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차기 검찰총장에 김수남 대검찰청 차장을 내정한 것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 검찰 장악력이 우위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년과 내후년에 있을 총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박근혜 정부 집권 후반을 받쳐주기 위해선 일선 검찰을 장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김 차장이 현 정권 주류 세력인 대구·경북(TK) 출신인데다, 수원지검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치면서 지나치게 친정권적 성향을 보인 바 있어 정치권으로부터 검찰의 독립을 지켜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김 차장을 비롯해 김경수 대구고검장, 김희관 광주고검장,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차기 총장 후보로 추천하자, 검찰 안팎에선 "정권에 대한 로열티가 검증된 인물들"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바꾸어 말하면, 박근혜 정부 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로열티가 이번에는 변별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누구에게 검찰 장악력이 더 있는지를 놓고 박 대통령의 선택이 달라질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렸다.
이에 대해 검찰 고위 관계자는 "집권 후반기에는 어떤 정치적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만큼 현 정부를 든든하게 받쳐줄 정도로 장악력이 있는 인사가 청와대 입장에서는 필요했을 것"이라며 "수원지검장과 서울중앙지검장 당시 조직을 안정적으로 장악하고 운영했던 게 장점으로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차장은 수원지검에선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선 정윤회 문건 파문 사건 등을 별다른 잡음없이 수사 지휘한 바 있다.
하지만 두 사건을 지휘할 때는 현 정부 집권 1, 2년차로 청와대의 힘이 가장 막강할 때였던 반면, 앞으로는 레임덕이 예상되는 집권 후반기라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른 검찰 고위 관계자는 "김 차장 스타일상 집권 후반기라도 특정 사건을 놓고 청와대와 정면 충돌하거나 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 보다는 사건이나 상황을 판단할 때 지나치게 신중한 탓에 '햄릿형'이라는 평가가 있는 만큼 어떤 일을 추진하는데 있어 청와대와 손발이 잘 안 맞을 수는 있다"고 전했다.
이런 평가는 김 차장 체제에선 검찰의 독립성을 지켜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결국 검찰의 독립은 또 다시 어려운 숙제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집권 후반기 검찰 수장의 검찰 내부 장악력은 검찰 독립 문제를 어떻게 지켜내느냐에 달려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