장을 불구속기소 한 이유에 대해 "수수자인 이 전 의원을 불구속 한 가운데 공여자에 대해 그보다 엄격한 책임을 묻는게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게 수사팀의 생각이다. 배임 혐의 관련해서는 내용이 방대해 긴 호흡으로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지난 2009년 8월 신제강공사 증축공사가 중단 사태를 맞자 이 전 의원에게 해결을 부탁한 뒤 이후 이 전 의원의 주문에 따라 움직였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의원의 측근들이 실소유주로 있는 N사와 W사가 2010년부터 포스코 계열사의 일감을 수주해 각각 9억원과 5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2009년 말 부채 5545억원, 부채비율 1613%에 이를 정도로 재무상황이 악화된 성진지오텍을 왜 무리하게 인수했는지에 대해서는 관련자들이 함구하고 있어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다만 정 전 회장과 전략사업실장 라인을 통해서만 관련 절차가 은밀하게 진행된 사실이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정 전 회장 등은 인수타당성 검토없이 인수추진 일정을 확정하고 계약체결을 완료하는 전 과정을 전략사업실에서 전담하도록 했다. 인수 계약을 체결한 뒤 이사회 보고 과정에서도 인수로 인한 위험 요소를 지적받은 점 등을 누락하고 성진지오텍의 생산능력을 부풀리는 식으로 허위 보고했다.
포스코는 성진지오텍 인수 이후 추가 자금을 투입해 정상화를 시도했지만 기업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성진지오텍은 2013년 7월 당시 우량 계열사 포스코 플랜텍과 합병됐고 포스코 플랜텍은 지난 달 워크아웃 절차 진행으로 직원 300여명이 감축된 상태다.
검찰은 이미 구속영장이 한·두차례씩 기각된 바 있는 정 전 부회장과 배 전 대표도 불구속 기소했다.
정 전 부회장은 지난 2009년 8월부터 2013년 6월까지 베트남 사업단장과 공모해 385만 달러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 '경제계 실세'와의 친분을 쌓기 위해 그 측근에게 베트남 도로 공사 하도급을 준 혐의(입찰방해) 등을 받고 있다.
배 전 대표는 포스코·포스코건설 임원들과 유착해 포스코건설의 인도 제철소 건설사업 등 각종 국내·외 공사를 수주한 혐의(업무방해), 회삿돈을 빼돌려 수십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 등을 받고 있다.
포스코켐텍 조모(63) 사장, 포스코건설 협력업체 흥우산업 이모(57) 회장, 대왕조경 이모(64) 사장, 정 전 회장의 친인척 유모(68)씨, 전모(55) 포스코 전략사업실장 등도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3월 수사에 착수한 후 8개월간 검찰은 포스코 전·현직 임원 17명과 협력업체 관계자 13명, 정치인 1명, 산업은행 부행장 1명 등 총 32명을 기소했다.
포스코 본류에 대한 수사를 마친 검찰은 지인들에게 포스코의 일감을 몰아주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9개 '기획법인' 중 이상득 전 의원 관련 업체는 3개다. 아직 나머지에 대해서는 배후가 누군지, 어떤 형식으로 어떻게 이권이 제공됐는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