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시작인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소송'이 진행된 가운데 소송 이유를 놓고 양측의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지난 2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판사 조용현) 심리로 열린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소송' 1차 심문 기일에서 소송 이유에 대해 양측이 '주주로서 볼 권리가 있다'는 입장과 '주주로서가 아닌 악의적인 목적' 입장으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신동주 회장 측은 신동주 회장은 롯데쇼핑 주식의 13%를 보유한 대주주로, 롯데쇼핑이 진행하고 있는 중국사업이 경영 상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등을 감독하고 시정할 목적으로 가처분을 신청했다.
특히 롯데쇼핑이 진행한 중국 사업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5549억원에 달하는 등 난 4년간 총 1조원 이상이고, 공개되지 않는 회사 등을 포함하면 전체 손실은 이보다 훨씬 크다며 정확한 손실 규모와 원인도 모르는 상황에서 롯데의 국내입지가 좁아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동주 회장 대리인인 법무법인 양헌의 김수창(사법연수원 11기) 변호사는 "롯데쇼핑의 중국사업 등 해외사업은 총체적인 어려움에 빠져 있는 상황으로, 이로 인해 국내에서 입지가 좁아질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정확한 손실 규모를 파악하고 원인을 살피기 위한 것"이라고 가처분 신청 취지를 설명했다.
아울러 정확한 손실 규모 파악을 위해 회계프로그램에 접속하기 위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도 제공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롯데쇼핑 측은 신동주 회장 측의 회계장부 열람 등이 주주로서가 아닌 악의적인 목적이라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중국 사업 손실은 유통업의 특성상 초기손실이며, 경영진의 잘못 등으로 인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 회계장부 열람 제한에 대해서는 상법상 주주가 악의적인 목적으로 부당하게 회계장부를 열람해 다른 주주와 회사에 손해를 끼칠 경우에는 열람 및 등사 등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하며 반박했다.
또 다른 주주와 회사에 손해를 끼칠 경우에 대해서도 현재 롯데그룹의 경우 지난 국감에서 신동빈 회장이 밝힌 바대로 호텔롯데 상장과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면세점 사업에 모든 계열사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청인이 주장하는 소송사유는 정당한 경영감독권 행사지만, 진정한 목적은 면세점 상실과 호텔롯데 상장 정지 등으로 현 경영진을 압박해 자신의 경영권을 되찾기 위한 개인적인 목적이라는 것이다.
롯데쇼핑 대리인인 법무법인 김앤장의 이혜광(사법연수원 14기) 변호사는 "신 전 부회장은 언론 등에서 회계장부 열람을 통해 증거를 확보하고 형사소송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며 "이는 롯데그룹이 국민기업으로 거듭나고자 추진하는 호텔롯데의 상장과 면세점 사업권 등에 타격을 주는 것으로 상대방을 압박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롯데가 경영권 분쟁 첫 소송을 지켜본 관련 업계 및 법조계 관계자들도 어느 쪽의 우위를 쉽게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 치에 양보 없는 형제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소송전 이후에도 경영권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롯데가의 형제간의 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들면서 신동빈 회장이 약속한 호텔롯데 상장과 롯데그룹 사업 중 가장 중요한 면세점 특허에는 영향이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의 경우 대부분 법원에서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때문에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최근 롯데가 경영권 분쟁이 핫이슈로 떠오른 만큼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법상 신동주 회장이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 권리가 있다"며 "다만 이번 가처분 소송에서 이겼다고 경영권 분쟁 전체에서 유리하다는 시각에는 무리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롯데가 경영권 분쟁'이 본격적인 소송전으로 이어진 만큼 장기전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