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유혈충돌이 격화되는 상황을 틈타 이슬람 극단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반(反)이스라엘' 선동에 나서자 이스라엘이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IS는 지난 19일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팔레스타인인들이 칼, 차량, 독, 폭발물 등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이스라엘인에 대한 공격에 나서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IS가 이스라엘을 직접 지목해 테러를 선동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25일 "IS가 이스라엘 내 단체들과 연계해 (테러를)부추기고 있다"며 불법 규정했다.
IS는 최근까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에 별다른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라크와 시리아 등에 있는 IS 대원들이 트위터, 유튜브 등을 통해 강력한 '반(反)유대주의'를 퍼뜨리면서 이스라엘인에 대한 공격을 더 부채질하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IS는 지난 8월25일 팔레스타인 문제에 초점을 두는 '알 마스라 기관(Al-Masra Institution)'으로 불리는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을 내놓았다.
알 마스라의 주 타깃은 팔레스타인인이지만 중동과 전 세계 곳곳의 무슬림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도 하다.
IS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뚜렷한 존재감이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가자지구에서 소수의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그룹이 IS의 극단주의 이념을 추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계 이스라엘 국민 40여명이 IS와 함께 싸우기 위해 시리아와 이라크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되지만, 프랑스 1200명, 영국 800명, 튀니지와 모로코,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수 천명이 IS에 가담한 것과 비교하면 아주 미미한 숫자라고 예루살렘포스트는 지적했다.
대신 이 신문은 IS의 '온라인 선동'의 파급력을 주시했다.
IS는 지난 24일 처음으로 히브리어로 된 동영상('예루살렘에는 단일 유대인만 남지 않을 것')을 게재했다. 이 동영상은 팔레스타인인의 테러 급증에 편승해 이를 더욱 부추기려는 시도로 읽혀진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이 동영상에서 전 세계 전역의 유대인과 이스라엘인에 대해 공격하도록 한 협박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IS의 선전이 각 개인에게 테러 공격을 하라고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알제리 출신 프랑스 국적의 메흐디 네무슈(29)가 지난해 5월24일 브뤼셀에서 유대인 4명에게 총기를 난사해 숨지게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네무슈는 시리아에서 1년 이상 지냈으며 급진 이슬람주의자들과 연계된 활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예로, 올해 1월9일 파리 코셔(kosher·유대인 율법에 합당한 음식) 수퍼마켓에서 벌어진 인질극을 들 수 있다. 당시 말리 출신 프랑스 시민인 아메디 쿨리발리는 IS에 충성을 맹세하고 인질 4명을 살해했다.
IS의 이러한 전략은 알 카에다와 유사하다고 예루살렘포스트는 분석했다.
오사마 빈 라덴은 팔레스타인의 곤경한 삶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알카에다는 빈 라덴 사망 이후 튀니지 제르바 섬에 위치한 유대교 회당과 케냐 몸바사 섬의 이스라엘인이 소유한 호텔을 대상으로 폭탄테러를 가했다. 또 2005년 8월 요르단 아카바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 3발을 발사한데 이어 같은해 12월27일 밤에는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서부 갈릴리 지역으로 카튜샤 로켓 9발을 발사하기도 했다.
IS는 이스라엘을 '제물'로 삼아 아랍인이나 이슬람교도를 규합하고 세력을 확장하려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잦은 마찰을 빚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반(反)이스라엘 정서를 선동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예루살렘포스트는 IS가 이스라엘을 뒤흔들만큼 영향력이 세진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IS는 중동 곳곳에서 세력을 규합하고 있지만 미군 주도 연합군의 공격과 러시아와 쿠르드족의 공습, 터키의 폭격, 시아파 민병대와 이란 군의 군사적 지원을 받는 이라크 군의 공격으로 체계적으로 조직화되지는 못하는 실정이라고 이 신문을 분석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이스라엘에 정면으로 도전할 의지나 힘이 없다"고 예루살렘포스트는 보도했다.